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공감신문] 정상조 칼럼니스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마지막회 누적 시청자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에서도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전 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이름을 올렸다. 이 오아시스같은 드라마는 따뜻한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로 전세계 수많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정치는 답답하고 경제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서, 큰 위로와 희망을 줬다.

올해 들어 법조인을 다룬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 tvN ‘군검사 도베르만’, SBS ‘어게인 마이라이프’, MBC ‘닥터 로이어’ 등이 전파를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변호사였지만, ‘정치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키고 검사 출신 한동훈 장관의 언행이 커다란 주목을 받으면서 법조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영향일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장애를 갖고 있지만 고객을 존중하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면서 더할 나위 없는 암기력과 사고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많은 감동을 줬다. 자폐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우영우 변호사는 상대방이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만한 질문도 거침없이 하는데, 자폐 장애로 인한 것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동시에 속시원한 질문이라고 공감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옥의티도 존재했다. 우영우 변호사가 장애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변호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드라마 속 범인은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진 장애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모든 비용을 그 장애 여성의 카드로 결제하게 한 악질적인 성범죄 가해자였다. 어떻게 로펌이 조직적으로 악질적인 범인을 대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우영우처럼 착하고 훌륭한 변호사가 인간말종같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장애 여성이 범인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영우에 실망하고 드라마 작가를 원망하고 싶었다.

극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만 있으면 변호사를 고용해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유전무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인가?

적나라한 유전무죄의 현실을 보여준 사건으로는 1995년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 O. J. 심슨의 살인죄 사건이 있다. O.J. 심슨은 그의 전처와 내연남을 동시에 칼로 찔러 살해했지만, 그 다음해 열린 형사배심재판에서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아냈다.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하버드 로스쿨 더쇼비치 교수를 포함한 초호화 변호사팀을 고용한 덕분이었다. 심슨이 범인이라고 볼만한 물증은 충분했지만, 이 초호화 변호팀은 물증 확보 과정에서의 경찰의 실수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DNA 증거의 신뢰성을 공격해 다수 흑인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2년 후 민사재판의 배심원들은 전처와 내연남의 사망에 대한 심슨의 책임을 인정하고, 400억원이 넘는 손해액($33.5 million, 오늘날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7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사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사진 ENA

 

유전무죄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막대한 보수를 챙긴 변호사들을 비난할 것인가, 아니면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도록 무죄추정의 원칙을 확립하는데 기여한 변호사들의 탁월함에 박수를 보낼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잔혹한 살인범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 당시 ‘변호사’ 이재명은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했지만, 10년 후 경기도지사가 된 ‘정치인’ 이재명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변호사의 직업윤리가 무엇인지, 변호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한다. 우리 주위에 정말 이상한 변호사들이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과거에 법치주의와 인권보호를 주장하는 단체로 신뢰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고소득 직업인들의 이익단체로 비치고 있다. 많은 기업과 서민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실정인데도,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은 더 많은 변호사가 배출돼 문턱이 낮아지길 바라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기득권 보호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의 월 평균 소득은 1,705만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근로소득자의 월 평균 소득은 320만원이다. 이 통계만 보면 변호사는 고소득 직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변호사의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가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해도 미국 최대 로펌 1개소의 매출액에는 못미친다. 게다가 10% 정도의 청년변호사들은 20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청년변호사들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활용해 기업과 서민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인데,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에 가입한 청년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시대착오적인 시각으로 청년변호사들의 경쟁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광고료도 내지 않고 ‘변호사’ 검색 시 최상단에 노출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네이버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우리 현실 속 변호사들이 드라마 속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변호사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변화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국가지식재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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