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숫자에 집착하면 빈집만 늘 뿐… 국민소득 3.5만불 시대 맞는 ‘양질의 집’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전지선 기자=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시장에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가득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수도권 최대 150만 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50만 채의 신규 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국민이 실제 필요로 하는 주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총량’을 맞추는 데만 집중한다면 (임기가 끝나는) 5년 뒤 부동산 정책 평가는 과거와 비슷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국민이 진짜 원하는 입지와 형태의 주택이 아니라면,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자들 눈높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면 빈집은 빈집대로 나오고 도심 물량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국민이 실제 필요로 하는 주택의 유형을 조사하고, 그런 상품을 다각화한 뒤 어떤 지역에 얼마만큼 공급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큰 틀에서는 일관성 있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일관된 장기 로드맵이 없으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이라며 “주택 공급 체계와 도시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전체 로드맵을 세운 뒤 세부적인 정책은 시장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서 만드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며 “시장 의견을 반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심의체를 작동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신문은 지난 10일 진행한 김규정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점과 함께 올해 집값 흐름 전망, 이에 따른 내 집 마련 전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Q.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이 3주 연속 약세를 보인 가운데 서울은 7주 연속 하락을 지속 중이다. 원인이 뭔가.

- 일단 집값 자체가 너무 많이 오른 상태라 진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금리 상승기로 전환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일종의 관망 심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대선 이후 대출 정책이 바뀌거나 세금을 완화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구입을 하기보다는 새 정부의 의사결정을 보고 따라가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추격 매수 심리가 가라앉았고, 일부 급매물 외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락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Q. 그렇다면 추세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것으로 봐도 될까.

- 전문가마다 의견이 대립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최근 지표상의 수치들을 보면 거래량이 평균보다 줄었기 때문에 추세적 하락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저희가 17대 대선부터 대선 전후 6개월 집값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집값 상승 국면에서는 대선 후 상승폭이 더 커지고, 하락 국면에서는 하락폭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양 효과 또한 존재한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나 대출·세금 완화 정책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정권 초기 작동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맞물리면서 금리 인상 속도도 조금 늦춰지지 않겠는가. 그럼 새 정부 1년차에는 추세적인 하락이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Q. 우크라이나 사태를 잠깐 언급해주셨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지 않겠는가.

-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우려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경기까지 부진하면 당연히 자산시장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주식 등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실물(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있어 하락 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어차피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상품 간 비교를 하자면 부동산 쪽이 조금 더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긴축 우려를 감안해도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작년 국내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영끌 수요는 없겠지만, 시중에 풀려있는 유동성을 중심으로 올해는 장기 투자 가치가 있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신도시, 신규택지 개발 등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들이 연출될 수 있다고 본다.

Q. ‘똘똘한 한 채’를 사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란 의미인가. 

- 새 정부에서 조세 부분을 재검토한다고 해도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나 대출 같은 정책 기조 자체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력한 세금·대출 정책 하에서는 보유가치나 수익성이 높은 주택을 최소한의 수로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그래서 현재도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 않나. 그렇게 보면 그동안 나타났던 수도권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이런 것들이 주택시장에서는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Q. 윤석열 당선자가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이 공약이 집값의 추세적 하락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은.

-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 정부 1~2년차에는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지난해 정부가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했는데, 그러면 내년부터는 결과물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할 거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새 정부의 수도권 공급 계획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된다고 가정하면 물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조정장이 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겹친다면 장기 조정장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올해나 내년에는 새 정부 출범 초기 효과가 내부적으로는 조금 더 우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Q. 작년 말부터 아파트 증여가 눈에 띄게 증가한 모습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비 12월 아파트 증여는 전국적으로 9.6% 늘었고, 서울만 놓고 보면 무려 33% 급증한 것으로 나왔다. 원인을 분석해 주신다면.

- 3주택자의 경우 부동산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75%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세율이 80%대까지 오른다. 반대로 증여세율은 최대 50%다.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미리 증여하는 게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서울과 수도권의 다주택자들은 다주택자 조세 강화 부문에 맞춰 정리할 집을 이미 다 정리했다. 보유가치가 있는 집을 남겨 자녀들에게 미리 물려주는 것이다. 정책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Q. 증여 증가가 집값 안정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 실질적으로는 그 가계 안에서 분산만 되는 거니까, 가격 안정 효과가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단기간 매물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조세 부분을 재검토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현 정부에서 주택 관련 조세 정책을 전체적으로 점검한다는 입장인 만큼, 세부 조치가 나오면 증여 쏠림이나 매물 잠김 등 문제도 조금 개선될 것이라 본다.

