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인력 집중 투자해야...좀비기업 양성 안 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현 상황에 대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역사상 유례 없는 투자가 이뤄졌다. 과도한 투자가 있었으니 버블이 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모든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좀비기업’을 양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생존 가능성이 적은 곳은 엑시트(Exit)할 수 있게 돕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금과 인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당부를 더했다.

이 교수는 청년 창업가들을 향해서도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중 엔젤투자를 받는 경우는 10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리고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나중에 IPO(기업공개)까지 성공한 경우는 1~2개에 불과하다”면서 “판단을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업 실패=인생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경험으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낮다면 속도감 있게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실패를 최소화 하기 위한 창업가의 자세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실행력 ▲고객이 원하는 요구에 맞춘 끊임없는 업데이트를 강조했다.

아울러 고객의 요구를 들을 때는 ‘잡음’과 ‘진짜 목소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그 방법론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을 고객과 투자자, 직원에게 뚜렷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개념을 정립하며 시장을 파고든 것처럼 말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이 세워져야 잡음을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병태 교수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연구소 소장 등을 지낸 청년창업·신산업 분야 전문가다. <공감신문>은 총 2회로 나눠 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Q.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전 세계적으로 ‘오픈AI’를 빼고는 죽은 상태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2000년 ‘닷컴버블’ 때 투자 열풍이 분 이후 약 14년간 미국에서도 투자는 거의 죽어있었다. 그러다가 ‘알파고’가 나오면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역사상 유례없는 투자가 이뤄진 거다. 거대한 봉우리가 두 번 생긴 셈이다. 두 개 봉우리를 전체적으로 보면 75%는 디지털 기술, IT 기반 투자였다. 과도한 투자가 있었으니 버블이 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인 데다, 이 투자 열풍 자체가 결국 양적완화에 따른 가짜 돈이 상당수였기 때문에 갑자기 이자가 솟구치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투자를 거의 못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나오는 돈의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액이) 덜 줄어든 편이다. 미국은 전년 대비 –80% 수준이다.”

Q. 어떻게 보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과거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었는데, 5년간 입주기업 중 망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옥석을 가리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안 될 곳은 빨리 엑시트(Exit)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과 인력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원정책이 좀비기업만 늘리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Q.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출자 예산을 올해보다 대폭(76.4%) 확대해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보셨나.

“우리나라 정부가 잘못 생각하는 게 경기가 어려울 때 창업지원을 신경 쓴다는 거다. 소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만드는 건 아무 때나 투자해서 되는 게 아니다. 미국의 창업 투자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면 거시경제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추적된다. 2000년은 ‘웹’(Web)이라고 하는 게 나와서 뭐든 닷컴으로 바꾸면 산업의 새로운 구조재편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닷컴 선두주자들에게 투자가 이뤄졌다. 두 번째 봉우리인 2014년 이후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수단 없이 스타트업이 기존 대기업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서점을 아이템으로 대형 서점 브랜드를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이를 구현했기 때문에 승리의 가능성을 잡을 수 있었던 거다.” 

이어 이 교수는 신사업 육성 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량 강화를 촉구했다. 첫 번째는 기술 흐름을 빠르게 읽는 눈, 두 번째는 정권과 무관한 정책의 일관성이다. 

“‘알파고’가 한국에 와서 이세돌 9단을 이기고, 두 달 뒤 우리 정부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뒷북이었다. 구글이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사서 한국에 올 때까지 2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4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AI에 대한 투자금액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런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이 없었던 거다. 구글이라는 회사 하나가 20조를 투자하는데, 6년이 지난 뒤 6조를 투자해서 무슨 경쟁력이 생기겠나. 지금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를 보면 중국이 굉장히 앞서있다. 내연기관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20년 전부터 정부가 기업에 시그널을 준 결과물이다. 반대로 우리는 너무 단기적이다. 유행이 뜨면 그때 가서 신사업으로 육성한다고 하고, 그마저도 정권이 바뀌면 뒤집힌다. 한 정권에서도 일관성이 없다. 온통 정치에 매몰된 탓에 시그널 기능이나 정책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옛날에는 KDI가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 역량도 줄었다. 그러니 항상 뒷북만 치는 거다.”

