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을 책임지고 있는 ‘경제 책사’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명 후보 측 경제 책사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경제 공약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와 집값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빚 부담은 정부가 과감한 재정 지원으로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공급을 통한 부동산 안정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세제의 선진화를 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 번째는 위기의 대전환기를 ‘세계 5강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기회의 창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와 규제 합리화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하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코스피 5000시대’ 비전이나 찬반 논란을 일으킨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등 공약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다음은 하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질문 내용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가계부채 규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 ‘포용적인 금융’과 ‘건전하고 생산적인 금융’이 중요한 화두다.

가계부채 문제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그리고 코로나19로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데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집값으로 생긴 문제나 재정의 보수적인 운용으로 생긴 빚의 부담은 국가가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 등) 투기 용도로 들어가는 돈은 금융규제로 컨트롤 하고, 미래에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 신용기록이 없어 금융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문턱을 낮춰 돈이 생산적인 곳, 청년들의 기회 확대를 위해 쓰이도록 하자는 데 방향성을 두고 있다.

Q. 대출 규제는 부동산 안정이라는 목표도 함께 가진다. 실수요자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안정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먼저, 실수요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빚을 내 감당하지 못할 집을 사는 건 실수요가 아니다. 이 후보의 생각은 미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선진국과 같이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주자는 것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공포 심리로 과도한 빚을 내는 것을 허용하면 오히려 약탈적 금융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큰 (대출) 부담을 지지 않아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해주려고 한다.

Q. 최근 재건축·재개발 6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유는.

- 서울의 입지 가치가 높으니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다. 그런 이유에서 용적률 상향 등을 포함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발이익 등이 사유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일정 부분은 공공임대를 넣는 등 같이 윈윈하는 그런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Q. 원활한 주택 공급의 일환으로 공공주택 100만호 공약도 발표했다. 다만 통계를 보면 2010~2019년 중 공공주택 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때가 2018년 14만8000호라고 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매년 20만호씩 5년간 100만호를 공급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내부적으로 많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훼손된 그린벨트나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원칙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이 있으니, 물량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란 믿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현재 구상 중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동체가 부담해야 할 피해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떠안은 측면이 있다. 정확한 규모는 산출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대략 50조~100조원 수준을 추정하고 있다. 이분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서는 공동체가 해결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빚으로 버티라고 했다면 앞으로는 금융지원보다는 재정지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先) 지원하고 후(後) 정산하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Q.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과 함께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계신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왜 필요한가.

- 선별지원이냐 보편지원이냐의 문제다. 먼저 소상공인 지원은 금융지원, 손실보상, 매출지원 3가지 패키지로 간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우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었으니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자는 거다. 두 번째는 소멸형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돈이 소상공인에게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이 후보만의 생각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전국민 지원금과 자영업자 보상금 등을 폭넓게 지급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거다.

Q. 이 후보의 공약 중 ‘토지이익배당제’에 대해서도 잡음이 많은 모습이다.

- 토지이익배당은 선진적인 부동산 세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 것이다. 미국은 취득세가 낮은 대신 보유세율이 시가의 1.5% 정도로 높다. 일본이나 유럽 등도 보유세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식 세제를 가진 나라는 취득세가 많고 보유세가 거의 없다. 이 경우 주택을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오랜 세월 유지해온 이 세제 방식이 우리도 필요한데, 문제는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거다. 예를 들어 미국 세율 1.5%를 적용할 경우 10억원 집에 대해서는 연 15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한 달에 100만원 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부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세금을 돌려드리자. 그런 과정에서 토지이익배당이 하나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토지이익배당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선진적인 제도로 가는 것이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부동산세와 관련한 이 후보의 정책 방향성은 무엇인가. 

- 세제는 최대한 투명하고 단순하며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세금은 여러 목적이 있는 만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금 작동 방식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기획재정부를 재무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발언을 두고 정부 예산을 주무르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 기재부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는.

-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돼 있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제인 미국은 백악관 안에 예산관리국이 있고, 내각제인 유럽은 재무부가 예산을 짜지만 집권 세력의 정치인이 장관을 맡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추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세력이 예산안을 엉터리로 짜면 의회에서 견제하면 된다. 나중에 국민이 선거로 심판할 수도 있다. 그게 삼권분립의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재부 관료들이 예산안을 짜는데, 이분들은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는 건 기재부인데 결국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권한과 책임의 부조화다. 그런 차원에서 선진국처럼 하자는 의견을 내게 됐다. 선진국이 하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하자는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만 하자는 것이다. 

Q.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두고 건강보험 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필요한 금액을 얼마로 추정하고 있는가. 이로 인한 재정 악화 가능성은.

- 수백억원에서 최대 1천억원 정도를 보고 있다. 현재 몇십조원을 건강보험 쪽에서 쓰고 있는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히 중요한 건 1천억원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변에 보면 탈모인들이 의외로 많다. 탈모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선거를 위한 일회성 공약이라는 시각도 있다.

-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건 반대로 그만큼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환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다른 이슈도 마찬가지다. 탈모약 외에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Q.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구상 중인 정책이 있다면.

- 주가 조작 등 불공정행위를 해결해 주식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자 한다. 보다 근본적인 건 주가라는 게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이 성장하면 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더 생기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Q. 양도소득세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코스피 5000 달성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그 부분은 여런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중요한 건 우리 현실에 맞게 세제를 합리화해서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Q. 최근 신(新)경제의 목표로 ‘세계 5강의 경제대국’를 설정하고 정부 주도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 산업, 교육, 국토’ 등 4대 분야를 키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의 경제성장 사이클에서 정부 주도의 성장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부 주도라는 표현은 정부가 다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야 할 부분을 속도감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민간에게 인프라를 깔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정부가 속도감 있게 투자하겠다는 거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인프라 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불확실성을 없애주면 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하준경(왼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하준경(왼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유니콘 기업 100개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선행할 것은.

- 우리나라에 유니콘 기업이 10여개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해외 자본으로 성장을 했다.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는 좋지만 돈이 없고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많다. 1차적으로는 이들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체계를 확충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규제 합리화도 중요하다.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규제는 너무 낡았다. 쓸데없이 낡은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 꼭 지켜야 하는 것만 지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 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은 정치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이 부분은 이 후보가 강점이 있어, 역할을 잘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가장 중요한 건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출산율이 0.8%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모든 어려움이 청년들에게 집중됐다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굉장한 위기에 놓였다. 이는 반대로 보면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골든타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기회를 놓치지 않을 유능한 정부가 필요하다. 제가 이곳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하준경 교수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한국금융학회 편집위원, 총무이사
-주택도시기금 운용심의회 위원
-기업유동성지원기구 투자관리위원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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