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방안 마련해야
업무 중지권 제도화, 원청 책임 강화, 국선노무사제도 도입 등 검토 필요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도시가스 점검을 하기 위해 벨을 누르니 고객이 ‘여기 들어오면 나랑 하는 걸로 알겠다. 가랑이를 찢어놓겠다’고 협박 했습니다.”

도시가스 안점점검원으로 일하고 있는 공순옥씨는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더불어민주당 송옥주·민중당 김종훈·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윤소하 원내대표 공동주최)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행, 폭언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공 씨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하러 갔더니 고객이 포르노를 크게 틀어 놓고 내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점검을 갔는데 나체로 문을 열어줘서 너무 놀란 경우도 있다. 고객이 뒤에서 끌어안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공옥순씨 / 김대환 기자
방문노동자 공옥순 씨 / 김대환 기자

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기획단이 지난 9월 방문서비스 노동자 7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방문서비스노동자 10명 중 9명이 여전히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고객에게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한 경우가 있다는 응답이 67.2%였고, 구타 등 신체적인 폭행을 경험한 경우도 15.1%로 응답됐다. 

'고객으로부터 성적인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 35.1%에 달했다. 설치·수리 현장 기사의 경우 폭언 피해를 본 비율이 95.6%나 됐다. 성희롱을 당한 비율은 가스 점검·검침원(74.5%)이 가장 높았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주(사용자)는 감정노동 예방조치를 의무화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감정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을 때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건강장해 치료 및 상담 지원 ▲휴게시간 연장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0월 18일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다수의 방문서비스노동자가 성희롱·성폭행, 폭언 등 심각한 감정노동과 안전보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 국장 / 김대환 기자
이현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 국장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현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 국장은 “방문 서비스노동자들은 감정노동은 물론 근골격계 질환, 폭염, 한파, 산재보험 등 대부분의 안전보건 영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영역별 개선과제와 함께 큰 틀에서의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국장은 ▲보건조치로서의 감정노동 종사 노동자 보호와 원청 책임 강화 ▲2인 1조 근무 ▲업무(응대) 중지권 제도화 ▲사업주 의무 강화 ▲정부 책무 강화 ▲국선노무사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김대환 기자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명백한 폭력 사건의 가해자인 고객이 충분한 처벌이나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는 사실상 회사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민 전문의는 “노동자가 위험에 닥쳤을 때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는 ‘작업중지권’을 제도화해야한다”며 “‘2인 1조 작업’ 정착과 노동자들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는 등 사업주의 역할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 현장 노동자와 사측이 함께 개선안을 찾는 절차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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