 

2017년 이세돌 9단과 바둑 AI 알파고가 세기의 대결을 벌이는 모습. / 연합뉴스
2016년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 연합뉴스

 

Q.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해도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존재한다.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를 역임하셨던 입장에서 볼 때 투자 매력이 있는 스타트업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

“대개는 ‘J’자 커브로 매출이 올라가길 기대한다. 기존 산업구조 질서를 재편해 급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지가 중요한 거다. 그래서 창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돈을 어떻게 벌 건지’이다. 목표로 삼은 시장이 뭐고, 이 시장에서의 기존 문제가 뭐고, 내가 이를 해결함으로써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게끔 하겠다는 그림이다. 결국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일 수 있겠다. 두 번째로 보는 건 창업자의 경영능력이다. 백종원 씨가 하는 <골목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고객층이 누구인지, 하루에 고객 몇 명을 소화할 수 있는지, 원가는 얼마 들어가는지 모르는 사장들이 많이 있다. 청년 창업가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건 몰라도 재무재표를 꿰뚫어 보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가구조에 대한 이해가 서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건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초기창업은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 아무런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다. 60~70%는 창업자에게 반해 이뤄진 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마윈(알리바바 창업주)에게 투자할 때도 그의 눈빛에 반해서 결정했다고 한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에게 단 30분 만에 투자를 받았다. 사람을 보고 조 단위 투자를 한 것이다. 스타벅스를 인수한 하워드 슐츠는 230번 넘게 융자를 거절 받았지만 결국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키웠다. 그 정도의 확신을 갖고 사업을 해야 한다. 사업에 대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이걸 통해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열망이 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다.”

Q. 지속가능경영이 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실천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관련해 조언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저는 반대로 지속가능경영이란 개념에 휩싸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중 엔젤투자를 받는 경우는 10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리고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나중에 IPO까지 성공한 경우는 1~2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성보다는 판단을 냉정히 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저희 때와 지금 세대가 다른 건 엑시트가 불명예가 아닌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거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면 오히려 더 큰 경험으로 사준다. ‘사업 실패=인생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경험으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기 때문에 사업을 접는 것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개념을 창업주 자신이 아닌 기업 관점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청업한지 약 2년 된 회사(‘인스타그램’)를 1조3000억원(현재 환율 기준)에 사들였다. 당시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가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사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인스타그램이 지금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사들일 당시 유튜브는 어마어마하게 적자가 나는 사업이었다. 오픈AI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안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장은 자기 오너십이 아니라 기업이 커질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빨리 접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자기 자신에게도 답일 수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Q. 최근 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소셜벤처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는 한국 사회가 소셜벤처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기업이든 사회적 가치는 만든다. 그걸 어떻게 포장하느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우버는 소셜벤처일까 아닐까?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제자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에서 우버가 새로 들어가는 도시에서는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심야 시간에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성폭행 범죄가 감소했고, 편의점 강도가 줄었다. 우버 덕분에 음주운전 사고도 확 줄었다. 우버가 들어가면 도시의 개인 파산율이 10%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소셜벤처를 장애인 고용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면서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면 5년간 인건비 70%를 정부에서 지원하는데, 이렇다 보니 평균 고용인원이 20명이었다가 5년이 지나면 5명으로 줄어든다. 다 해고하는 거다. 저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그냥 우버 같은 회사를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적기업 등록도 못 받게 했다. 받는 순간 좀비기업이 되는 거니까. 창업가는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서 세상에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사회주의적 기업으로 이해하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Q.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소셜벤처의 모습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그라민뱅크가 있다.(방글라데시 경제학자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수가 1976년 빈민구제 목적으로 설립한 소액대출 은행) 못 배우고 가난한 나라의 문제가 돈을 주면 술을 사 먹고, 신용불량자들을 사회적으로 처벌할 길이 없으니 금융이 안 되는 거다. 그때 그라민뱅크가 낸 아이디어가 뭐였냐면, 50불·100불씩 융자를 해주는 대신, 돈을 안 갚는 사람이 있으면 동네 전체에 다시는 융자를 안 해준다는 ‘연대책임 제도’를 만든 것이었다. 그랬더니 닭을 사놓고 모이를 안 주면 옆집 사람이 가서 대신 주고, 막 야단도 치고 하는 거다. 기존 금융이 외면하던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소액신용대출을 해줌으로써 경제적 기회를 갖게 하고, 그들이 근면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유도해 결과적으로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기업은 시장경쟁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 아이디어를 낸다. 결국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가 보조금을 주는 기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성경에서는 껍데기와 알곡을 구분해야 한다고 나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기업은 정부 보조의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고, 정부는 인기 영합적 제도를 빨리 철폐해야 한다.” 

