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中企 무너지면 국민 생활 무너져”
“단편적 자금 지원으론 부족… 컨설팅 등 비금융 아우르는 패키지 프로그램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2023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해가 돼야 합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은 3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부행장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국민 생활이 무너지고, 나아가 한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금융이 경제의 혈맥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동안 금융은 융자(대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큰 흐름 속에서 투자로 가야 한다”며 “단편적인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IBK기업은행이 현재 운영 중인 ‘금융주치의’ 프로그램 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부행장은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경제 전문가다. 특히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조예가 깊어 중소기업 옴부즈만위원회 위원,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전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위원회 위원 등 활동을 병행 중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철학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스타트업과 긴밀히 소통하는 현장형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 역시 벤처기업을 몸소 창업하고 경영한 경험이 있다. 현장과의 소통, 현장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녹여냈다. ‘금융주치의’ ‘잡월드’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

 

Q. 경제전문가로서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도 안 좋은, 대내외 전체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된다. (주요 기관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2% 초반 수준인데, 저는 1% 중반, 상황이 아주 안 좋을 때는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1.6% 성장을 전망했고, 저 역시 1.5% 내외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가 나타내는 의미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침울하다. 기업인이나 소상공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명동 등 지역에 공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면, 언제 회복될 것인가가 관심사항일 텐데, 저는 상반기 내내 어려워지고 하반기에 상황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추락했다가 반등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생각해 보면 경제가 추락 후 정상화되기까지 보통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렸다. 즉, 하반기에 반등한다고 해도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이 지나야 ‘경제가 조금 좋아지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Q.  3고(高)로 인한 복합위기를 많이 거론한다. 이것이 우리 실물경제와 생활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 올해도 여전히 3고로 인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5%에서 5.5%까지도 오를 수 있는 만큼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최대 4%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현재는 3.25%) 보통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의 ‘곱하기(x) 2’다. 시중금리가 7~8%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가 2%일 때 대출받은 기업이 이제는 7~8%로, 심지어 신용이 낮은 기업은 9% 금리로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거다. 심지어 경기 둔화로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가계부채 규모가 1700조원 정도 되는데, 상당 부분은 20·30대의 아파트 구입 수요였다. 한창 빌릴 때 대부분 2%대 금리였다. 그게 지금 6~7%까지 올랐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을 팔고 싶어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쉽지 않다. 올해 금리가 기업이나 가계에 주는 충격이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Q. 고물가와 고환율에 따른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 고물가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거다. 그러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중소기업은 가뜩이나 몇 퍼센트(%) 마진을 겨우 남기던 상황에서 적자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도 큰 타격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 농수산물, 식품 같은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가계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마지막으로 고환율인데, 옛날에는 환율이 높으면 수출기업은 이익을 많이 봤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강달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돈의 가치가 똑같이 떨어졌다.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무역에 있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고환율이 수입 물자의 가격 부담만 높인 형태다. 그 결과로 지난해 472억 달러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가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를 유학 보낸 경우 걱정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율의 문제가 생활의 문제로 연결된 셈이다.

Q.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다. 대부분 가정이 연관돼 있다. 그래서 이들이 무너지면 국민 생활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한국 경제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은행은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해 살려내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국책은행이다. 목적에 맞춰 본연의 역할을 더 많이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던 3고 현상 때문에 취약 기업뿐 아니라 흑자 기업까지 도산하는 상황을 막는데 최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국책 금융의 노력만으로 안 된다. 일반 금융의 지원도 필요하다. 올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경제 위기 극복에 금융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해가 돼야 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

 

Q. 특히 스타트업이 받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나.

- 스타트업은 사람으로 치면 신생아다. 기초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약간만 질병이 생겨도 더 크게 아플 수 있다. 현재 스타트업들이 최근 가장 많이 토로하는 게 자금 조달 부분이다. 투자는커녕 대출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빠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는 더 많은 투자와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들 기업이 활기를 되찾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스타트업 지원에 관심을 주되,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단위의 스타트업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준다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Q. 대통령도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신년사에서 ‘K스타트업 시대’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는데….

- 경제위기 극복도 중요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도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IT, 바이오 등 한국이 잘하는 분야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향성을 잘 잡았다고 본다.

