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대 성장 기대… 韓경기, 완만한 ‘U’자형 곡선 그릴 것”
“과도한 민간부채, 경제 펀더멘털에 부담… ‘본인 책임’ 룰 세팅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7%를 제시했다. 8월까지만 해도 2.1% 성장을 점쳤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잡히지 않자 지난달 말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최근 컨센서스는 1.5%로 더 낮다. 잠재성장률(2%)에 못 미치는 성장률이 발표되자 시장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R의 공포’에 휩싸였다. 과거 1997년, 2008년의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삼성경제연구소·KB증권 수석이코노미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약간의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 “2021년 경기가 과열된 데 따른 정상화 과정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기적인 시점에서의 평균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이라고 보는데, 2021년 4.1% 성장에 이어 올해 2.6~2.7%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내년에 1.5% 성장률을 기록하면 결국 잠재성장률인 2%에 수렴된다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물론 우리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좋겠지만,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잡힐 수 없다”면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이라는 공공의 적을 없애기 위해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경기둔화를 경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1%대 성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성장 전망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돌이켜볼 때 아시아  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히 충격을 받거나 경제활동이 올스톱 될 때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것. 장 본부장은 “내년에 그에 준하는 상황 벌어질까? 그건 아닐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심각하게 침체 국면에 있을 가능성은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장 본부장은 경제 펀더멘탈 관리 차원에서 민간 부문의 부채를 잡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계기업이나 한계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본인이 진 빚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 세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8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Q. 전세계 'R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 지난 1년간 굉장히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이 있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번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대부분 공급 측 요인이었지만, 수요 측 부문도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억압하고, 이를 통해 물가를 낮추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수요를 억압하는 건, 달리 말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기둔화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경기침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금리인상을 지속하면 그 끝에는 항상 경기침체가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과거 경험치를 적용하면 경기침체가 있을 걸로 보는 거다. 

미국 체감경기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봐도 제조업·서비스업 지표 모두 10월과 11월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선행지표인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미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이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Q. 내년에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기대 요인은 무엇인가.

- 올해의 하방리스크가 돌아서면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료되는 것이다. 경제 심리에 좋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축소돼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금리인상 정도가 낮아지고, 나아가 금리인하 사이클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앞당겨질 수 있다. 이는 경기에 좋은 신호다.

또다른 건 중국 이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올해 초부터 락다운(도시봉쇄)을 걸었는데, 최근 방역 정책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염병이 크게 확산하지 않으면서 경제활동 재개가 가속화한다면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오르며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방역 정책 완화 이후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고령층에서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면 우리 기대와 달리 중국 경제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Q. 결국 내년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큰 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종전과 중국의 경제회복이라는 것인가.

- 그렇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72달러까지 내려왔다.(뉴욕시간으로 7일 기준) 인플레이션은 정책금리를 올리는 요인이면서, 가계 구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원자재 가격 하락이 소비에 도움을 주면서 경기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사우디, 미국-이란, 미국-사우디 등 중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이나믹한 관계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할 거고,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것이고, 이로 인해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하거나 (상한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Q. 불확실성이 크다고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

- 어떻게 보면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이 정점에 와 있는 변곡점, 경기가 하락 전환될 수 있는 변곡점, 국채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올 수 있는 변곡점 등이다. 경기와 정책금리, 국채금리 사이클을 놓고 보면 주가 역시 지금은 ‘산타랠리’(연말과 연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라고 하지만 약간 조정을 받은 후 다시 올라가는 사이클을 목도하게 될 변곡점에 있다고 본다.

Q.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7%를 제시했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준인데.

- 최근 컨센서스는 1.5% 내외로 내려왔다. 우리도 1.5%를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모든 자원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썼을 때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 같은 경제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라는 의미인데, 쉽게 중기적인 시점에서의 평균 성장률을 따져 2%로 둔다. 그러면 1.5%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니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2%는 말그대로 평균이다. 어떨 땐 2% 밑으로 내려오고, 어떨 땐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올해 2.6~2.7% 전망이 예상되는데, 내년에 1.5% 성장만 달성해도 평균 2%가 된다. 성장률이라는 건 어느 해가 높으면 그 기저로 다음 해에 낮아질 수 있는 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0.7%까지 내려왔다가 2021년 4.1%로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2022년 2.6~2.7%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21년 오버슈팅한 데 따른 정상화 과정에서 내년에 조금 더 내려온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성장을 하면 좋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인플레라는 공공의 적을 없애기 위해 금리를 올렸고, 그로 인해 경기가 둔화된 부분이 있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거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Q. 역성장 전망을 내놓은 글로벌 IB도 있다. 

