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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영화 속의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들

[공감신문 교양공감] 장마가 계속되면서 더위도 한결 드세지고 있다.

여름은 기온이 높고 습도도 높다. 그래서 온도와 습도로 결정되는 ‘불쾌지수’라는 개념도 비단 여름에만 자주 사용된다. 후텁지근한데 습하고 눅눅하니 불쾌감이 점점 더 심해진다, 뭐 그런 뜻이겠다.

주말 동안 잠깐 맑았는데, 월요일이 되니 또 귀신같이 알고 비가 내린다. 허 참.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런 날씨에는 샤워를 하고 나와도, 순식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더라.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쐬더라도 그건 잠시 뿐, 이내 또 피부에 땀이 맺힌다. 거기에다 뿌려대는 장마 까지 기분 나쁜 습함만이 계속된다.

아직 7월 초건만, 벌써부터 여름이 싫다는 이들은 우는 소릴 하고 있다. 여름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모기도, 비오는 날 종아리가 축축하게 젖는 느낌도 싫다면서.

불쾌지수가 치솟는다고 불쾌한 감정을 팍팍 드러내기보단, 서늘한 영화 한 편 보면서 소름돋는 밤을 보내는 것도 좋잖아. [MBC경남 뉴스데스크 방송 장면]

불쾌지수가 치솟는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아니다. 그 정도로도 부족하지. 오싹하고 소름 돋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공감신문 교양공감 시간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영화 속의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을 소개해보겠다.

영화 속 이 캐릭터들의 행적을 가만 지켜보다 보면 그 악의에 찬 행동들이 공포로 느껴지실 게다. 원래 여름엔 ‘납량특집’이니 뭐니 하면서 호러영화가 인기를 끌지 않나. 이 포스트 속의 캐릭터들은 귀신이나 괴물 등, 비현실적인 존재가 주는 공포감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실제로 세상 곳곳에 숨어있을 것만 같다. 그게 바로 이들만의 특징이다. 현실 속에 존재할 것만 같다는 거!


※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분명 현실에도 존재한다. 수많은 사건사고 보도, 실제 피해자 등이 이를 방증한다. 분명 이런 최악의 범죄자들은 지탄받아야 마땅할 대상이지만, 이번 포스트는 주제 특성상 오로지 ‘캐릭터’의 측면에서만 이들을 바라봤다. 교양공감 포스트는 결코 범죄나 범죄자,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다.

※ 소개할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강하게 포함됐을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아래와 같다.

-추격자 (2008)

-다크 나이트 (2008)

-오펀:천사의 비밀 (2009)

-세븐 (1995)


■ 추격자, 지영민

무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엄청난 충격… [추격자 영화 포스터]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밑바닥 인생 중호(김윤석)는 자신이 관리하던 매춘부의 실종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여성의 실종이 ‘도망’일 것이라 믿고, 그녀들을 뒤쫓던 과정에서 한 연락처를 예의주시한다. ‘016-9265-4885’. 사라진 여인들은 모두 이 전화번호로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중호는 이 ‘4885’를 쫓던 도중 ‘지영민(하정우)’이란 사내와 맞닥뜨리고, 그가 자신의 매춘부를 팔아넘겼다고 생각하며 추격에 나선다.

곡절 끝에 그를 대동하고 파출소에 앉은 중호는 영민에게 “매춘부들 어디다 팔아넘겼느냐”고 윽박을 지르고, 경찰 역시 영민을 추궁한다. 헌데 영민은 태연하게 대답한다. “죽였어요”라고.

배우 하정우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추격자 영화 장면]

매춘부 연쇄살인범 영민은, 뭐랄까. 그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지켜보고 있자면 “도대체 잡히려고 하는건가 뭔가” 싶을 정도로 허술한 구석이 있다. 기존의 다른 영화 속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무서우리만치 냉철한 지능,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도면밀함, 범행과정이 드러난다. 그러나 지영민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신체능력이 딱히 월등하지도 않고,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때문에 그가 중호에게 두들겨맞는 장면은 허다하게 등장하고, 또 그는 영화 초반부부터 수갑을 찬 채 경찰서로 끌려간다.

