정부부처, 외식업계, 식품유통업계 찾아 물가 안정 협조 요청해 
식품유통업계, 밀가루 등 가격 내려…언젠가 경영 부담 될 것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일부 밀가루 값이 인하된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일부 밀가루 값이 인하된다. / 사진=연합뉴스 

[공감신문] 송서영 기자=고물가에 정부도 식품기업도 모두 안절부절인 모양새다. 특히 과일을 비롯해 가공식품, 외식비 등 식품 부문에 안 오른 것이 없어 민생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물가를 잡지 못해, 식품업계는 떨어진 곡물 값 대비 가격 변동이 없는 가공식품으로 실적이 오른 탓에 눈총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 그 중 신선과일 가격은 전년대비 41.2% 급등해 3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3.8%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소비 가공식품 27종 중 19개의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에 정부부처는 식품유통업계와 외식업계를 찾아 물가 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식품유통업계도 일단 정부에 협조해 가격 인하에 나선다.  

 

■ 고물가에 마트부터 외식업체, 식품기업 방문 이어가는 정부부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과일 가격 잡기에 나선다. 지난해 생산이 감소한 사과·배 등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직수입한 오렌지‧바나나 등 수입 과일을 지난 21일부터 대형마트에 공급한다. 

농식품부는 오렌지·바나나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수입과일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 최대 20%까지 할인해 공급하고, 대형마트는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자체 할인까지 더해 판매할 계획이다. 

정부는 3월 중 바나나 1,400여톤, 오렌지 600여톤 등 2,000여톤 이상을 시장에 공급하고, 지난 18일 직수입 품목을 대폭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파인애플, 망고 등도 최대한 빠르게 도입해 다양한 수입과일을 3~4월 중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1일 이마트 용산역점을 방문해 과일 등 신선식품에 대한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한 대형마트의 노력을 당부했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경제 점검회의’에서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납품단가 및 할인지원을 전폭 시행하고, 수입과일 공급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덕근 장관은 “정부는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범정부적으로 지원정책을 지속 시행할 예정”임을 밝히고 “대형마트도 사과 등 주요 품목에 대한 할인행사와 오렌지, 망고 등 대체 과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판촉행사를 지속하여 과일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간 곡물 가격은 떨어져도 가공식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그리드플레이션으로 눈총을 받았던 식품업계도 찾아갔다.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19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웰푸드, 농심, 동원F&B, SPC삼립, 매일유업, 동서식품 등 19개의 식품사와 간담회를 진행헀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주요 곡물과 유지(油脂)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식품기업에게 요청했다. 

 

피자알볼로 목동 본점에서 현장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왼쪽) / 사진=연합뉴스 
피자알볼로 목동 본점에서 현장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왼쪽) / 사진=연합뉴스 

 

또한 외식 가격도 지속 주시한다.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시민모임, (외식단체)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외식 5개 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열고 최근의 엄중한 물가 상황을 공유하고, 외식 물가의 하락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외식 단체에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가격 인상 요인 흡수 노력을, 소비자단체에는 적극적인 물가 감시를 통한 물가안정 기여에 협조를 요청했다.

 

■ 결국 밀가루 값 내려…일단 내리지만 부담 없는 것 아냐 

정부의 협조 요청에 결국 CJ제일제당이 먼저 밀가루 값을 내렸다.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총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다. 

인하율은 제품별로 3.2%~최대 10% 수준이며, 평균 인하율은 6.6%다. CJ제일제당측은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B2C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에 따라 밀가루 값이 인하된다. / 사진=Freepik 
정부의 물가 안정 협조 요청에 따라 밀가루 값이 인하된다. / 사진=Freepik 

 

외식업체인 피자알볼로도 외식 물가 잡기에 동참 중이다. 2023년 6월 15일부터 원부자재,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원가절감 등을 통해 피자 전 제품에 대해 평균 4,000원 가격을 인하해 판매 중이다.

쿠팡이츠는 국민의 외식지출비 및 배달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을 오는 26일부터 시작한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과일 가격 인하에 나선다. 쿠팡은 ‘시즌과일찬스’ 행사를 열고 토마토, 사과, 딸기 등 과일 7종을 로켓프레시로 할인 판매한다.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위해 쿠팡은 토마토, 사과, 참외, 오렌지, 만감류 등 과일 900여톤을 추가로 매입했다.

쿠팡은 그동안 자체 예산을 투입해 과일값을 할인하고 와우회원에게 혜택을 제공해왔다. 3월 12일부터 17일까지는 딸기, 오렌지, 참외 등 과일 약 450톤을 매입해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했다. 

이마트도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과일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먼저, 이마트는 지난 20일부터 최근 수입과일 매출 1, 2위 품목인 ‘바나나’와 ‘오렌지’를 정상가에서 추가 20% 인하했다. 

 

이마트는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과일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 사진=연합뉴스·이마트
이마트는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과일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 사진=연합뉴스·이마트

 

또, 22일부터 파인애플·망고·망고스틴 등 수입과일을 최대 20% 할인한다. 이마트가 수입과일 가격 할인을 진행하는 이유는 시세가 많이 오른 국산과일의 대체품인 수입과일의 가격을 안정화함으로써 과일 수요를 분산, 과일 전체에 가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농산물 품목별 납품단가 지원, 수입과일 할당관세 적용 확대 등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또한, 이마트는 자체 마진 할인, 대량 매입, 후레쉬센터 저장 등 자체적인 가격 안정화 방안도 실행 중이다.

이마트는 향후 시즌이 시작되는 인기 수입과일 ‘키위’, ‘체리’도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 할인 행사를 진행해 과일 가격 안정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가격 인하는 하지만 업계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건비와 다른 원자재 값은 올랐기에 외식업체나 가공식품의 경우 계속적인 가격 인하는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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