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들께 드리는 제언

 

아래는 중국에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품명을 의뢰해 오신 물건에 대한 품명 결과입니다.

[사진1] 운남성 曼飛龍 生態차창이란 곳에서 출품한 궁정금전이라는 [숙전차]인데 궁정이란 용어는 보이차에 채용되는 모차의 등급 중 가장 고급의 등급을 지칭합니다.

[曼飛龍 生態차창]을 언뜻 생태차로 잘 알려진 [龍生生態차창]이라고 편리한 대로 읽고 표면의 상태를 일별하니

[사진2]궁정급의 금아가 눈에 선명한 지라, 속으로 ‘중국 여행 가서 초보자가 사온 차치고 참 괜찮네.’를 연발하는데, 또 문득 ‘중국 애들이 요즘 돌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다급해지는 겁니다.

차의 표면을 보면 금아(궁정급의 찻잎)가 눈에 많이 띕니다. 오랜만에 중국에서 질 좋은 놈을 만났을까요? 폐일언하고 곧장 수사에 착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3] 일단 속을 살펴보았더니 이럴수가요... 속은 완전 입자가 작은 부스러기들로만 채워져 있네요. 가공 과정에서 부스러진 가루 수준의 찌꺼기들을 폐기하지 않고 살면(겉에만 보기 좋은 잎을 깔아 긴압하는 방법) 처리해서 가공하였습니다.

[사진4]차를 우리고 나서 엽저를 보니 형태가 온전한 잎이 전혀 없고 온통 부스러기뿐이네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서진 가루들을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차는 당연히 좋은 맛을 갖기 힘들습니다. 탕색은 간장처럼 진한데다 숙차임에도 쓰고 떫은맛이 꽤 강합니다.

 

차를 마시고 나면 입술 주위와 입안에 미세하게 얼얼한 자극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아 포장지에 있는 것처럼 생태차가 아니라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에서 생산한 찻잎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차창이름만 보아도 [龍生生態차창]이 나름 생태차로 지명도가 있으니 曼飛龍 生態차창이란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중국스럽게 들이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찻집에서 차를 파는 친구 왈, “세상에 가짜 보이차가 너무 많이 나돌아 이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우리를 지정업체로 선정해서 질 좋은 고급의 보이차만을 독점 판매하게 했다. 국가가 지정한 업체이니 안심하고 많이 사도 된다.”라고 떠들더라니 매번 진화를 거듭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처럼 한국의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이 관광지에서 고객들을 풀어 놓는 업체의 판매 수법에 동원되는 멘트의 진화도 참으로 기발합니다.

▲ 남곡 김중경

 

“중국에서 절대 보이차 사지 마세요!” 10년 넘게 떠들어도 큰 여행사들이 앞장서니 막을 수가 없네요. 의뢰인은 여행사에 환불을 요구하겠답니다. 의뢰인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지난한 일정이 예상됩니다. 누가 뭐라고 유혹하든 “중국에서 절대 보이차 사지 마세요!”

 

남곡 김중경 ▲ 서예가, 보이차 품명가 ▲이코노믹 리뷰 보이차 연재(2014년) ▲현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선농단역사문화관 전통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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