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분할 보완책 마련 등도 촉구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국가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 대표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주지 않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외국인 전자동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었듯, 기관·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약자인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한투연에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부분은 크게 ▲공매도 제도 개선 ▲상장사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손실에 대한 보완책 마련 등이다. 매년 약 30개 기업이 상장폐지되고 있는 현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때, 단순히 개인주주의 이익을 넘어 다양한 경제적 기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주식으로 돈을 번 개인은 소비를 확대하고, 주가가 오른 기업은 투자를 늘려 기업가치를 증대하며, 국가는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게 되면 실물경제와 기업, 국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국민이 잘 사는 나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감신문은 17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나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사진 이건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사진 이건 기자

 

Q.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

2019년 10월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해주지 않으니까 우리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자, 그러면 ‘기울어진 운동장’도 차츰 개선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소수 인원이 모여 만들었다. 네이버 카페를 홈페이지 삼아 활동 중이며, 현재 회원 수는 5만명을 조금 웃돈다.

Q. 최근 공매도 전면 재개 이슈로 뜨겁다. 대대적인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쳐온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을 것 같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공매도에 반감이 많은 나라도 없다. 그만큼 공매도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개인주주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한양대 교수팀 논문에 따르면 공매도 주체가 개인투자자 신용투자 대비 40배 수익을 낸다고 한다. 이런 끔직한 수익 차이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우리나라는 공매도의 98% 가까이를 외국인과 기관이 점유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별칭이 ‘기울어진 운동장’ 그리고 ‘외국인 전자동 현금인출기‘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 유독 공매도 문제가 많을까. 이유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직접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처럼 기관에 맡기는 간접투자의 비중이 낮다. 그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를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온다.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정보도, 실력도 부족하다. 거기에 한 군데로 뭉치는 방향성도 뒤처지니 손쉬운 먹잇감이다. 

공매도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이고 선진국에서는 순기능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기능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그들은 기본적인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공매도만 하는 게 아니다. 현물로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린 뒤 고점에서 현물을 팔면서 추가 공매도를 실행해 하락폭을 가파르게 하며 수익을 챙긴다. 무한 반복 사이클이다. 그 흐름을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당할 재간이 없다.

금융당국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세금만 걷으려 할 뿐, 보호해 주진 않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만들고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했다. 비유를 하자면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대기업, 개인주주는 중소기업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마련해줘야 했으나 그동안 전무했다. 돈을 잃어도 그건 개인의 책임이고, 정부가 보호해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수십년간 정부의 기조였다. 국민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 이건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 이건 기자

 

Q. 공매도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하지만, 올해 6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가 필요하지 않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염원이기도 한데. 

언젠가는 편입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정부에서는 MSCI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순유출 된다고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3조원, NH투자증권은 18조원, 한국투자증권은 43조원이 순유출 된다고 봤다. MSCI 지수 편입을 통해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신흥국 지수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게 더 많다는 거다.

무엇보다 MSCI에 편입하려면 역외 외환시장 개방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주식시장 자금 순유출이 더해지는 상황이라면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MSCI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재개를 조만간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재개에 앞서 공매도 제도 개선부터 선행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구체적 개선 내용은 ▲공매도 의무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 ▲담보비율을 미국처럼 140% 이상으로 통일 ▲무차입공매도 당일 적발시스템 구축 ▲종목별로 공매도 총량제 도입 ▲미국처럼 기관·외국인 증거금 법제화 ▲불법 공매도에 대해 영업정지 등 처벌 강화다. 이에 더해서 공매도 주체 도우미라는 의심을 받는 시장조성자 제도의 폐지 또는 전면 개편도 꼭 필요하다.

