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수요자에겐 대출 규제 완화… 개인주주 보호 방안 구체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 책사’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순서는 윤석열 후보 측 경제 책사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윤 후보 경제 공약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국가는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두 번째는 ‘복지는 촘촘하고 두툼하게’, 세 번째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강화, 불필요하거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정책은 축소’이다.

김 교수는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계대출 규제 문제부터 자영업자 피해 회복 및 개인투자자 보호 방안 그리고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 등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질문 내용은 경제·경영학과 교수들과 증시 전문가, 각종 협회 등으로부터 취합해 정리한 것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대출 총량 규제 본질적 문제 해결 안 돼… 실수요자에겐 공급 열어야”


Q. 요즘 최대 화두는 가계부채 문제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올해 신년사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인데, 다만 부채의 ‘질’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부채의 질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전한 부분이 있다. 전세대출 부분이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부채의 질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부채로,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여진다. 다만 정부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높고 은행의 건전성이 괜찮은 수준이기 때문에 과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경제 시스템에 미칠) 위험은 적을 것이란 판단이다.

Q.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총량 규제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건전성 관리)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지금 금융당국의 생각은 총량 규제로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간과하면 안되는 게 총량과 건전성이 꼭 관계가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총량 규제를 하면서 은행들이 고신용자의 대규모 대출을 많이 줄였다. 고신용자 대출을 줄인다고 건전성 관리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총량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도 문제였다.

Q. 윤 후보는 대출 규제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대안이 마련돼 있는 것인가. 

- 규제 완화라기보다는, 부동산 대출 쪽에서 기존에 세게 막아놓은걸 완화하겠다는 정도로 봐달라. 가계부채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실수요자에게 계속 공급해줄 수 있을지, 부실화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건전성 문제가 안 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Q.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안정도 있지만 부동산 안정이라는 목표도 함께 가지는데.

-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출 규제를 안 해도 될 만큼 애초에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폈어야 한다는 거다. 이미 다 올려놓고 이것 때문에 대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건 국민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라고 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정부는 '국민 행복'에 초점 맞춰야… 국민이 불편 호소하면 실패한 정책”


Q. 이제 자영업자 지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윤 후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43조 공약을 내걸었다. 재원 조달 방법은.

-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재량 지출이 연간 300조원정도인데 10% 조정하면 30조원이 절약된다. 지금의 여유자금, 초과세수 그리고 올해 예비비도 3조9000억원원 정도 있다고 하니, 이런 자금을 활용하면 된다. 혹시 더 많은 지원금이 필요해진다면 그때는 국채 발행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어떤 방식으로 자영업자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당선된다면 즉각 코로나 긴급 구조본부를 만들어 속도감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액 기준의 경우 집합금지 업종 최대 5000만원, 영업제한 업종 최대 3000만원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아직 확정안은 아니지만, 기존 방안뿐 아니라 지역·업종별로 세분화해서 표준을 마련한 다음 일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피해 규모에 따라 지급할 경우 열심히 해서 살아남은 자영업자는 되려 소외 당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적인 편의성이 있어 빠르게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Q.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과세 정책을 많이 펼쳤다. 이에 대해 평가를 해주신다면.

- 대부분 부동산 쪽이었는데, 부동산 정책이 워낙 실패했기 때문에 (과세 부분도) 실패했다고 본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값만 안정시키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정책의 목표는 국민 행복에 맞춰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민에게 좋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하는데, 애초에 목표를 잘못 설정해 오히려 전세 구하기 힘들어지고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운이 좋아서 집값을 잡는다고 해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면 그건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한다. 이사 가고 싶을 때 편하게 이사 갈 수 있고, 무주택자가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말이다.

나아가 과세 정책을 했으면 늘어난 세수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썼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판단이다.
 

김소영(왼쪽)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불필요한 세금은 축소… 증세 없이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마련”


Q. 윤 후보 측에서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을 깎아주거나 미뤄주는 공약들을 약속했다. 이로 인한 적자 국채 발행이나 또다른 증세 가능성은.

- 지금은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 회복기를 포함해 당분간 증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윤 후보의 기본적인 대안은 앞서 말씀 드렸듯 지출 구조조정이다. 코로나 종식 전에도 어느 정도 지출 조정이 있을 것이고, 코로나가 끝나면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할 걸로 보인다. 세계 많은 국가가 금융위기 이후 많이 했다.

