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민생안정대책 사전 소통 과정 없어 아쉬워...소득세 감면 등 혜택 제시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금융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대출 상환부담 경감에 초점 맞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잡음이 일었다. 90일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에 대한 원금 최대 90% 감면, 청년 ‘영끌족’의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특례제도 같은 것들이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적인지, 아니면 이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기할 기회를 주고 생산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제에는 더 득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대책 발표 이전에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었던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전 교수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성실하게 빚을 갚는 우리’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는 한편, 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주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법 기능을 가진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 교수는 “여야가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세법 개정안이 좋은 방향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 채무 재조정을 위한 도산 절차 정비도 당부했다. 도산법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신속채무조정법, 채무조정특례법 등 일부 특별법이라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인터뷰는 총 2회로 구성됐습니다. 

전성인(왼쪽)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전성인(왼쪽)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Q. 부채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 민생안정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90일 이상 연체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에 대한 원금 최대 90% 감면, 청년 ‘영끌족’의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특례제도 같은 것들이다.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고 보는가.

- 먼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를 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를 못한 측면이 있었다. 땡땡이 치고 바하마에 가서 낚시를 하다가 연체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들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정부가 강제로 문을 닫게 했다. 그동안 이익이 없었는데 대출을 무슨 수로 갚을 수 있겠나. ‘나중에 갚아라, 대신 전액 다 갚아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청년 영끌족에 대한 부분은 다른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사회에서, 경제활동에서 한 번 격리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은퇴를 앞둔 50대가 격리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5~10년 정도 망실되는 거지만, 청년 한 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경제활동에서 낙인을 찍으면 30년 가까이 경제활동의 기여도를 날려버리는 꼴이 된다.

우리는 돈을 못갚는 청년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적인지, 아니면 재기할 기회를 줘서 생산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영끌로 코인을 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집을 샀다. 이들의 채무를 재조정해주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에 경매 물건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가뜩이나 간당간당한 부동산 시장을 하방으로 압박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기보다는 채무 재조정을 하는 과정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김주연 금융위원장이나 윤석열 정부에서 사전에 사회적 대화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쫓아내고 나서 젊은층 표가 떨어지니까 국민 세금으로 (젊은층에) 뇌물 주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더라. 그만큼 소통이 없었던 거다. 

Q. 영끌 청년에게 재기할 기회를 줘서 생산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게다가 청년들이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면 우리 세금이 또 투입되는 문제 아닌가.

- 그렇다. 한 사람이 고등학교·대학교를 나오면서 축적한 인적자본은 상당한 국민세금이 투입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서울역으로 내쫓는다?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을 한 번에 날리는 꼴이 된다.

그 이후도 문제다. 그 사람에게 제공하는 급식차도 사회적 비용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게(채무 재조정)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을 생산현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크게 봐야 한다. 

그럼 손해는 누가 보냐. 은행이 보면 된다. 은행에 그동안 왜 이자장사를 했냐고 지적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Q. 어떤 식의 고통 분담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했다.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배부른 건 사회적 고통분담을 안했기 때문이니 문제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은행의 팔을 비틀어서 대출금리는 낮추는 것보다는, 채무 재조정에 힘쓰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은 정부가 재정을 가지고 이렇게 하겠다는 것일 뿐, 그 안에 금융기관이 돈을 얼마를 넣고, 정부와 합심해서 어떻게 구조조정하겠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원래 채무 구조조정의 핵심은 채권자가 손실을 일부 분담하는 거다. 어차피 서류에 쓰여진 금액(총 채무+이자)은 파산 처리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사람을 파산시키면 우리(은행)는 얼마를 받을 수 있지? 만약 채무 재조정을 도와주면 그것보다 많이 받을 수 있나? 그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Q. 대책 세부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 저소득·저신용자, 청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용도가 높지만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차주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모습이다. 정부에 추가적으로 제언을 해주신다면.

-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원청·하청 관계에 놓여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원청인 대기업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종의 동반성장이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맨 최상위 계층의 손익은 크게 변동이 없다. 반대로 먹이사슬 맨 밑에 있는 쪽은 경기 변동에 크게 휘청인다. 경기가 나쁠 때 밑(하청)을 쥐어짜서 이윤을 위(원청)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걸 하지 말라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입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가가 6%씩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박탈감이 불만으로 분출될 경우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비해 노사정 대화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단,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대화여야 한다.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조건으로 기업은 물가를 올리지 않고,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는 등의 제안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우리들이라는 카테고리가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득세나 법인세 같이 생산활동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춰주는 거다. 물론 정부 세수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조금 더 거둬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산을 생산에 쓰지 않고 깔고 앉는 쪽에 대한 세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Q. 부동산을 말하는 것인가.

- 그렇다. 만약 내가 가진 땅에 건물을 올리고 월세나 상가 임대료를 받는다면 그건 생산활동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깔고 앉아있는 건 가격이 더블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어려운 문제다. 이런 조치가 전체적으로 경제를 건실하게 만들고 결국 콘크리트를 붙들고 있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라는 걸 잘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게 정치적인 리더십이다. 

Q. 국회에서도 각 당별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 중에 있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일까. 또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드린다.

- 보수 정부가 진보 정부에 비해 잘하는 건 조세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초기에 실시한 세제개혁은 당시 야당의 진보단체들도 괜찮다고 인정했었다. 

이번 정부에서도 종합적으로 세제개편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관련 세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쭉 나오게 될 것이다. 보다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세법 개정안이 좋은 방향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조세제도가 바뀔 수 있도록 힙을 합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단기적으로 중요한 건 채무 재조정을 위해 도산 절차를 정비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나 다른 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로 도산법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신속채무조정법, 채무조정특례법 같은 한시 특별법을 시행하면 된다. 

신용불량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부동산 매물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면 집값은 떨어지고 지방 미분양은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나랏돈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힘겨루기보다는 여아가 서로 협력함으로써 법 제정에 속도를 내줘야 할 때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전성인 교수 프로필

- 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국장
- 한국경제학회 KER 발간위원회 위원
-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