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마 세탁기와 한국 백색 가전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공감신문] 박창욱 칼럼니스트= 시장의 규모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고구마 세탁기를 만들어 팔았던 회사가 있다. 중국의 하이얼(Haier)이라는 가전제품 제조회사다. 자신들도 그런 제품의 필요를 모르고 일반적인 세탁기만 만들어 팔다가 생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고장난 세탁기의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러 갔던 직원이 놀라며 “왜, 뻘이 이렇게 가득해요? 뭘 하신 겁니까?” 라고 물었더니 “고구마를 넣고 씼었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세탁기를 고친 뒤 그러지 말라며 뒤돌아 나오는 직원에게 “혹시 고구마 세탁기 만들어 주면 안 돼요?”라고 하는 말에 그 직원은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요”라며 답을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기록한 A/S 일지를 본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 회장이 ‘한 번 만들어 보지. 고객이 원하면’이라며 개발해 출시했더니 큰 히트를 쳤다. 대한민국 국토 크기만한 지역이 고구마 경작지였던 것이다. 숨어있는 시장을 뒤늦게 찾은 것이다. 그 세탁기 기능을 발전시켜 과일, 조개까지 세척하는 기능으로 발전됐다고 한다.

돌이켜 보니 필자가 20여 년 전 중국 청도에 갔다가 본 ‘하이얼’이라는 가전제품 제조회사의 숨은 이야기이다. 당시 필자의 눈에는 변변찮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 규모로 성장해 지금은 세계 3위의 가전회사가 됐다. 2016년에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의 가전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기업 경영에서 폭발점으로 가져오는 상황은 수없이 지나간다. 아마 하이얼도 이 사건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시장 규모 차원에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한국 시장의 냉장고 발전과 우리의 자신감

한국 또한 인구도 늘었지만 급속한 성장에 의해 1인당 GDP가 35,000불까지 성장을 했다. 그 성장에 힘입어 냉장고의 발전도 눈부시다.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던 때에서 개인 소득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의 주먹거리인 김치 맛에 민감해짐에 따라 김치냉장고가 분리됐다. 소득이 더 커지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와인에 맛을 들이며 적합한 온도에 민감해지면서 와인냉장고가 탄생하게 됐다. 그 이후에는 여성들의 화장품 고급화에 따라 보관에 좋은 온도에 민감해지며 화장품 냉장고가 출시됐다. 그런 놀라운 제품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소득이 커지며 비례해 나타나는 숨은 욕구를 자극해서 나타난 정직한 결과이다.

해외 취업의 비전 – 글로벌 시장의 규모

20년 전 우리 앞에 서있던 IMF 외환위기. 경험도 없고 지혜도 없었던 국가 지도자 덕분에 백척간두에 섰던 상황의 일들이 눈앞에 지나간다.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정부 주도로 자동차, 조선, 전자 산업과 항공, 철도차량 산업을 억지로 구조조정을 해 나갔다. 필자는 대우그룹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그 생생한 현장을 봤다. 당시에는 일개 실무자로서 국가적 상황을 지켜만 봤지만 가전 산업, 조선 산업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돌이켜 보면 정말 우둔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다.

특히 전자산업은 백색가전(냉장고, TV, 세탁기 등 백색 외양이 주종을 이루던 제품을 지칭하던 말) 주력 회사의 억지 통폐합으로 수많은 직원들이 가슴 졸였고 결국은 전체 글로벌 시장의 기회를 놓쳐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국내의 한계를 글로벌 이머징 마켓인 중남미, 중동 지역의 신흥국가들의 성장에 맞춰 새로운 제품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강자의 위치를 유지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우리 기업들의 역량도 잘 알지 못하는 대다수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의 오만함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우리에겐 동남아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최근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산업이 높은 소득을 만들었고 이로 인한 근로 의욕 감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기업 원가의 한계 상황으로 한국을 떠나 자리잡는 오프쇼어링(off shoring)으로 일자리의 축소만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들도 점차 우리의 경제 영토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현지에서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중국의 고구마 세탁기의 원리로 시장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동남아 지역을 거대한 하나의 시장으로 설정하고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에 도전하는 한국의 젊은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 젊은 날의 인생을 즐기기는 이만한 곳도 없다고 한다. 여러 가지 명목으로 눈먼 돈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치열하게 일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한다.

글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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