지출 구조조정의 핵심 방향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강화하고 불필요하거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정책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5년간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재정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최근 윤 후보가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언급해 농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농어촌특별세 재원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 발표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이 아니라 자세히 설명드리진 못했으나,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랑 연계해 농특세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오히려 ‘단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있다. 일각에서는 단타 매매를 즐겨 하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거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일단 윤 후보가 발표한 증권거래세 폐지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 단타 매매가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액수나 횟수를 정하는 정도의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Q. 증권거래세를 유지하고 양도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공약을 자세히 보면 양도세가 도입되면 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거다. 윤 후보는 최소한 이중 과세는 안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양도세를 유지하고 거래세를 폐지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는 맞다고 본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렇게 돼 있다. 다만 지금 당장 (양도세를) 도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슈는 남아 있는 것 같다.

Q. 공매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윤 후보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제안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아직 구체화된 공약은 아니다. 기본적인 생각은 공매도로 인해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의견이 많으니, 이 부분을 보완해보자 하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기업 주도 혁신·창조 기반 마련… 실패한 기업에는 재도약 기회를”


Q. 윤 후보의 경제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내지 ‘시장 주도의 경제성장’으로 볼 수 있다. 기업 또는 시장이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물량 위주의 성장을 했다. 계속 자본을 넣고 투자를 하면서 고도성장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예전에는 공장 하나만 지어도 생산성이 쭉 올랐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어났던 공통된 현상이다. 그걸 극복하려면 성장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공장 만드는 걸로 할 게 아니라 혁신과 창조가 있어야 한다. 혁신과 창조는 정부 주도로 절대 할 수 없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에서 인센티브와 경쟁을 통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기조는 시장이 혁신과 창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Q. 한계기업 문제가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 한계기업 비중이 41%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 윤 후보의 중소기업 정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능하면 중소기업을 키우자는 거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 규모를 넘어서도 같은 지원을 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 지원을 해주다가 끊으면 피터팬 증후군(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성인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복지를 대기업 수준으로 높여보자는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성공에 실패한 기업과 그 종사자들을 도와주자는 거다. 윤 후보의 기조가 일단 전부 다 잘 되게 만들고, 안 되는 사람은 도와주자 하는 것인데, 기업 정책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Q. 국내 스타트업이 많은데 혁신 주도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태계 부분에서 아직 취약하다는 의견이 있다.

- 벤처 스타트업 쪽에서는 여러 공약들이 있다. 첫 번째는 규제 개혁과 지원이다. 다만 꼭 필요한 곳에 규제 개혁과 지원을 해야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헬스케어나 비대면 교육 서비스, K콘텐츠 등 분야는 잠재수요가 엄청나다. 이런 곳에 규제 개혁을 해줘야 실제 효과가 있고 성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모태펀드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현재 7조 정도인데, 이걸 두 배로 늘리고 기업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생각이다. 그 이후 단계에서는 시장의 조달을 유도하면 된다. 또 여성 창업자 지원도 중요하다. 현재 전체 창업자에서 여성의 비율이 10%도 안 된다고 한다. 모태펀드 등을 활용해 여성 창업자를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추가로 우수 인재의 벤처기업 유치를 지원하고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제도(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는 공약도 있다. 

Q. 마지막으로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선하고 싶은 규제 혹은 추가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린다.

- 앞서 정부는 기업이 혁신과 창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첫 번째는 공정경쟁의 확립과 규제 개혁이다. 그 다음에는 고용 문제가 있다. 고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혁신 인재 양성이다. 필요한 곳에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수요과 공급을 맞추겠다는 생각이 상당히 있다.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기반 구축도 중요한 부분이다.

공급망 안정에도 힘쓸 것이다. 최근 미국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술 공급망을 따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참여해 기술을 갖추고 공급망을 충분히 하고자 한다. 안정적인 겨제운용과 지역발전도 중요하다.

마지막은 도약과 재도전을 위한 국가 서비스 제공이다. 성장 위주로 갈 계획이지만, 실패한 기업에게도 재도약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재도전도 실패할 경우에는 충분한 복지를 해주겠다는 게 윤 후보이 생각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기업이 즐겁게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김소영 교수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국제결제은행(BIS) 자문역
-아시아개발은행 ADB 컨설턴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외자운용원 자문교수
-홍콩중앙은행 소속 홍콩통화금융연구소 연구위원
-現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
-現국제금융학회 부회장
-現한국한미경제학회 회장, 한국IEFS학회 회장
-現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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