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서서히 바닥 확인하는 구간될 것”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주기적인 국면 예측으로 봤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지난 24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연준이 올해 정책금리 인상을 멈추고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한다고 해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수준이 유지될 것인 데다, 국내 경제상황이 안 좋게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연내 회복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매물 찾기 시점으로는 올해 하반기를 지목했다. 그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바닥을 확인하는 구간이 될 것”이라며 “이때 물건 찾기를 하셔야 할 듯 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가격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 4분기 급매물 거래가를 뚫고 내려가는 매물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를 기준으로 내 집 마련하고자 하는 지역 또는 주택의 목표 가격을 설정해 놓고, 적절한 매물을 찾아보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규정 소장은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등을 지난 부동산 전문가로 지난 2020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이번 인터뷰는 부동산 시장 분석과 전망을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내용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Q.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전월 대비 0.81% 상승,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반등했다. 집값이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고 봐도 될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시장 환경을 봤을 때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 일단 1월 통계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 급매물 거래로 신고가격이 오른 데 대한 기저 반등인 측면이 있다. 바닥을 찍었다면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거래에 나서야 하는데, 급매물이 빠진 후 다시 관망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신고량을 봐도 확실히 2월보다 3월에 더 주춤하는 분위기다.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 상황이나 여러 환경적인 부분에서 리스크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소비자들도 일시적인 반등 후 재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Q. 추가적인 하락 조정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나고, 피봇 되는 사이에 분명 자산시장 가격이 오락가락할 것이다. 부동산시장 역시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다만, ‘특정 단지의 최저가격이 언제였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지난해 4분기에 신고된 가격 이상의 저렴한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물론, 은행 시스템 리스크나 부동산 PF 리스크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부동산가격은 수차례 출렁였지만 처음 떨어진 것 이하로는 안 내려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Q. 금리인상기에 돌입할 때 많은 전문가가 ‘양극화 심화’를 우려했다. 실제로는 어떤 모습인가?

“서울 재고시장 거래를 보면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 변수 때문에 인기· 고가지역 쏠림 현상이 덜 했다. 다만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 ‘확실한 투자처’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곳이 청약시장이다. 2~3년 후 입주하는 부동산을 투자하시는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다 보니 서울 내 확실한 브랜드의 아파트로 몰리는 분위기가 읽힌다. 반대로 지방은 미분양을 6만씩 찍는 상황이지 않나. 분양가에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을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 완화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부분도 있다.”

Q.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연내 0.25%p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겼다. 해당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당장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 예상했던 수준이기도 하고, 작년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 경로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기 때문에 1~2차례 인상으로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연내 금리 인하 없다” 등)이 다소 강경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하반기 피봇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다만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멈추고 피봇을 결정한다고 해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수준이 유지될 것인 데다, 국내 경제상황이 안 좋게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연내 회복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Q. 전국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 장관은 10만 가구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줍줍’ 기회로 삼아도 될까?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서울 청약시장 등은 호전되는 분위기다. 자금력 있는 분들이라면 2~3년 후 시장 정상화 때 활용가치가 높은 서울 신축아파트 등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노리실 거다. 해당 지역 거주자여야 한다는 조건도 없어졌기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실 수도 있다.”

“다만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있고, 당장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등은 공급이 많이 쌓인 탓에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분양가 인하’라는 건설사 자체 노력과 함께, 지방 내 미분양 물량을 계약한 개인에게 양도세를 한시 감면해주는 등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이 더해지면 어떨까 싶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지금을 내 집 마련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Q.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3%대(최저)까지 진입했다. 고금리가 이끌었던 ‘전세의 월세화’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가.

“확실히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전세시장은) 아직 불안한 상황이다. 서울에 대단지가 입주하면서 심리적인 부분이 조정 국면에 있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절세의 월세화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전세의 월세화의 변수였던 전세대출 금리가 시장금리와 함께 빠르게 떨어지고 있고, 실제로 임대차 계약 중에서 전세 계약 비중이 회복 중인 모습이다. 입주 시장 중심으로 전세 하락이나 이런 것들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종합해 보면 2년 동안 서울에서 싼 전세를 계약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Q. 부동산 가격 조정의 주요 변수를 몇 가지 꼽아주신다면?

“금리와 경제상황이다. 금리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파급력이 작겠지만 올해까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것이다. 금리가 어느 정도 높아진다고 해도 경기가 좋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금은 경기도 좋지 않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반까지 낮췄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야 집을 사고 투자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 두 가지가 중추적인 변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김규정(왼쪽)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정(왼쪽)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는 전세가격 지표다. 전세가격이 안정화돼야 투자자들이 그걸 기반으로 갭투자나 매매 전환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거래량이다. (가격을) 하락 방어하려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래가 조금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갔던 것처럼 거래가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만 해도 아파트 실거래량이 턱없이 모자르다. 평균 6000건 정도는 나오던 시장인데, 지난달 거래량은 2500건 수준에 그쳤다. 조금 더 거래가 살아나야 한다.”

Q. 봄 시즌이다 보니 결혼하는 커플이 많이 보인다. 집을 사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예비부부, 신혼부부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당장 새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최대한 저렴하게, 효율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것이다. 그러면 시장 사이클을 감안해 단기적으로 전세 한 번 정도 포함해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주기적인 국면 예측으로 봤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급락했던 서울 지역 등의 경우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서서히 바닥을 확인하는 구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때 물건 찾기를 해야 한다. 내 집 마련하고자 하는 지역의 목표 가격을 설정해놓고, 적절한 매물을 살펴보는 거다. 다만 가격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 4분기 급매물 거래가를 뚫고 내려가는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생각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김규정 소장 프로필

- 現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 미래에셋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 국토부·서울시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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