Q. 증여받은 주택은 5년 안에 처분 시 증여가액이 아닌 최초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묶인 매물’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그리고 이것이 향후 부동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 현재 제도상으로는 그럴 수 있다. 다만 전체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절대적인 수준이 아닌 만큼 (부동산 가격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오히려 아파트라는 주택 상품의 공급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핵심 지역의 특정 집이 대물림된다는 건 자산 양극화나 계층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사진 이건 기자

 

Q. 지난 2020년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의 사용 만료 물건이 올해 7월 이후 신규계약시장에 출시된다.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을 예상해본다면.

- 지표상만 보면 전세 가격이 안정화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시장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신규 계약 물건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집주인과 세입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월세 전환이 많이 이뤄지는 추세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가격이 안정화 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7월이면 집주인들이 4년간 동결했던 가격을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기존 세입자를 교체해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도시 지역에서는 신규 전세 계약 금액이 오르면서 전세가 불안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리고 전세 가격 불안은 내 집 마련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만료 물건이 나오는 7월 전후, 2분기 후반에서 3분기까지 임차 시장에서의 흐름이 하반기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시점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 조치까지 실행되면 시장에 추가 매물이 나오면서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재작년에 한시 유예 카드를 썼을 때 3개월 동안 가격이 떨어지고 이후 더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흐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일관성 있는 장기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세부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면서 대응하는 것이 맞지만, 큰 틀에서 일관성 있게 가져갈 장기 로드맵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변동이 심했다. 그러면 무주택자나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국민들은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정책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떠안는 건 대다수의 국민일 뿐이다.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을 완전히 똑같이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주택 공급 체계와 도시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큰 그림을 세우고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추가적인 제언을 덧붙인다면.

- 세부적인 대책이나 정책을 만들 때는 시장 의견을 반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심의체를 작동했으면 한다. 전체 로드맵을 세우고 세부 정책은 시장 참가자의 동의를 얻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는데,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다.

Q. 새 정부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어떤 점이 고려돼야 할까.

- 전체적으로 주택 물량이 부족한 측면이 있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총량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국민이 필요로하는 주택을 공급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하게 ‘1인 가구가 늘어나니 주택을 다운사이징 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하는 막연한 트렌드 분석은 위험하다.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 작은 평수의 집을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예측해서 필요한 양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 ‘총량’ 중심으로 마구잡이로 공급해봤자 국민 수요와 미스매칭이 발생하면 공급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새 정부에서는 국민이 실제 필요로 하는 주택의 유형을 조사하고 그런 상품을 다각화한 뒤 어떤 지역에 얼마만큼 공급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접근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좋은 지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인데, 주택 공급 정책은 옛날 수준에 멈춰있었던 것 같다.

- 새 정부에서 의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5년 뒤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비슷할 수 있다.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자들 눈높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나중에 빈집은 빈집대로 나오고, 도심에는 사람이 쏠리면서 물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Q. 200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관련 리서치 업무를 해오셨다. 과거 부동산 정책 가운데 새 정부가 현재 시점에서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

- 나는 도심 고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방 대표 도시들을 메가시티로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서울시가 하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국토 운영 측면에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관련해 정비사업이나 도시개발 사업 같은 것들을 함께 연계해 바꿀 필요가 있다.

민간 임대 사업자 제도도 다시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민간 임대 사업자들이 공급하는 주택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고, 그동안 임차 공급주체로서의 역할을 상당히 해왔다고 본다. 현재는 사장되는 분위기인데, 이거를 주택 공급 측면에서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무주택자 또는 부동산 투자를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한 부동산 전략을 제안해달라.

- 올해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5년 중장기로 볼 때 조정 리스크가 더 많은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은 무리해서 성급하게 의사결정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출이나 세금 정책이 어떻게 세워지는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는 청약을 중심으로 하면서 급매물을 함께 살펴보는 전략을 추천한다. 투자를 목적으로 할 경우라면 다주택자 세제 정책을 완화한다는 확실한 방침이 세워질 때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전지선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김규정 소장 프로필

- 現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 미래에셋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 국토부·서울시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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