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결정 기준, 물가...환율, 기재부·한국은행 정책공조로 풀어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외환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환정책 담당자들을 전원 강제휴가 보내면 오히려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15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을 유지·안정시켜야 한다는 신화를 버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26.1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 이후 13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달 말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역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 교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환율이 아닌 물가에 집중해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물론 일정 부분의 정책공조는 필요하다. 전 교수는 “단기적으로 원화 절하를 하되(기획재정부), 필요 시 8월 빅스텝을 한 번 더 할 수 있으니 과도하게 동요하지 말라는 구두개입을 하는(한국은행) 등의 정책조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미 일정한 노하우가 쌓여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인터뷰는 총 2회로 나눠 정리했다. 첫 번째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환율, 두번째는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 민생안정대책에 초점 맞췄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Q.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50%p 인상을 결정했다. 사상 첫 빅스텝인데, 어떻게 보는가.

-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적어도 (기준금리 인상) 당일날 증권시장이나 외환시장은 조금 오르락내리락 했을 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가 2%인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었고, 몇 개월 뒤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9%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안 올리면 오히려 직무유기인 거다.

Q. 한국은행이 과감하게 빅스텝을 결정하긴 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면 일시적으로라도 한미 금리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한미 금리역전 시 일시적인 외환의 유출입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거를 (한미) 금리 일치로 막아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외환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정책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금리인상이고, 두 번째는 환율 절하를 용인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외환보유액을 헐어서 (한국시장을) 탈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공급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 중 세 번째 방법은 (한국은행이) 쓰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럼 금리인상과 환율 절하라는 두 가지 수단이 남는다. 이 중 금리인상은 한국은행, 환율 절하는 기재부의 권한이다. 개인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원화 절하를 하되, 필요 시 8월 빅스텝을 한 번 더 할 수 있으니 과도하게 동요하지 말라는 구두개입을 하는 등의 정책조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은행이나 기재부 외환담당자들에게 일정한 노하우가 쌓여있으리라 생각한다.

Q. 빅스텝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의 발언을 보면 당장 한미 금리역전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 아마 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 폭을 0.75%p 수준으로 본 상황에서 한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빅스텝 결정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생산자물가지수가 두자릿수로 나오면서 0.75%p를 넘어 1.00%p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표 당시보다 (한미간) 금리역전을 조금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Q. 한국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유독 원화의 절하 폭이 큰 상황이다. 왜 그런 것인가.

-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훨씬 많이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개도국의 경우 시장 개방 정도가 크지 않거나 투자의 신뢰성이 높지 않아서 애초에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지 않다. 이마저도 직접투자의 형태이지, 주식시장에 들어가서 소위 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규모는 작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들어오는 것도 자유롭고, 나가는 것도 자유롭다. 가격도 위·아래로 비교적 신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다른 개도국과 비교하며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원화 절하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들이 있다. 옵션 같은 파생상품들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시장이 원화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숏(매도) 포지션’을 취했는데, 당국이 환율을 임의의 수준에서 붙들어매면 이 옵션은 휴짓조각이 된다. 특정 집단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인 거다. 환율조작국 시비도 있을 수 있다.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전성인(왼쪽)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전성인(왼쪽)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요즘 ‘스태그플레이션’이냐 ‘슬로우플레이션’이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교수님의 생각은.

-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은 오래된 용어인 데 반해 슬로우플레이션은 최근 나온 신조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상황이라면, 슬로우플레이션은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로 보인다.

그런데 옛날에는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도 경기침체기로 분류했던 적이 있었다. 음수(-)가 돼야만 경기침체기라면 한국의 침체기는 1980년 광주사태,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정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경기침체라는 말을 수없이 썼다. 경제성장 추세선이 장기 추세선 밑으로 내려가면 흔히 경기침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경기둔화와 경기침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분 자체가 엄밀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경제성장 경로가 올해 2월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보다 낮아졌고 물가 상승률은 오를 것이란 사실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냐 슬로우플레이션이냐의 문제는 그것을 무엇으로 부를 것이냐의 차이일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이 10월 선거 때문에 슬로우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든게 아닐까 싶다. 조금 둔화되긴 했으나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다. 나아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는 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각파도를 막을 튼튼한 방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금융·통화당국은 정책 공조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인데, 관련해 조언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첫 번째는 통화·금융 등 거시지표 통제와 관련한 정책공조다. 이 부분에 대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은, 환율을 유지·안정시켜야 한다는 신화를 버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이 제도가 주는 교과서적인 혜택은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을 국제금융시장 동향으로부터 절연하고, 국내 상황에 조금 더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을 유지·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미국 연준 기준금리에) 갖다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듯하다.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환율은 변할 수 있는 거고, 금리는 국내 경제상황을 보고 하자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분법적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정책공조를 해야 한다.

우리는 환율이 조금 올라가면 언론도, 대통령도 난리법석을 피운다. 그러면 기재부 외환정책 담당자는 기를 쓰고 환율을 안정시킨다. 그런데 이런 조치는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너 떠날거야? 그럼 내가 차비도 줄게” 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원화 절하 상황에서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으면 외국인 투자는 그만큼 손실을 현실화 해서 나가야 하니까 버틸지 나갈지 고민을 하게 될 거다. 

그렇게 (관리)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못한다. 공무원 습성이다. 차라리 외환정책 담당자들을 전원 강제휴가 보내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교과서적으로 제대로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이 미국의 강력한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금융시장에 혼란이 와서 한국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은 당연히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것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전성인 교수 프로필

- 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국장
- 한국경제학회 KER 발간위원회 위원
-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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