Q. 관련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 패키지 형태의 지원이 중요하다. 단편적인 자금 지원뿐 아니라 마케팅, 연구개발(R&D), 해외 네트워크, 인력 등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브릿지 역할을 해준다면, 더 많은 청년이 과감하게 스타트업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Q.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은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수출 중소기업에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

- 보통 수출을 이야기할 때 대기업만 생각한다. 물론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차지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납품했던 부품이 조립돼 수출되는 간접수출까지 포함하면 중소기업의 비중은 대략 70%까지 높아진다. 그만큼 수출 강국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출 중소기업에게는 미개척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자꾸 잘나가는 시장만 공략하려고 한다. 이미 전 세계 기업이 들어와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시장이다. 승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 저는 반대로 미개척 시장을 적극적으로 뚫고, 거기에서 시작해 다른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 중앙아시아나 신남방 쪽에도 우리가 수출하지 않은 국가가 꽤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수출기업 육성을 올해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는 수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지원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충분한 금융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수출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출 계약 체결 후 생산을 위해 금융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수출 실적이 있냐’ ‘근거가 있냐’고 하면서 거절한다고 한다. 어렵게 성사된 계약을 망치는 거다. 계약된 물건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수출 금융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조봉현(왼쪽)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은 3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라면서 “2023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조봉현(왼쪽) IBK기업은행 부행장·IBK경제연구소장은 3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라면서 “2023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Q. 금융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가?

- 금융은 혈맥이다. 우리 몸에 건강한 피가 잘 돌아야 몸이 튼튼해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금융이 잘 돌아야 우리 경제의 체력도 튼튼해진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기업의 변화 속도와 금융의 변화 속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기업의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금융은 그걸 쫓아가지 못한다. 기업과 금융 간에 괴리가 생긴 거다. 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혁신하고 변화해야 한다. 공급자의 입장이 아니라, 실제 금융이 필요한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또 하나는, 경제가 어려울 때 금융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까지 시중 금융은 경기가 좋을 때 경쟁적으로 영업하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면 보수적으로 태도를 바꿔 왔다. 반대로, 기업이 금융을 필요로 할 때는 어려울 때다. 엇박자가 나는 셈이다. 어려울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오히려 어려울 때 더 많은 우산을 띄워주는 은행으로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

나아가 ‘금융=융자’의 틀에서 벗어나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금융뿐 아니라 기업을 위한 비(非)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선진은행은 이미 비금융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주고, 컨설팅해주는 것이다. 그 어느 집단보다 은행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IBK의 경우 ‘금융주치의’라는 제도를 통해 기업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컨설팅해주고 있다. 이런 제도가 많이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침판 혹은 등대가 돼줘야 한다. 이 방향으로 가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가이드를 주는 것이다. 그게 금융의 제대로된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Q. 중소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 과거의 경영 스타일이 아닌, 과감하게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 경영이나 디지털 경영, 사회적책임으로서의 ESG 경영에 관심을 갖고 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업승계는 자식 입장에서 제2의 창업이다. 승계 후 계속 도약해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장수기업이 많으면 그 나라의 경제의 뿌리가 튼튼해지는 법인데,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부의 대물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장려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100년 된 기업의 수가 일본은 3만 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개에 그친다. 가업승계는 오히려 책임의 대물림이다. 50년, 100년 된 기업끼리 클럽을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대통령실에 초청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인식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연장선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Q.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해 경영해 본 경험을 갖고 계신다. 이런 경험이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줬는가.

- 원래 중소기업 정책이나 연구 쪽 일을 쭉 하다가 현장에 뛰어들었는데, 책상에 앉아서 보는 것과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현장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 제안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잡월드’(중소기업 전문 일자리 사이트), 녹색금융, ‘금융주치의’ 등이 이때의 경험에서 낸 아이디어였다.

저는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의 관점에서는 절대 안 보이는 것들이 있다. 현장의 경험 또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현장과 정책의 경험이 모두 있는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조봉현 부행장 프로필

- 기업은행 부행장
-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소장(본부장)
-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중소기업 옴부즈만위원회 위원·중소기업정책심의회 전문위원
-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위원회 위원
- 사단법인 청년창업가협회 자문위원장
-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 한국창업학회 부회장
- 상훈: 대통령 표창(2012), 국무총리 표창(2017), 경제부총리 표창(2021), 통일부장관 표창(2015), 중소기업은행장상(1991), 통일문화대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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