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 고려대 연구교수
김찬 고려대 연구교수

[공감신문] 김찬 칼럼니스트=신(新)정부 국정과제의 하나로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허용’이 채택됐다. 중소벤처기업부(주무부처) 장관도 청문회에서 도입 의지를 밝혔다. 그렇지만 지난 정권에서도 그랬듯이 시민단체 등의 우려와 반대 의견도 많다. 그래서 과연 언제쯤 채택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는 보통주 1주당 1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그러므로 전체 주식 대비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 즉 지분율에 비례해 경영권을 가진다. 그런데 복수의결권은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을 준다. 이유는 기업의 창업주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더 많은 배당이익을 주주들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계약제도가 발달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잘 활용하고 있다. 1주당 의결권을 2개 이상도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김범석 창업주에게 부여했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지분율 10%로 약 75% 정도의 지분율을 가진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복수의결권 제도는 주주평등의 원칙에는 위배되지만 창업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 매우 요긴한 제도다. 특히 성장 단계별로 외부 자본 유치가 필수적인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는 경영권 방어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대기업 등에서의 악용 우려 등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언제쯤 도입될지도 아직 모른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그것이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국내 투자 환경에서 창업주의 복수의결권 조항에 우호적인 벤처캐피탈(VC)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현실적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도의 활용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주식매수선택권은 해당 기업의 설립 또는 기술·경영의 혁신 등에 기여했거나 예상되는 자에게 특별히 유리한 가격으로 신주를 매수할 수 있게 하는 권리다. 이론적으로는 투자 유치를 하면서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는 것이 비례해 일정 부분을 창업팀(임직원)에게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임직원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경영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인 CTO(최고기술경영자) 등에게 상장되기 3년 전에 부여한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해 그를 2대 주주로 만든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 ‘먹튀’겠지만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2대 주주로 일정기간 이상 계속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영권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벤처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서 스톡옵션 부여 조건이 훨씬 더 자유롭고 복수의결권보다 벤처캐피탈의 거부감도 훨씬 덜 하다. 신주 발행할 때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식매수선택권은 주총 특별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하여야 행사가 가능하다. 부여한다고 모두가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핵심인력에 합리적인 이유로 부여한다면 투자자로 참여하는 벤처캐피탈이 거부할 이유가 별로 없다. 따라서 벤처캐피탈로부터 신규 투자를 받을 때, 이를 염두에 두고 협의도 가능하다.

벤처기업은 경영진 및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총 발행주식의 50%까지 부여할 수 있다. 상법이 적용되는 일반기업은 총 발행주식의 10%까지 부여 가능한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혜택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그 부여 수량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전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부여 및 행사하도록 협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벤처기업은 벤처기업법(시행령 제11조3항)에 따라 당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도 스톡옵션 행사가액을 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액면가까지 스톡옵션 부여가 가능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기존 투자자 및 주주들의 일정한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기업은 임직원만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벤처기업은 임직원 외 제3자에게도 부여가 가능하다. 일반기업은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 또는 피용자’로 한정해 부여해야 하지만 벤처기업의 경우 임직원 외에도 회사에 기여하고 있거나 할 수 있는 제3자에게도 부여 가능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벤처기업 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동기 부여 차원에서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경영지도사, 세무사, 의사 등에게 부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벤처기업이 인수한 기업의 임직원에게도 모회사 격인 벤처기업(30% 이상 주식 보유)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톡옵션 제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김찬 칼럼니스트 약력

-現 고려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現 지투지투자일임 감사
-現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등 다수 정부산하기관 전문위원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본부장/상무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감사
-ID벤처스(창업투자회사) 감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