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보다 정부지원금 활용한 창업 적극 고려해야”


공감신문은 (사)청년창업가협회와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 일환으로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청년창업가들의 다양한 고충을 듣고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으며, 궁극적으로는 ‘청년창업 지원 2.0’ 버전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공감신문은 9일 IBK경제연구소에서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가 함께 했다.
공감신문은 9일 IBK경제연구소에서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가 함께 했다.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정부의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창업가들에게 단비와 같습니다. 더 많은 창업가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는 9일 ‘청년창업가를 만나다’ 릴레이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 ‘창조경제타운’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케이스다. 이후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데스밸리)으로 불리는 창업 3~7년 시기를 무사히 지나고 있다.

이 대표는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창업가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창업도약패키지’ 등 지원 프로그램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고 했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개별 기업에 돌아가는 지원금액을 조정하더라도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겸 부행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크레아큐브와 같은 ‘시장개척용 기술창업’에 적합한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나아가 고금리 시대인 만큼 융자(대출)보다 투자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이 대표가 이끄는 크레아큐브는 기초수학 학습용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학습 교구와 플랫폼을 개발·공급하는 에듀테크 회사다. 국내외 여러 공모전·전시회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최근에는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에 선정돼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를 넘어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

 

조봉현 부행장(이하 조 부행장) “특허 여부는?”

이정호 대표(이하 이 대표) “등록 특허가 총 4건이다. 2건은 아이디어 특허고, 2건은 기술 특허다.”

조 부행장 “창업한 지 꽤 되셨다. 보통 데스밸리라고 해서 5년 생존율이 얼마 안 되는데, 대단하시다. 아무래도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대표님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매출 성장을 이뤄나가는 것이 과제일 텐데.”

이 대표 “지난 5년이 빨리 지나간 기분이다. 지난 5년은 매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는 단계였다. 앞서 특허 여부를 물어보셨는데, 많은 청년창업가가 ‘특허출원’과 ‘특허등록’의 개념조차 모르고 시작한다. 저 역시 그랬다. 막상 해보니 2~3년 걸리더라. 그런 과정을 지나오면서 5년이 훌쩍 지났다. 부행장님 말씀처럼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조 부행장 “기존에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힘들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경우는 더 어렵다고 본다. 기존에 장난감·교육 시장이 있다고 해도 ‘크레아큐브’는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다. 제품 개발과 함께 시장개척을 동시에 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이 대표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경제의 규모를 이뤄낸 업체가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힘들지 않나.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전히 다른 물에서 놀자는 판단을 했다. 저희는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 ICT나 IoT 등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주면서 도움받은 부분도 많았다.”

전규열 대표(이하 전 대표)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나?”

이 대표 “제 경우 보험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36세에 창업을 했다. 당시 ‘창조경제타운’의 도움을 받았는데, 만약 창조경제타운에서 아이디어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 없었다면 지금쯤 음식점을 하거나 비교적 접근이 쉬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일로 밥벌이를 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것 자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정부 지원 사업이 있고, 이런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길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다.”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전 대표 “지원을 더 확대할 필요는?”

이 대표 “지금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를 받은 덕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성장성이 분명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아이템, 그리고 대표·직원들의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생존할 기업은 어떻게든 생존한다고 본다. 지원을 확대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생존할 가능성이 없는 기업까지 품고 끌어주는 것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하는 부분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 대표 “앞서 보험회사에서 근무했다고 말씀주셨는데,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이 대표 “지점장으로 있을 때 소속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쉽게 보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건강 큐브’를 만들었다. 보통 리플렛을 들고 가서 ‘고혈압은 이렇습니다’ 하고 설명하지 않나. 그러면 대부분 고객은 바리게이트를 치고 본다. 하지만 큐브로 설명하면 재미있어하신다. 당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당시 제 목표는 1등 지점이었는데, 큐브 아이템을 활용하면 조금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전 대표 “아이디어를 기술 기반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이 대표 “게다가 저는 문과였다. 하지만 창업교육이나 멘토링이 워낙 잘 돼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단계별로 지원해주는 정부 정책도 많다. 또 (크레아큐브를) 개발할 때 첫째 아이가 6살이었는데,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하던 때라 아이의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했다. 지금도 회사 지분 60%는 본인한테 있다고 할 정도다.(웃음)”

전 대표 “직장생활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나?”

이 대표 “제 경우 보험사에서 조직관리를 6~7년 정도, CS(고객운영관리) 업무를 5~6년 정도 했다. VOC(고객의 소리)가 들어 오거나 직원들을 관리하고 협상하고 하는 데 경험 하나하나 다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왼쪽은 이정호 대표가 보험회사 지점장으로 재직 중일 때 만든 건강큐브. 이 대표는 건강큐브에 '에듀테크'를 접목해 현재의 크레아큐브(오른쪽)를 완성했다.

 

조 부행장 “외주가 아닌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계신다. 그러면 자금이 많이 필요할 텐데. 고금리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나?”