Q.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년차 스타트업 생존율은 약 41%, 5년차 생존율은 29.2%로 집계됐다. 대다수 스타트업이 데스밸리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시는지.

“기업가 역량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벤처 창업가에게는 엄청난 사고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사업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몰고 가는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그 일관성이 고객 반응을 무시하면 안 된다. 최종의 심판자는 결국 고객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빨리 변신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또 하나는 실행능력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끝이기 때문이다. 가정용 로봇 ‘지보’가 대표적인 예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에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투자를 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출시일이 미뤄지면서 신뢰가 떨어졌고, 그 사이 아마존이 카메라 달린 스마트 스피커를 제조 원가의 절반 가격으로 풀면서 지보는 시장에 설 기회를 잃었다. 소위 기회의 창이라는 건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타이밍을 포착해 빨리 진입하려면 어마어마한 실행능력이 필수다. 정리하자면, 기업 경영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시장에 빨리 내놔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바꿔야 한다. 이 외에 비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없다는 생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Q. 진짜 고객 요구와 잡음 어떻게 구분하나?

“예를 들어 싸이월드는 뉴스피드가 없다. 일촌이 현재 뭐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가 직접 ‘파도타기’를 하고 찾아야 한다. 그렇게 만든 이유를 경영진에게 물었더니, 서베이 결과 고객들은 내가 뭘하고 있는지 타인에게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는 망했으니, 이 서베이는 잡음인 셈이었다. 잡음과 진짜 목소리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보다 후발주자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관계를 이어주는 것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에 사용자간 관계 맺기를 쉽게 했다. 미국 CEO들이 중요시 여기는 업무 중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과 투자자, 직원들에게 뚜렷하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고객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고, 잡음으로부터 구분할 수 있다는 거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 혹은 청년창업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첫 번째, 창업은 신나는 일이다. 재벌기업들을 보면 창업자 때 기업 문화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경우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사무실에 쥐가 나타나면 삼성은 보고서를 쓰고, 현대는 먼저 때려잡고, LG는 두고 보자고 하고, SK는 하청업체를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삼성 창업주의 철저한 관리, 현대 창업주의 ‘자네가 해봤어?’ 문화가 3대째 지속되고 있다는 거다. 세상에 태어나 사회에 기여하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두 번째, 청년들이 ‘헬조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기성세대가 보면 창업관점에서 너무 부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거다. 과거에는 창업을 하려면 사무실이 필요했다. 벤처캐피탈이란 존재 자체가 없고, 은행은 신용대출을 안 해줬다. 대부분은 자기 사업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다. 똑똑한 청년은 재벌기업의 기획실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 자기 사업을 하는 꿈을 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온라인에서 스토어를 차리면 되니까 사무실이 필요 없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벤처 투자금액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4위다. 유니콘기업 갯수는 독일에 맞먹는다. 우리 사회가 이미 혁신국가, 창업국가가 돼 있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이 좋은 기회를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잔소리꾼 같기도 할 거다. 그런데 사회적 스킬이나 대인관계 스킬을 어릴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문제해결 능력은 젊은 사람이 뛰어나지만, 거시적으로 보는 시각은 나이가 들어야 생긴다. 그런데 창업가는 거시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자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정서적인 괴로움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이병태 교수 프로필

- 현)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 카이스트 경영대학 학장
- 카이스트 테크노경영연구소 소장
-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 등재
- 미국 일리노이스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카이스트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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