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세계경영’ 정신 계승… 1300명 ‘김우중 키즈’ 키워”
“화교·유대인 네트워크 능가하는 연합체 만드는 꿈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신화’를 일군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어록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빌려 이같이 말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대우가 해체된 지 10년이 지난 2009년, ‘대우맨’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대우의 세계경영 정신을 계승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세계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40명으로 시작해 지난해까지 약 1300명의 ‘김우중 키즈’를 배출했다.

박 부회장의 꿈은 화교·유대인 네트워크를 능가하는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김우중 키즈들이 각국의 다양한 산업에 포진해 있다”면서 “연합체가 만들어지면 서로 도와주는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지고, 이를 통해 결집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박 부회장은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나가고 두드리라”라고 조언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로 향하라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한국 청년들은 ‘노마드’(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꿔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 기질이 있으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Q. 올해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 대우가 잘했던 게 좋은 인재를 많이 길러낸 것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많이 도왔다는 것이다. 대우가 잘했던 것들을 자료화해서 누군가 보고 참고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창립 목표였다. 그러던 중 동남아에 계셨던 김우중 회장님이 “베트남에 왔던 한국 청년들이 적응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언어가 안 돼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현지 언어를 완벽하게 훈련시켜서 내보내보자”고 제안하셨다. 

40명부터 시작했다. (1인당) 2000만원씩 들여 언어교육과 직무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을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중소기업으로 보냈다. 그렇게 청년 1300명을 키워냈다. 대우 출신이 아닌 분들이 부러워하며 대단하다고 한다. 기업에서는 좋은 인재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한다. 학생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나눈다. 최근에는 결혼식 주례도 섰다.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낀다. 

Q.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회장님의 정신을 계승해 연구회에서도 많은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대표 사업을 소개해 주신다면?

- 앞서 말씀드렸듯 청년 인재를 양성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4년 김우중 회장님의 3주기를 기념해 출간된 대담집 『김우중과의 대화』의 부제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였다. 원래의 어록에 ‘아직도’를 붙인 거다. 원래도 시장이 큰데, 소득이 높아지면 시장은 더 커지게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더 많아졌다’고 말하고 싶다. (해외시장에) 나가보면 숱하게 많은 기회가 보인다. 더 많은 청년이, 더 많은 기업이 세계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자 한다.

Q.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GYBM)에 대한 김우중 회장님의 애착이 대단하셨던 걸로 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 대부분의 대학 총장은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나면 끝이다. 하지만 회장님은 꼭 그 회사를 순방하고, 최고경영자(CEO)·공장장과 함께 식사를 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다. 또 업무협약(MOU)을 맺은 해외 현지 학교에 교육과정을 위탁하고 있는데, 회장님은 해당 학교의 총장과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필히 초대했다. 우리 편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셨던 거다. 친구들이 뭔가를 할 때 원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하셨던 것 같다.

Q.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고충이 많으셨을 것 같다. 

- 현재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각각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비자 발급이 안 됐다. 취업비자를 받으면 어떻게든 갈 수 있지만, 부모님들이 많이 불안해하셨다. 아무래도 동남아 지역이다 보니 보건에 대한 걱정이 있으셨던 거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GYBM 모집 인원이 200명에서 100명으로, 또 50명으로 줄었다.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도 있지 않나. 나름대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

Q. 한국외대 학생들의 니즈가 있을 것 같은데.

- GYBM 과정에 들어오면 100% 취업이 가능하다. 외대 학생들은 언어가 되기 때문에 교육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베트남어를 전공했다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면 된다. 교육과정이 끝날 때 두 개 언어를 쥘 수 있는 셈이다. 고민 중인 친구들이 있다면, GYBM을 동남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파워를 키우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Q. GYBM 수료자들은 보통 어느 나라에 취업하나. 만족도는?

-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이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일자리가 많다. 만족도는 높다고 본다. 만족도가 낮다면 지금까지 이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보통 첫 연봉이 4000만원 정도다. 한국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베트남 등 나라의) 물가가 싸기 때문에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크다. 그리고 월급이 달러로 들어오면 은행 이자율이 8~9%나 된다. 2~3년만 일해도 충분히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거다. 한국 대기업에 입사하면 시킨 것만 해야 한다. 내 위로 층층시하(層層侍下)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업무 권한이 많다. 한국에서 20년 해야 배울 수 있는 일을 5년이면 다 해볼 수 있다.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는 것이다. 
 

박창욱(왼쪽)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창욱(왼쪽)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외에 새롭게 눈여겨 보는 시장이 있다면?

- 물건을 파는 마켓(시장)으로 보면 중남미도 좋고, 중앙아시아도 좋다. 하지만 일자리만 놓고 본다면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나라가 맞다. 선진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은 벽이 높다. 이를 제외하고 보면 동남아가 남는다. 중앙아시아에서도 같이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일자리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중남미는 미국 시장을 내다보고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으나 대기업 위주다. 우리의 취지와 맞지 않다. 한정된 업무를 맡기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기회를 줄 수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동남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Q. 1인당 2000~2500만원 상당의 해외 연수비용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계신다. 비영리단체로서 자금 마련의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 정부에서 절반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회원(대우 전직 임직원 중심)과 기업의 후원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강사분들도 재능기부 해주시고, (연구회) 스태프들도 최대한 아끼면서 생활하고 있다.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이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5년에서 10년 정도 더 하면 수료생들이 창업해 또다른 후원자로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홀가분하게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Q. GYBM의 최종 목표는 결국 글로벌 청년창업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료자에 대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나?

- 우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을 어떻게 개척하는 게 좋을지 조언을 하기도 하고, 마케팅을 돕기도 하고, 투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도 한다. 물론 직접적인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롯데벤처스와 동남아 지역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GYBM 출신들을 지원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밖에 다양한 벤처캐피탈 등과 제휴해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돕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Q.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그리는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다. 짧게는 5년, 혹은 10년 안에 (GYBM 출신이 경영하는) 기업이 200~300개 규모고 확대되면 느슨한 연합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룹의 강력한 총수가 있는 게 아니라, 로펌처럼 하나하나가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로 도와주는 의사결정 구조가 굉장히 빨라질 수 있다. 꿈을 덧붙이자면, 화교나 유대인 네트워크를 넘어서고 싶다. 다양한 산업에 분포해 있는 만큼, 결집된 힘을 만들자고 하면 금방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 전에 총동문회를 만든 것도 그런 의미였다.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어떤 분들은 한국에도 사람이 부족한데 왜 해외로 내보내냐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섬이다. 여기에만 갇혀 있으면 보는 눈이 좁아지고, 자연스레 활동 폭도 줄어든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해외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말하고 싶다. 꼭 우리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된다. 20%는 나가야 한다. 한국 청년들은 노마드적인 기질이 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 잘 되면 큰 시장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거고, 실패하더라도 큰 시야를 얻었으니 됐다. 한국에 돌아오면 뭘 해도 잘 할 거다. 제발 나가고 두드려라!

어른들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아이와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해외시장으로 나가고자 하는 모티브를 주는 것은 국가가, 대학이 해야 할 역할이다.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은 인간관계 단절의 시절이었다. 정부 예산 등을 활용해 청년들이 해외시장을 한달이라도 경험해 볼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박창욱 상근부회장 프로필

-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 총괄
-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 전) 주식회사 대우무역 인사부, 기획부장
- 전) 주식회사 지비스타을 경영총괄 전무
- 전) 경희대·명지대·성신여대 겸임교수
- 저서 『인사팀장의 비하인드스토리(2021년)』 『우리에겐 세계경영이 있습니다(2020년)』 『취업의 정석(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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