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투자자는 ‘배당주’, 장기투자자는 ‘성장주 분할매수’ 추천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불확실성 장세, 제한된 지수대에서 장기적으로 횡보하는 지루한 흐름의 장세가 한참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7일 공감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 흐름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약세장 초반부에 나타난 급락 국면은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 되고, 그 이후에는 지루한 횡보 국면이 펼쳐질 것이란 판단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코스피지수가 1700~2200포인트대에서 장기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2010년대 중반 상황을 예로 꺼내들었다. 

최근 회자되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는 그때 만들어진 용어다. 2011년 5월 2일 기록한 당시 최고치(2228.96포인트)를 경신하는 데 무려 6년(2017년 5월 4일 2241.24포인트)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유동성이 주도하는 시장은 훨씬 예민하고 변동성이 높으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물론 레벨은 과거보다 조금 높아져 있는 상태지만, 기본적으로는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장기간 박스피 국면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투자자와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에게는 배당주를, 장기투자자에게는 성장주 분할매수를 추천했다. 나아가 성장주 종목을 선택할 때는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사이클이 시작되면 펀더멘털이 약한 종목은 거품이 빠지면서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IT 버블 때처럼 말이다.

다음은 정용택 수석연구위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지난 2년간 비정상적 장세…
통화정책 전환과 조정 압력이 약세장 이끌어 

Q.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 왜 그런가.

직접적인 하락 요인은 통화정책의 전환이다. ‘지정학적 위험→유가 압력→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통화정책 전환 속도 가속화’ 등 연결돼 있는 일련의 요인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쭉 이어져 오면서 시장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을 했다.

물론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이른바 ‘금융불균형’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들이다. 경상적인 또는 실물적인 경기에 대비해 조금 과하게 상승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 압력이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본다.

Q. 코로나19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1400선대로 추락했다가 3000선까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것인가.

밎다. 우리는 금융 연관 배열로 표준편차 밴드를 두는데, 지난해 2분기에 밴드 상단을 넘어갔다.(적정 지수를 벗어나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미) ‘업노멀’(abnormal, 비정상적)한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보는 게 맞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적정 수준으로 회귀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나.

금융불균형이 원래로 회귀하거나 축소되는 과정에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장을 길게 보면 과대평가나 과소평가 되는 국면이 발생을 하면 평균으로 회귀하는 동인이 나름대로 게속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Q. 다른 아시아증시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증시가 글로벌 리스크에 유독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취약점이라기 보다는 우리 경제가 갖는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높다. 수출 비중이 굉장히 높고, 수입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높다. 그러니 글로벌 경기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성이 약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수출품이나 생산품을 보면 자본재나 중간재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경기에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우리나라 수출증가율 등을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교역 규모나 이런 부분들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일종의 ‘대용시장’이라는 생각이다. 

중국은 아직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가격 통제도 있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도 있다. 그런데 경제 규모는 2위다. 그러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데 (중국시장 투자는) 리스크가 크니까 상대적으로 규제는 적고 경제는 밀접하게 연동돼 있으면서 유동성이 비교적 있는 시장을 찾게 된다. 그게 우리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3월 FOMC 증시 충격 강도, 1월보다는 약할 것

Q. 연준의 긴축 강화 가능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립 등 증시를 둘러싼 여러가지 악재가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어느 정도까지 선반영돼 있다고 보는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긴 사이클에서 보면 2/3 이상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증시가 급락한 건 최근 한달의 일이다. 하지만 우니라나 증시는 이미 지난해 중순 3300포인트에서 20% 넘게 하락했다. 선제적으로 조정에 들어갔고 조정 폭도 상당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약세장 초반부에 나타난 급락 국면은 올해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그 이후에는 지루한 횡보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Q. 당장 다음달에 연준의 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 회의 때와 비교해 증시 충격 정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충격 자체의 강도만 보면 1월이나 지난해 12월보다는 약할 것이다. 나올 만한 이벤트는 거의 다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3월 주가가 얼마나 충격을 받느냐는 2월 주식시장이 얼마나 ‘리바운드‘(다시 튀어오르다) 하느냐에 달려 있다. 2월에는 통화정책의 영향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반영되는 장이라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등폭이 크다면 3월 충격은 클 것이고, 반등폭이 별로 없다면 (충격도) 적을 수 있다.

Q. 잠깐 채권 시장 이야기를 해보겠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 이유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 주신다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기대다. ‘올해 기준금리를 안 올릴 수 있다‘에서 ‘3번 인상한다‘로, 또 이제는 ‘7번 인상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단기금리가 올라가는 부분이 하나 있다.