이 대표 “개인 성향이라고 생각되는데, 저는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자는 주의다. 3~4년 전에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으로 초기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에는 정부 출연자금 등으로 조금씩 여유자금을 확보하면서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 한 번에 가기보다는 조금씩 제작해서 판매하고 이익을 남기는 부분에 집중했다. 융자나 보증자금은 최대한 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기업은행으로부터 1억원 정도 대출받은 게 전부다. 사실 5억원을 빌렸다고 해도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조 부행장 “대표님의 방식도 좋지만, 소극적인 자금 조달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크레아큐브는 마케팅이나 홍보를 많이 하면 할수록 매출과 연계되는 아이템이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는 전략이 기업 성장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혹시 투자 쪽으로는 시도를 안 해봤나?”

이 대표 “부행장님 말씀처럼 남의 돈을 안 쓰려고 하는 버릇이 제 발목을 약간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언해주신 것처럼 투자를 받는 쪽으로 움직이려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전 대표 “직원은 몇 명인가.”

이 대표 “5명 정도다.”

전 대표 “고정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 대표 “다행스럽게도 최근 조달청에서 저희 제품 2000대를 구입해주셨다. 그 중 1000대가 경기도 시흥시를 통해 어린이집 40군데 정도에 들어갔는데, 사용 전후 아이들의 성취도를 평가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크레아큐브는 지난 1월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혁신성을 인정받은 제품을 조달청 예산으로 구매하고, 해당 제품이 필요한 수요기관을 매칭해 혁신성을 검증하는 지원사업이다. 크레아큐브의 경우 경기도 시흥시 스마트도시과, 충남교육청 금산교육지원청, 부산해운대교육청 좌동초교, 충북음성교육청 원남초교 등 4개 기관과 손잡고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을 진행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조 부행장 “크레아큐브 사용 전후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 데이터로 보여주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면 마케팅적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대표 “맞다. 우선 웹 플랫폼에 로그인하면 레포트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 보려고 한다.”

조 부행장 “크레아큐브와 같은 기업은 데이터와 연계되면 무궁무진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 대표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이 대표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 할인 시 최저가가 9만9000원이다. 와디즈 펀딩을 했을 때는 원가가 거의 6만원 정도였고, 이걸 8만원에 팔았다.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둔 셈이다. 이후 외주 제작을 자체 제작으로 바꾸는 등의 원가 절감 노력 끝에 생산단가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었다. 원가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줄여 목표치에 맞출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전 대표 “타깃 고객층을 넓힐 필요도 있다고 보는데.”

이 대표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말씀 주신 것처럼 확장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다만 구구단을 외우기 위해 (크레아큐브를) 찾는 중학생도 있고, 치매예방용으로 찾는 중장년층도 있다. 최근에는 교육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시각장애인 친구가 굉장히 흥미로워 하는 모습을 봤다. 생각보다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크레아큐브는 수학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이 가능한 모델이다. 제 전공분야인 헬스케어 쪽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추후 헬스케어 분야로 기가 막힌 걸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
 

왼쪽부터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왼쪽부터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이정호 크레아큐브 대표이사,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 겸 IBK경제연구소장.

 

전 대표 “정책적인 측면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은 없나.”

이 대표 “투자 부분에 대한 기회를 조금 더 열릴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조 부행장 “공감한다. 저 역시 초기 자금은 대출보다 투자 형태에 집중해 이자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줘야 한다고 본다.”

이 대표 “창업진흥원에서 하는 ‘초기창업 패키지’ ‘창업도약 패키지’ 같은 것들이 있다. 보통 250개 정도 기업을 선정해 1억5000억원 정도 지원하는데, 사실 250개 기업 안에 드는 건 힘든 일이다. 차라리 지원금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500개 기업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 대표 “절반이면 7500만원인데, 그걸로 도움이 되나?”

이 대표 “(지원금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원금이 5월 정도에 들어오면 11월까지 다 써야 한다. 그렇다 보니 안 써도 될 부분에 들어가는 것도 분명 있다고 본다. 7500만원이 적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창업자들에게는 단비다. 정부 입장에서도 더 좋을 거다. 생존 기업 수가 늘어날 테니까 말이다.”

조 부행장 “금융기관이나 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고금리 상황이 오면서 금융기관이나 은행들이 기존보다 조금 더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럴 때 초기 스타트업을 더 많이 지원하고, 더 많은 역할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혁신금융’이면서 동시에 스타트업과 함께 동행하는 ‘따뜻한 금융’ 형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사업성,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전 대표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

조 부행장 “아까 제가 ‘시장개척형 기술창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은 일반 스타트업과 다른 개념이다. 종합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없는 시장을 개척하고, 물건을 만들고, 계속 연구개발을 하며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잘 선정해서 이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 대표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주신다면?”

이 대표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safety is not safety’. 뭐가 안전한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다. 부모가 의대를 가라고 해서 의대를 가는 것, 창업이 트랜드라고 하니까 창업을 하는 것, 모두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전 대표 “청년들에게 창업을 추천하고 싶나?”

이 대표 “요새는 연대보증이 폐지되고, 파산하더라도 재취업·재창업에 대한 지원이 마련돼 있는 만큼 도전해 볼만 하다. 다만, 첫 번째 기회보다는 두 번째 기회가 아무래도 문턱이 존재하니까 열심히 잘 준비해서 하는 자세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예비창업 패키지’ 등 창업 전 단계부터 관리해주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니 잘 관찰하시면 좋을 것 같다.”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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