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사람에 대한 교훈”

[강란희 칼럼니스트]

강란희 칼럼니스트

 

“시 발 노 무 색 기”

“아이... 깜짝이야?”

“왜 새해 벽두부터 욕을 하고 이러시나?”

“정초부터 놀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시발노무색기’는 욕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고사성어 이자 교훈입니다.”

시발노(始發奴) 무색기(無色旗)는 흔히 “룰을 지키지 않거나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고 하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혼자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시발노무색기 라고 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할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또 국민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해고 재단하여 국민의 뜻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발노무색기’의 교훈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욕인 줄로만 알고 있는 ‘시발노무색기’의 유래와 뜻을 잠깐 알아보고 오해를 풀어보기로 하자.

중국 고서를 살펴보면 삼황오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인들의 생활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삼황오제의 이야기는 역사적 실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그들이 갖고 있는 생활관과 세계관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또 삼황오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기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삼황은 주역을 만들었다는 복희씨와 인류를 낳았다는 여와, 농경과 한의학을 개척했다는 신농을 지칭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이들 삼황 가운데 복희씨와 관련된 이야기다.

 

사진출처 인터넷: 복희와 여와

 

이들 중 복희씨는 주역의 만들었을 뿐 아니라, 길흉화복을 점치는 법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복희씨가 중국을 다스리고 있던 어느 날, 태백산 주변의 한 산마을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복희씨는 서둘러 그 마을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황하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 하여, 시발(始發) 현(縣)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 도착한 복희씨는 전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낮 밤을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3일째 되는 밤에 홀연히 일진광풍이 불면서 웬 성난 노인이 나타나 크게 꾸짖었다.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몇 해가 지나도록 곡식을 거두고도 자연에게 감사 할 줄도 모르고 있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내 집집마다 피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 했다고 한다.
이에 복희씨는 대노한 자연신을 위로하기 위해 방책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르기를 “집집마다 깃발에 동물의 피를 붉게 묻혀 걸어두어야 한다.”고 일렀다.

그런데, 그 마을사람 중에 시발현의 관노(官奴)들이 몇 있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고 깃발을 걸 것이다.”하여 붉은 피를 묻히지 않은 무색기(無色旗)의 깃발을 걸었다.

그날 밤 복희씨가 다시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나타나 노여워하여 말하기를 “마을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물러가려 하였으나, 한 놈이 나를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도다. 그리하여 나는 전염병을 물리지 않을 것이니라.”라고 하며 대노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음날부터 전염병이 더 기승을 부려 마을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럽고 극심한 피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복희씨가 이르기를 “시발현의 한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탄식을 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여기서 유래 된 말이 시발노 무색기(始發奴 無色旗)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이 있었던 이후 “혼자 행동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나,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시발노(始發奴) 무색기(無色旗)라고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유로 혼자 잘나고 혼자 똑똑하고 안하무인 사람을 보고 우리는 흔히 그것(표기생략)을 욕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결국 잘난 체한 노비 한사람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더 큰 화를 입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집단이나 단체에서 자신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나 돌출 행동으로 집단 전체가 큰 화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정치 집단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체육 등 전 분야를 망라 하고 우두머리든 조직원이든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사람이 너무나 많다. 촛불의 뜻도 모르고 모두가 촛불은 내 편 인양 맘대로 재단하고 예단하며 제멋대로 생각한다. 그리고는 앞뒤 가리지 않고 불경스런 말들을 쏟아낸다. 감당도 하지 못할 거면서... 하지만 개인의 자격으로서는 별 상관없다. 그러나 조직이나 집단으로 연계가 될 경우 사안은 심각해진다. 경거망동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시발노무색기와 비슷한 욕으로 오인 될 만한 고사성어가 몇 개 더 있다. 그 중에 몇 개를 살펴보자.  “분수에 맞지 않는 지나친 행동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족가지마(足家之馬),  “사람들 틈에서 경거망동한 행동을 삼가라”는 의미의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왜 자꾸 닦달 하는가?”의 의미로 시벌로마(施罰勞馬), 등과 “자기의 주제도 모르고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하는 말로 족가지마(足家之馬), 족가고인내(足家苦人內) 등이 유래 되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작금에는 수많은 사건 사고 들이 늘어져 있다. 대통령 탄핵사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정유라 등 학사농단사건 문화 예술분야의 블랙리스트사건 등 등 수 도 없는 사건들이 물고 물리며 국민들의 멘 탈을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건 사고 들 와중에 정치권은 차기정권을 잡기위해 벌써부터 또 물고 물리는 여론전과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작금의 시국에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에서 태풍의 눈에 들어 있는 모든 사람들과 정치인들 등, 다시 말해서 자신의 잘못도 모르고 종잡기 힘든 행동이나 말로 국민과 국가조직에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교훈을 되새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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