-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2차 석유파동이 왔던 1980년(-1.6%)과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그리고 2020년(-0.7%) 세 차례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때도 플러스 성장을 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려면 아시아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완전 충격을 받거나, 인류의 몇 퍼센트가 죽거나, 경제 활동이 올스톱돼야 한다. 내년에 그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물론 가스가격이 6~7배 오른 유럽도 0%대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4%대 성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까? 그만큼 망가진 게 있나? 한국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Q.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출 주요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이 하강 국면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수입 물가는 계속 오를 거다. 결국 내년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보는데.

- 그렇지만 한국은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 좋다. 국내총생산(GDP)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이 있다.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이 늘어나면 GDP가 상승하는 개념이다.

수출이 줄어들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 수입은 수출용 수입 50%, 내수용 수입 50%로 구성된다. 이 말의 의미는, 수출이 줄면 50%의 수출용 수입이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수출 감소만큼 확 내려가진 않는다는 의미다. 

대표님 말씀처럼 내년에는 수출이 크게 줄어들 거다. 우리는 4~5%정도 마이너스 될 걸로 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0.2~0.3%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걸 반영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5%인 것이다.

Q. 소비 전망도 좋지 않은데.

- 그렇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채가 있는 가구는 이자 부담이 높아졌고,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부의 효과’(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치 증대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이사가 줄어 자연히 가구나 전자제품 같은 내구재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높으니 구매력 자체가 악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하락하게 된다. 이 역시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1.5%)를 도출한 것이다.

Q. 일각에서는 L자형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내년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소비가 좋지만 수출이 바빠 평균 1.5%를 유지하고, 하반기에는 소비가 줄어들되 수출이 회복되면서 평균 1.5%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성장률로만 보면 내년에는 굴곡이 크지 않고 밋밋할 가능성이 크다. L자형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기침체를 우려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역동성을 고려할 때 2024년에는 적어도 2%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바닥이 넓은 U자 형상의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Q, 결국 내후년이 돼야 경제가 회복 기미를 찾는다는 것인가.

- 센티멘트(투자심리)가 좋아지는 건 내년 후반기다. 그때 주식시장이 어느정도 리바운드(반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건 인프레이션 전망 경로가 우리의 기대처럼 5→4→3→2 이렇게 쭉 내려와야 한다는 거다. 만약 이 과정에서 하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다시 올리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올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장재철(오른쪽)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장재철(오른쪽)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Q.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우려하는 것도 그것 아닌가.

- 그렇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데다 유가가 내려오고 있고,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적 영향이 올라오면서 수요도 줄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이 내려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이 두려워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물가가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고 기업은 비용(제품 가격 등)을 낮출 수 없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거다. 1970년대에 확인한 게 기대인플레 상승으로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기대인플레가 오르고, 또다시 임금이 오르는 ‘임금과 물가의 나선형 가속과정’이었다. 

그래서 연준 입장에서는 실제 인플레이션도 관측하지만 기대 인플레도 관리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1년짜리 단기 기대인플레는 조정되고 있는데, 장기적인 시점에서의 기대인플레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직 임금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Q. 앞서 말씀주신 것처럼 내년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에 연착륙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해주신다면?

- 주택가격 붕괴가 없을 것이란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런 상황 때문에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건 지양해야 한다. 인플레를 잡겠다고 경기를 죽이면서까지 금리를 막 올렸는데, 집값이 빨리 떨어진다고 (금리를) 도로 내리면 지금까지의 (경제적) 비용을 다 없애는 꼴이 된다. 그보다는 금융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주택을)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공급하는 정책이 더 좋다. 그렇게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의 부채 증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가계부채만 보고 있지만, 기업부채도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 이게 계속될 수 없다는 걸 강력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경기와 상관 없다.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이슈이고, (금융) 시스템의 문제다. 한계기업이나 한계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부채에 의존하는 행태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본인의 빚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규칙) 세팅이 시급하다고 본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장재철 본부장 프로필

-현)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한국시장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상무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연구본부 경제동향실 수석연구원
-워싱턴대학교 사회과학연구센터 컨설턴트
-워싱턴대학교 경제학 박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