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산수유마을 사진=윤일원 트러스트랩 대표.
이천 산수유마을 사진=윤일원 트러스트랩 대표.

 

[공감신문] 윤일원 칼럼니스트 = 썩은 나무로는 기둥을 깎아 집을 지을 수 없어. 썩은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땔감으로도 못 쓰고 그저 거름으로 사용하는 수밖에.

예전에 탑골공원 동쪽에 엄 씨 성을 가진 똥 푸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 막일꾼이지. 사람들은 그를 엄행수(嚴行首)라고 불렀어. 

하루는 스승이 제자를 불러 엄행수를 존경하고 스승으로 모시라는 거야. 본인도 예덕(穢德)선생이라 부르며 깍듯이 존경했고. 그러자 제자들이 스승을 떠나겠다면서 따지듯이 물으니,

“네, 이놈들아, 그는 날마다 남의 집 똥을 푸면서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날마다 쿨쿨 자고 껄껄 웃으며, 농부들은 그의 거름으로 밭을 일궈 풍년이 들게 하지만, 너희들은 날마다 일하지 않고 재물을 모을 궁리로 입안에 썩은 냄새가 나지 않느냐?”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는 “위선은 악덕이 미덕에 바치는 공물(貢物)이다.”라고 했어. 무슨 뜻이냐고? 자꾸 악덕을 쌓고 거짓으로 가리고 덮어 썩은 나무로 집을 짓는 듯 하지만 언젠가는 폭삭 무너지는 것을 보여주니 결국 미덕의 성공사례가 아니냐는 역설이야.

어쩌면 우리는 위선의 빤스 아래 무엇이 있을지 두려워서 덮으려 하는지도 몰라?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거지. 우리 모두 공범자가 되기 싫어서. 가만히 생각해 봐.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했던 사람의 실체가 아름답기는커녕 위선으로 악취를 풍긴다면, “그럼 난 뭐야?” 하면 내가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거 아니야.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혹시나, 내가 무엇일까? 하고 끝없이 파 보았더니만, 역시나 아무것도 아닌 허당"의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워서이지. 그래서 더욱 매달리는 것 같고.

<천자문>에 이런 말 있는 거 알아? 제37구 ‘篤初誠美(독초성미), 愼終宜令(신종의령)’, “처음을 도탑게 하면 진실로 아름답고, 끝을 삼가면 마땅히 좋게 된다.” 삼선 평어는 “처음을 놓치지 말고 성찰하라. 그렇지 않으면 처음 행한 나쁜 습관을 평생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래, 나쁜 습관을 알면서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마른 섶에 불 지피듯이 소리 없이 물든 최초의 생각 때문이야. 그다음부터 줄줄이 어긋나고. 

 

 

왕양명은 “앎은 실천을 시작해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고, 실천을 통해서만 앎이 완성된다(知是行之始, 行是知之成)”라고 했어. 겁먹지 말고 먼저 질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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