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 수출 순위 세계 6위….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무이한 나라다. 1945년 광복 이후 불과 70여 년 만에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금융, 특히 자본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여전히 신흥국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다.

13일 공감신문과 만난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합일된 비전 아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는 실행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본시장은 결국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인 만큼, 선진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부 표심 잡기 이슈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여러가지 마이너한 제도적 이슈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김영도 실장은 경제학 박사로, 국내 자본시장·단기금융시장·금융규제·은행산업 전문가로 통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올해 자본시장 화두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Q. 올해 자본시장 최대 화두는 무엇인가.

- 상반기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시장 안정이다. (금리인상 등에 따른) 여러가지 이슈가 2분기 정도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가정 아래, 하반기에는 자본시장 성장을 위한 아젠다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Q.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 인사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대다. 지금 상황을 보면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해도 5~6%대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연준에서도 긴축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시장이 워낙 좋지 않나. (연준이) 시장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지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까지 가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높은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Q. 블룸버그 기사를 보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연준의 긴축기조에 힘이 실릴텐데.

- 긴축기조 자체는 금리를 추가로 높인다는 것보다 높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금리 수준만 보면 1~2차례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정점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지가 관건이다. (연준에서) 여러가지 지표를 보면서 대응한다고 했으니,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한다.

Q.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이 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 레고랜드발 신용경색은 우량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본다. 다만 소위 이야기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이슈는 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부동산 PF의 완결은 결국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하고 파이낸싱이 회수되는 것인데, 현재 분양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Q. 금리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올해 2분기부터 진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부동산 대출만 놓고 보더라도 금리인상 여파가 반영되는 데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린다. 작년에 올랐던 기준금리 인상분은 올해 상반기부터 반영되는 셈이다. 문제는 금리인상 충격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데 있다. 1~2개 분기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 차주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계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Q. 금리 정점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 일반적으로 금리 정점에 도달하면 바로 금리 하방 사이클로 들어간다. 그래서 시장은 당초 금리 정점 도달 후 유지 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불확실성이 많다.

Q. 올해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유를 분석해주신다면?

- 일단 작년 하반기에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외국인 자금이라고 하는 것은 연초가 되면 집행되는 부분이 있다. 연말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연초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들어오는 거다. 특히 섹터별로 외국인 자금 유입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섹터별 저평가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Q. 한국 증시 저평가를 위해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편입 시 기대효과는?

- 세계 투자 흐름 자체가 개별 투자보다는 지수 추종형 자금이 훨씬 커져 있는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을 추종하는 자금이 훨씬 크다. 정확한 (자금유입) 규모를 알 수는 없으나, 편입되고 어느정도 포션을 차지하면 자금 유입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Q.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이 유입될까?

- 하우스마다 숫자에 대한 차이는 있다. 다만 MSCI 선진국지수와 WGBI에 편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지가 확 달라지지 않겠는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분명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Q. 외환당국이 최근 외환시장 개방 방안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쪽에서 꽤 오랜 시간 검토하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에 외환시장 운영을 너무 보수적으로 해온 측면이 있다. 오랜 시간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내놓은 방안인 만큼, 잘 판단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김영도(왼쪽)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도(왼쪽)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방 시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 지금까지 한국 외환시장은 굉장히 얕았다. 그 자체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었다. 확실한 건, 이번 외환시장 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원화에 대한 수요과 공급 자체가 두터워졌다는 것이다. 시장 자체가 두터워지면 기본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은 낮아진다. 다만 변수는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Q. 시장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잘 마련돼 있다고 보나?

- 현재 발표 내용을 보면 (외환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추후 상황을 보고 추가적으로 오픈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인 만큼, 상황을 봐야 할 것이다.

Q.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제도적으로 몇 가지 두드러지는 이슈가 있긴 하다. 대표적인 게 공매도다. 다만 단일 요인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후진적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해외에 있는 제도를 다 갖추고 있다. 추가로 운용의 묘가 필요하긴 하지만, 기업이 커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지 않나 싶다. 자본시장이라는 건 결국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시장 자체가 국제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고쳐나가면 될 문제다. 기업이 성장을 안 하는데, 제도만 고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업 성장 지원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요즘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보면 비전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시기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는 느낌이 든다. 표심 잡기 이슈에 너무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다.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 우리는 이 길로 가야 한다는 비전이 있을 거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어떤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하고 키우는 것과 크게 관계 없는 여러 가지 마이너한 제도적 이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할 부분을 놓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비전을 세우고,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실행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 염보라 기자

김영도 실장 프로필

-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
- 고려대학교 경영학(재무론 전공) 석사
-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 경제학 석·박사
- 現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現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 고려대학교 총장상(1999.2), 금융위원회 위원장 표창(2013.1), 금융연구원장 표창(2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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