영화에 숨겨진 또다른 빌런! 일명 '슈퍼 아줌마'다. 으즈므느…즈블 그르즈 므스으… [추격자 영화 장면]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우리에게 알려진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이 영화·드라마 캐릭터처럼 냉철한 완벽주의자들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 속의 영민은, 적당한 집을 적당한 범죄로 얻고 피해자들의 시신을 적당히 마당에 묻어둔다. 수상쩍은 행동이 들통나더라도 적당히 무마하려 한다. 그런 요소들이 오히려 영민을 ‘신문 사회면에서나 보던 현실 속 범죄자’들과 비슷해 보이게 만든다.


■ 다크 나이트, 조커

조커의 광기가 매우 잘 드러난 배트맨 시리즈 작품 중 하나. [다크 나이트 영화 포스터]

슈퍼히어로 ‘배트맨’에게는 각기 다른 ‘빌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데, 누군가는 배트맨에게 깊은 원한을 지니고 있고(탈리아 알굴), 누군가는 사고로 인해 타락했으며(투 페이스), 또 누군가는 불행한 과거 때문에 범죄자가 된 사연(펭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배트맨의 진정한 숙적으로 평가되는 ‘조커’만큼은 뒷배경에 대해 그리 알려진 사실이 없다.

대체로 액션영화에서는 사람의 생명이 가벼이 여겨진다. 주인공의 강력한 힘, 악역의 잔인함 등을 그려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인 조커는 그보다 더하다. 다른 여느 영화 속의 악역들이 “잘 가라”면서 비열한 미소를 지어보인 후 방아쇠를 당긴다면,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하게 총을 ‘드르륵’ 갈겨버린다. 심지어 피해자를 쳐다도 보지 않고.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대표적인 사이코패스 빌런 캐릭터'로 손꼽히는 故 히스 레저 버전의 조커. [다크 나이트 영화 장면]

그는 영화 시작부터 은행강도 씬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등장했다. 이후 고담시의 마피아들이 모인 자리에 등장해 이른바 ‘연필 마술’ 씬으로 또 한 명을 아무렇지 않게 골로 보내버린다. 그 과정은 너무나도 태연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후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도시에 혼란을 부추기면서 배트맨을 압박한다. 마침내 배트맨과 조우하게 됐을 때도 그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레이첼(배트맨에게 소중한 여인)을 창문 밖으로 내던져버린다.

사실 조커는 배트맨을 처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 장면인 은행 강도 씬에서도 그는 습격을 기획만 하고, 뒷전에 앉아있었어도 됐다. 그러나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심지어 강도들에게 ‘서로가 서로를 죽여라’라는 비밀 지령까지 내려둔 상태에서. 자신이 죽건, 어떻게 되건 상관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조커의 위험천만한 행동은 그 뿐만이 아니다. ‘배트포드(바이크)’를 탄 채 자신에게 질주해오는 배트맨에게 “나를 쳐! 나를 치라고!”라 도발한다던가, 후반부 하비 덴트에게 총을 쥐어주고, 자신의 머리에 겨냥한 채 선택을 맡기는 행동 등은 ‘자신의 목숨이건 뭐건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세븐, 존 도우

공포스러운 연쇄살인과 충격적인 반전이 담긴 영화, 세븐. [세븐 영화 포스터]

작중 연쇄살인범 ‘존 도우’는 성경 속 ‘7대 죄악(칠죄종)’을 모티브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 과정을 노련한 윌리엄 서머셋 형사(모건 프리먼)와 신임 데이비드 밀스 형사(브래드 피트)가 뒤쫓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존 도우는 식욕·탐욕·나태·색욕·교만 순서로, 각 죄악의 ‘테마’에 맞게끔 살인을 저지른다. 예를 들어 식욕에 해당하는 범죄는 피해자를 협박해 위가 터질 때까지 음식을 먹게끔 만든다는 식이다.