Q. 이번에는 주식양도소득세 이야기를 해보겠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셨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식양도세 폐지가 상위 2%의 ‘큰손’만을 위한 공약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주식양도소득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일부분 맞지만, 90% 정도는 잘못된 논리라고 본다. 우린 양도소득세 폐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다수 개인주주와 무관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소득세는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다. 개인만 낼 뿐, 기관과 외국인은 내지 않아도 된다. 증세 부분을 개인만 감당해야 하는 거다. 반면, 양도소득세를 전면 시행하면 거래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흐름으로 가게 될 텐데, 그러면 기관과 외국인은 양도소득세 시행과 상관없이 거래세 인하 혜택을 독점하게 된다.

한투연 카페에 주식양도소득세 시행의 9가지 문제점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비교 대상 주변 국가 중 주식양도세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으며, 개인 증세와 외국인 우대로 인해 공정과 거리가 있다. 최고 27.5% 세금을 피해 서학개미가 늘어나게 돼 세수 감소 부분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른바 '큰 손'이 이탈할 수 있다는 거다. 이밖에 양도소득세를 시행하면 부동산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대만의 경우 두 차례나 도입을 시도했다가 주가가 폭락하고 폭동이 일어난 끝에 철회한 전례가 있다. 우리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Q.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보는 분위기인데.

선진국형 자본시장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미국처럼 자본시장 역사가 길고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되며 지수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나라에서는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해도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다.

정의정(왼쪽)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정의정(왼쪽)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기업 물적분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계획이 알려지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물적분할을 실시한 여러 대기업들은 우리 주식시장에 큰 해악을 끼쳤다.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시장 전체 수급에 악영향을 줬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한 메가톤급 악영향의 대명사로 우리 자본시장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본다. 

물적분할의 가장 큰 문제는 모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단팥빵을 먹으려고 돈을 지불했는데, 가게 주인이 단팥만 쏙 빼고 판 상황이다. 그러면 제품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필연적으로 기존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날벼락을 맞는 거다.

Q. 어떤 개인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처럼,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우선 배정을 하는 신주인수권 부여를 필수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 피해를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물적분할로 주가 하락 피해를 본 종목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인 소액주주들에게 반드시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도 필요하다. 차등 배당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는 방안도 제안한다. 즉, 이득을 본 대주주는 무배당으로 하고 피해를 본 소액주주에게만 배당을 늘려주는 방법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 이건 기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사진 이건 기자

 

Q. 곧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개인투자자들 피해가 상당할 텐데.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1차적 책임은 기업에게 있겠지만, 상장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한국거래소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본다. 지난 5년간 152개 기업이 상장폐지 됐다. 1년에 30개꼴이다. 그만큼 상장 심사를 허술하게 한 부분이 있는 거다. 특히 신라젠의 경우 상장 전에 발생한 임원 횡령 문제로 거래정지가 됐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거래소가 책임져야 할 것을 17만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겼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거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안고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국 등의 상장심사 등을 벤치마킹해서 사전 예방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Q. 사전 예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

우선, 기업이 상장하기 전에 한국거래소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검증하는 방법이 있을 거다. 상장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사후 점검을 해야 한다. 회계 감사 항목에 추가해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정상 또는 불완전 정보를 투자자들이 알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또 기업의 상임감사의 권한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감사업무가 이뤄지게끔 계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Q. 최근 고무적인 건 주식시장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거다.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작년에 1000만 주식투자자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모든 세대가 주식투자를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이익보다 손실을 많이 봤다. 어르신들이 "주식은 도박이다"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는데, 주변에 주식으로 망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그동안에는 이런 것들이 개인 실력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내막을 알고 보니 불공정이 숨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버는 사람만 벌고,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 잘못된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공매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 상승으로 국민 1000만명이 행복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가 꾸준히 올라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벌면 필히 소비로 이어져서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은 기업가치가 올라가서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국가는 세수가 늘어난다.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게 되면 가계는 물론 실물경제와 기업,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되는 거다. 그러면 국민이 잘 사는 나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과거처럼 "주식 투자 손실은 너 책임이야" 하고 방치하면 안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든 것처럼 1000만명의 주주를 돌보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개인이 손해를 덜 보는 방향으로 주식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존재하듯 사회적 약자인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조직이라도 기존 금융당국 안에 신설할 것을 제안하는 바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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