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거래절벽’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7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2008년에는 리먼쇼크로 부동산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고 최종 바닥이 확인되기까지 반 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면, 지금은 1년간 지지부진한 흐름만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완전한 매수 우위가 되면 저가 매물이 나오면서 바닥이 확인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바닥을 확인할 저가 매물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도, 집을 사야 하는 사람도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섰던 20~40대가 금리인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하우스푸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버티는 게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집을) 팔아야 하지만, 팔고 싶다고 팔리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며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빠르게 확대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Q. 지난 9월 22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17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인가?

- 하락의 단초가 금리인 건 맞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으로 대출이 막히면서 구매 동력이 사라졌다. 지난해 거래를 주도한 것은 20~40대의 ‘갭투자’와 ‘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였다. 그런데 여건이 달라지면서 거래가 끊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Q. 지난해 연말부터 예상됐던 부분이기도 한데, 어떤가?

- 예상보다 더 악화됐다. 올해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의) 완만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금리도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변동성이 예측한 수준을 넘어서면서 시장에는 패닉으로 작용했다.

Q.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추세적 하락으로 봐도 될까?

- 단기적으로는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작년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2040 영끌 수요가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기 때문에 다시 반등하려면 유동성을 가진 부동산 투자 세력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단초가 된 ‘금리’가 확인돼야 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 위원들은 (기준금리 상단을) 4.7%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숨고르기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을 봐도 그렇다. 보통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율이 오르고, 어느 시점에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건데, 현재는 그런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  

Q. 2008년 리먼쇼크 때도 거래절벽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해 어떤가?

-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 당시에는 거래절벽 상황이 지금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보통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에서 적정 가격을 협상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그러다 완전 매수 우위로 넘어가면 ‘투매’(손해를 무릅쓰고 싼값에 팔아 버리는 일)가 되면서 가격이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그러면서 바닥이 확인된다. 2008년에는 급락 후 바닥 다지기까지 반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런데 지금은 1년간 지지부진한 흐름만 이어지고 있다. 바닥을 확인할 저가 매물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통계자료들을 보면 상당 부분 (집값) 조정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거래 신고만 집계되기 때문에 현장과는 괴리가 있다.

Q.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내년 5월9일) 종료를 앞두고 나오는 급매물도 있지 않나?

- 사실 정부가 보유세 완화 카드를 미리 제시하면서 꼬인 부분이 있다. 내년 1분기 정도에 매물이 지금보다 조금 늘어날 가능성은 있겠지만, 보유세를 완화해준다고 하면 급하게 처분할 사유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보유세 완화가 변수가 될 수 있겠다.

- 원래는 보유세가 최고 6%까지 나오고 양도세도 중과하고 그랬는데,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준다고 하니까 ‘팔아볼까’ 했다가, 보유세 완화 방안이 나오면서 ‘버텨볼까’ 하는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총선이 있지 않나.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총선 전에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변수가 많으면 현장에서는 심리적인 저울질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가장 큰 변수인 금리가 어떻게 될지, 전문가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김규정(오른쪽)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7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정(오른쪽)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7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정부가 8월 16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에는 ‘5년 내 270만호 공급’ 계획이 담겨있다. 경제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해당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 재고가격이 떨어지고 실수요자 구매 심리가 축소된 상황에서 물량을 쏟아내면 아무래도 시장 변동성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적정 공급량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행률이 저조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250만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따라와줘야 하는 물량이다. 그런데 민간 사이드에서 이미 미분양이 늘기 시작하고, 역세권 정비 사업에 대한 은행권 건설자금 대출도 잘 안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민간 협조를 통해 물량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공격받을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수급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물량이긴 하다. 그렇게 본다면 물량이 쏟아졌을 때 그 이후 가격 하락세가 길어질 가능성은 있다. 하락을 기대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하락 안정으로 가는 것이겠고, 반대 입장에서는 하락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Q.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심각하니 정부에서는 선제 조치로 수도권 일부와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광역도시의 규제지역 해제를 결정했다. 효과를 예상해주신다면?

- 지난 6월 1차 해제한 지역(대전·대구 등)들의 상황을 보면 단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공급 과잉으로 특수한 여건이 더 있는 지역임에도 4개월 동안 거의 효과를 못냈다. 물론 조정지역을 풀면 세금(양도세·종부세)이나 대출(LTV) 쪽에서 우회적으로 규제 완화 효과가 있긴 하다. 그런데 종부세 중과는 6월 기준으로 지나갔고, 양도세는 어차피 내년 5월까지 중과 유예다.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바닥을 확인하고 완만하게 반등할 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Q. 부동산 가격이라는 게 너무 올라도 문제지만, 너무 급격히 떨어져도 걱정인 것 같다. 연착륙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사실 연착륙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조정기에는 대부분 경착륙이 일어났다. 그래서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통계) 지표와 달리 현장 느낌은 과거에 비해 연착륙이긴 하다. 굉장히 천천히 (집값이) 조정되고 있다. 물론 완만하게 내리는 것이 충격을 제어하는 측면에서 좋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고통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물음표가 남는다. 불확실한 조정 구간이 길어지는 연착륙은 오히려 영끌로 고통을 받아서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 결혼을 위해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혼란을 안긴다. 매수-매도자 간 가격 협상이 끝나고 바닥을 확인한 후 다시 거래가 형성되는 과정이 짧고 굵게 가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

Q. 그렇다면 무주택자는 언제 집을 사는 게 좋을까?

- 집은 투자 재료인 동시에 주거 안정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일단 필요하다. 다만 지금같은 조정기에는 적당한 가격과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대출 금리가 유리한 시기를 찾아야 할 것이고, 정부의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Q. ‘영끌’로 무리하게 집을 샀으나 대출금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 아무리 계산해봐도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는 시기까지 버티는 게 어렵겠다, 버티면 더 큰 손실을 입겠다고 판단되면 (집을) 파는 게 맞다. 다만 팔고 싶어도 팔리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지금은 개인이 대응논리를 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Q. 결국 하우스푸어 문제인데,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기 위해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빠르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심각한 영끌 수요자의 물건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겠다. 물론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 층이 소비둔화나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있는 규모인지 먼저 파악한 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 본다.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안심전환대출 같은 것들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김규정 소장 프로필

- 現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 미래에셋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 국토부·서울시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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