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컨텐츠 산업은 자유민주주의의 열매…中 사회주의 토양선 한계

조창완 중국전문 컨설턴트

[조창완 중국전문 컨설턴트] 2008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히딩크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코드였다. ‘세계가 놀란 히딩크의 힘’(최영균 저), ‘CEO 히딩크’(김화성, 이동현 저) 등 수십여종의 히딩크 관련 서적도 출간됐다. 그로 인해 그의 고국인 네델란드도 한국사람들 사이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네델란드는 인구 1687만명 가량으로 세계 인구 65위의 그리 크지 않은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는 세계 수출대국이며, 1인당 국민소득도 5만달러가 넘는다. 네델란드의 가장 큰 특징은 히딩크처럼 융합형 인재가 많은 나라로 유명하다. 네델란드 뿐만 아니다.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 등도 작지만 강한 강소국으로 알려졌다. 이런 강소국들은 근대의 복잡한 정치 변화를 겪었지만 스스로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 독일, 프랑스, 영국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국가를 만들었고, 큰 혼란이 없다면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이 이런 나라를 그냥 보지는 않았다. ‘상록수’를 쓴 심훈도 덴마크의 교육 영웅 니콜라이 그룬트비(Nikolai Fredrik Severin Grundt´vig 1783~1872)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근대 우리나라는 강소국의 전환에 실패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 당하는 아픈 역사를 경험했다.

이런 강소국들은 모두 그룬트비 같은 교육정신의 영웅들이 있었다. 그룬트비는 시민대학으로 불리는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어 창의적, 자율적, 협동적 실천이 가능한 교육을 했다. 결국 이런 정신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지금과 같은 복지국자 모델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7명이나 되는 내 남매에는 20명의 조카가 있다. 이 조카들의 대부분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 가는 게 수순이었다. 그런데 큰 누나의 아들은 찬홍이는 인문계 대신에 관심이 있는 제빵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누나는 대학 학비를 저축해 아들의 가용 자산을 만들어줬다. 졸업 후 제과 프랜차이즈 기술자로 들어간 찬홍이가 결혼할 때, 누나는 들지 않은 비용들로 집을 구매하는데 도와줬고, 안정적으로 이 사회에 일원이 될 수 있었다. 부부 제과사이기 때문에 찬홍이는 상황에 따라 외국 유학을 갔다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큰 누나 집은 아이의 재능이나 관심을 중시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중장기적인 자산을 잘 운용할 수 있었다.

한·중 뿐만 아니라 이 시대는 이제 새로운 인재를 요구한다. 기존처럼 제조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 테크노크라트는 지속적으로 쓰임이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도 이제 경쟁자인 중국을 떠나 베트남, 인도 등에서 중국과 경쟁하면서 상생해야 하는 시대다.

반면에 금융, 마케팅, 디자인 등에서 탁월한 감각을 갖춘 고급 인재의 역할을 더 커질 것이다. 특히 금융 분야를 중국이나 미국에게 지배당할 경우 국가 경쟁력이 치명적인 상황을 맞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길러져야 하는 곳이다. 금융의 패러다임 역시 기존 월가가 지배하던 시대를 넘어 미국과 중국이 핀테크 등을 두고 양강 대결을 벌일 것이 명확하다. 중국 역시 달러를 가진 미국의 기축통화에 도전하기 보다는 핀테크 등 전자금융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우리랑 경쟁할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 량치차오(梁啓超)의 우려처럼 중국이 자유주의를 선택하면 다양하게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출간된 시진핑의 정책발표집인 ‘시진핑, 국정 운영을 말하다’에서 첫장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발전시키다’인 것은 이런 이유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과실이 많았던 마오쩌둥이 신격화되는 것은 그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아무리 국가가 장려한다고 해도 문화 등 창조창의산업이 발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청래 의원이 2009년 1년 동안 중국을 다녀와서 쓴 ‘거침없이 정청래’를 보면 김하중 대사가 그에게 해줬다는 말에 나도 공감한다.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적절한 지점에서 만나야 한다. 한국의 기술과 문화 콘텐츠 산업은 중국이 넘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문화산업이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라는 열매인데 중국은 무한한 자유민주주의를 줄 수가 없다. 중국 국가체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일정하게 통제되고 조직화된 사회라서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화콘텐츠산업이 커질 수가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헤쳐가는 이들 가운데는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스타 피디인 김영희 피디를 꼽을 수 있다. 스타 피디지만 MBC의 한계를 절감한 김영희 피디는 사표를 내고 2015년 4월 중국으로 건너가 한중합작회사를 만든다. 그는 중국 후난위성TV에서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를 제작하는 한편 다른 피디들의 중국 진출을 같이해 2016년에는 5명의 중견피디가 중국행을 결정했다. 중국 방송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한국에서 포맷을 수입해 방송한 후난방송의 ‘아빠 어디가’는 3번째 시즌 광고 수입만 15억 위안(약 2,836억원)에 달했다. 이 방송으로 인한 광고시장 등을 감하면 이 프로그램이 준 부가가치는 1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익을 나누는 구조로 중국에서 진행되는 한중 콘텐츠 합작은 중국이 커갈수록 미래가 담보되는 분야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열린 'O Creative league 2회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 성과발표회에서 참관객들이 상상발전소 팀의 초현주의 퍼포먼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 인재들도 필요하지만 실용적인 능력을 가진 인재들도 많이 필요하다. 2014년 나는 태권도진흥재단 관계자들과 중국 방문을 같이한 적이 있다. 그때 베이징 태권도 협회와 허난성 태권도 협회를 만났는데, 두 지역 모두 태권도인이 각각 30만명에 달할 만큼 큰 시장을 갖고 있었다. 허난성의 경우 소림무술의 본고장임에도 태권도가 인기를 끄는 것은 태권도가 가진 교육 정신을 높이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인 태권도 전문인은 무한한 경쟁력을 가진다. 산둥성 칭다오에는 한국 태권도 지도자 협회가 있어 중국 진출을 돕기 때문에 중국어가 가능한 태권도 인재는 중국 어디서라도 자리 잡을 수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식을 비롯한 좋은 셰프 들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식의주(食衣住)라 할 만큼 먹는 것을 앞에 둔다. 큰 한정식집이든 떡복기 집이든 한국 음식점은 가장 경쟁력을 가진 분야다.

민간과 공공에서 중국 업무를 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것은 중국 문화의 내면을 알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어는 잘해도 자신을 낮추면서 그들에게 깊은 신뢰를 이끌어낼 만한 품성을 가진 인재도 많지 않다. 이미 중국 유학을 마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사업이 여전히 빛을 바라지 못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대기업 역시 국내에서 채용한 인력을 중시하고, 중국 현지 채용을 등한시하면서 고통의 시간이 더 길었다. 수년전부터는 중국 현지 채용의 차별을 없애려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의 격차는 여전해 중국 전문가가 큰 역할을 맡는 일은 많지 않아, 큰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전문가 십만양병설’ 같은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오영호 공학한림원 회장이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 중에는 이를 위해 노력도 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도로 끝나고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능력있는 중국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뿔뿔이 흩어져 쓸모없는 고학력 실업자가 되는 게 부지기수다.

 

조창완
▲차이나 리뷰 편집장 ▲중국 전문 컨설턴트(투자유치, 방송, 관광객 유치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저작: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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