두 번째는 장단기 금리차는 향후 경기둔화를 예측하는 부분인 만큼, 기본적으로 경기둔화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경기전망이 어두울 수록 장기금리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 번째는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면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장 높고 3년 이후는 되게 낮다. 이런 부분이 금리 슬로프(경사)에 반영되면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장기금리는 경기에 대한 기대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단기금리 대비 높아야 정상이다. 이것이 줄거나 둔화한다는 건 향후 경기나 상황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에게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정용택(오른쪽)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정용택(오른쪽)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연준 통화정책 '금리→양적부분' 무게 중심 이동…
7번 금리 인상 가능성 적어

Q.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래리 핑크의 말에는 ‘단기금리가 2.5%로 상승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있다. 단기금리가 2.5%까지 상승한다는 이야기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7~8번 올린다는 걸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있다. 다만 우리는 이 부분에서 초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연준 정책을 이야기할 때 금리만 언급한다. 금리를 몇 번 올릴까, 얼마나 올릴까에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연준의 통화정책 중심은 이미 금리에서 양적인 부분으로 옮겨와 있다.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러가지 대응을 했다. 그 중 가장 의미있고 특이했던 건 금리를 빨리 내린 게 아니라 채권을 엄청 사준 거였다. 특히 물가연동채권을 대거 사들였는데, 2020년에는 미국에서 발행된 전체 물가연동채권 발행 금액보다 연준이 순매수간 금액이 더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지난해에도 전체 발행 금액의 40% 가까이를 매수했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물가연동채권을 대거 사들였을까. 물가연동채권을 대규모로 매수하면 물가연동채권 금리를 내릴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일반 국채금리에서 물가연동채권 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건 실질금리를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질금리는 비용이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지출이나 투자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연준 입장에서는 딜레이 없이 빠르게 인플레이션과 경제를 자극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지금은 통화정책의 목표가 바뀌어 긴축 정책으로 전환을 했다. 그러면 이완할 때와 마찬가지로 금리가 아닌 양적인 정책을 중심 축에 놓을 가능성이 높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빠르게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합해 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2.5%까지 높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Q. 그래도 시장에서는 7번 인상 전망이 나오고 있지 않나.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미 연준의 실질금리가 자연이자율보다 높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실질금리가 더 높으면 경기 위기가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미국의 자연이자율이 4% 정도였다. 이후 금융위기가 끝나면서 1.5%까지 내려갔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났을 때 자연이자율이 2.5% 이상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나 영국처럼 미국도 팬데믹을 거치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이자율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 즉,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허들도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준은 금리를 많이 올릴 수 없다. 금리 인상은 굉장히 귀한 카드다.

Q. 연준은 금리 인상 시그널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부분이 있다. 연준이 코멘트를 하고 점도표에 찍는 것은 일종의 시그널링 효과다. 이런 시그널은 정책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강하게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정책 전환 초기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장 클 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이 2014년 들어오면서 정책 전환을 했는데, 점도표를 보면 그때가 가장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찍히고 그 뒤로는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정책 전환의 초기니까 코멘트는 가장 매파적으로 나오는 게 정상이다. 우리는 2분기를 지나면서 물가지표의 기울기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연준의 코멘트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Q. 급격한 장단기 금리차가 연준의 긴축 시계에 미칠 영향은.

뉴욕 연준에서 경기침체 확률을 작성하는데, 장단기 금리차 확률 분포를 변수로 활용한다. 즉, 장단기 금리차가 연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파르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조정된다면 긴축 스케줄도 조정이 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 사진 이건 기자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은 분할매수로 접근… 단, 펀더멘털 확인 필요

Q.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불확실성 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불확실성 장세, 제한된 지수대에서 장기간 횡보하는 지루한 흐름의 장세가 한참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년간이 오히려 굉장히 업노멀(비정상적)한 구간이었다. 레벨은 과거에 비해 조금 높아져 있는 상태지만,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시장은 기본적으로 박스권 내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 장세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는, 시장의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바뀌고 있어서다. 경기 사이클이 사라지면서 자산 가격에 대한 펀더멘털의 설명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경제성장률로 대변되는 펀더멘털이 자산 가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정책이나 시장의 자금쏠림 같은 나머지 부분들이 설명을 한다. 유동성이 주도하는 시장은 훨씬 예민하고 변동성이 높으며 불안정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등했다가 급락하고 이후 횡보한 게 2013년부터 2017~2018년까지다. 우리나라에 '박스피'라는 용어가 횡행하던 시기였는데, 그런 국면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지수로 재미를 볼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Q. 지금이 삼성전자·카카오·네이버를 저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시 빅테크 기업은 분할매수로 하는 게 맞다. 다만 2000년 IT 버블 사태 때를 보면, IT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쭉 오르다가 하락한다. 새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펀더멘털이 약한 기업들은 걸러지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2차전지 등 이름이 붙으면서 우후죽순 올라갔다면 이제는 펀더멘털에 따라 정리되는 과정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처럼 검증이 끝난 건 인덱스 투자 개념이다. 장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할만 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외 나머지 빅테크는 펀더멘털을 봐가면서 접근해야 한다.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분할매수를 하면 된다.

Q. 현재의 불확실상 장세에서 투자성향에 따른 투자전략을 추천해 주신다면.

이런 장세에서는 단기투자로 그 변동성을 다 쫒아갈 수가 없다. 차라리 본인이 단기투자자거나 조금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변동성에서 벗어나 있는 주식을 사는 것이 맞다. 대표적인 게 배당주다. 개인적으로는 은행주를 선호한다. 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면 배당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장기투자를 선호한다면 성장주를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정책을 보면 교집합 사업은 비슷하다. 2차전지, 친환경, 바이오 같은 것들이다. 이와 연관돼 있는 성장주를 주가가 빠질 때마다 분할해 담으면 된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정용택 수석연구위원 프로필

-중앙대 응용통계학 학사
-신한금융투자
-한누리살로먼증권 조사역
-삼성자산운용 선임조사역
-유진투자증권 매크로팀 팀장
-KTB투자증권 매크로팀 팀장
-KTB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現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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