외국에선 이런 meme도 있다는 듯… [meme center 캡쳐]

지금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켜 이미지가 땅바닥에 추락해버린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영화에서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존 도우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는 ‘미스트’와 마찬가지로 ‘엔딩이 찜찜한 영화’ 대표작품이라 꼽힌다. 그 이유는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 오펀:천사의 비밀, 에스더

좌우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면 미남미녀라고 하던데… [오펀:천사의 비밀 영화 포스터]

유산으로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는 케이트와 존 부부는, 유산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9살짜리 소녀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부부가 고아원에서 만난 ‘에스더’는 또래에 비해 조숙하고 얌전해 어쩐지 눈길이 간다. 결국 케이트와 존은 그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하지만 에스더가 집에 온 뒤부터는 어째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표독스러운 표정이 어째 '빵꾸똥꾸 아가씨'를 떠올리게 한다. [오펀:천사의 비밀 영화 장면]

에스더는 케이트 부부의 막내딸 맥스를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비밀을 갈고 있는 에비게일 수녀를 살해한다. 이 과정에서부터 에스더가 어떻게 사람을 이용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우선 에스더는 에비게일 수녀의 차가 지나갈 길에 미리 숨어 있다가, 맥스를 길 한복판으로 떠밀어버린다. ▲이후 맥스 때문에 깜짝 놀란 에비게일 수녀가 차에서 나와 맥스의 상태를 살피자, 그녀에게 망치를 휘둘러 살해한다. ▲충격을 받은 맥스에게 “너도 한 패”라는 식으로 입막음을 시도한다. ▲이후 수녀의 피가 묻은 옷, 범행 흉기를 맥스의 가방에 넣어버린다.

한편 케이트는 에스더에게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남편 존을 설득하려 든다. 하지만 에스더가 이미 그에게 설계를 해뒀기 때문에, 케이트의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은 케이트에게 “입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불쌍한 애를 내쫓으려 하느냐”고 케이트를 다그친다.

이렇게 귀욤귀욤한 애기가 에스더 캐릭터를 연기했다. [오펀:천사의 비밀 프로모션 이미지]

영화는 어린 아이를 공포의 존재로 묘사하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특히 에스더 역을 맡은 이사벨 펄먼은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극찬을 받았는데, 배역에 너무 몰입했던 탓인지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그들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한다

어째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는 여러 창작물에서 너무 흔하게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니발 영화 장면]

오늘 교양공감팀이 소개해드린 사이코패스 캐릭터들 이외에도 여러 영화 속에는 이들이 등장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악역으로 등장하며, “사람이 사람 죽이는 데 이유가 있냐?”는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다거나(공공의 적, 조규환) 살해를 저지르고 시신을 유린하는 사이코패스 식인귀(한니발 시리즈, 한니발 렉터)나 단발머리를 하고 산탄총을 쏴대는 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쉬거)도 등장한다.

‘좀비’나 ‘악령’ 따위보다 이런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이 더 무서운 이유는, 이들은 분명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TV 뉴스 등에는 우리를 경악하게 할 만큼 잔학무도한 범죄자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 캐릭터들이 실제 범죄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사례도 많다.

특유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사아람이 사아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아?" [공공의 적 영화 장면]

끔찍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가 도대체 어째서 인기를 끄는 걸까? 이런 류의 영화를 즐기는 누군가는 “작품 속의 범죄가 실제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법 하다”는 느낌이 주는 서늘함, 공포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호러영화가 아니라, 이런 종류의 공포·스릴러 영화가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퇴근길에 갑자기 좀비 떼의 습격을 받을 일은 없어도, 범죄자의 목표물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어때, 이렇게 생각하면 서늘해지지 않나?

처음엔 헤어스타일이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나중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장면]

이제 장마가 끝나고, 7월 중순에서 8월로 넘어가는 시기가 오면 여름이 지금보다 더 짙어질 것이다. 그땐 ‘후텁지근’이 아니라 화끈거리는 기온이 우릴 숨 막히게 할 테고, 매미 우는 소리가 잔뜩 달궈진 대기를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럴 때면 이런 오싹한 영화들 한 편 어떨까. 매년 보는 처녀귀신 얘기 말고, 저주받은 인형 얘기 말고! 어쩌면 색다른 공포감이 여러분을 사로잡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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