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순국선열 참배 위한 규모 더 커져고 공법단체 되어야"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후손들이 우리 이상으로 잘 살 수 있도록 올바른 역사 교육과 틀을 만들어 놓는 게 마지막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시명 전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장은 지난 23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계획에 대하여 이같이 밝혔다.
김시명 전 회장은 “과거 엄청나게 못살았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잘 살고 있다. 그 과정을 직접 겪은 저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국가, 민족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우리 후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살게 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들은 다 역사에 포함되어 있다”며 “과거와 현재를 직선으로 그어보면 미래에 대해 대강 짐작을 해볼 수 있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시명 전 회장은 독립유공자의 자손이다. 증조부와 조부가 3·1 운동을 주도하다가 나라에 목숨을 바치면서 과부들, 자식들만 남은 집안 전체가 몰락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김 전 회장은 독립운동 역사와 단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순국선열 후손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김 전 회장에 따르면 독립유공자는 크게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 독립운동을 했지만 목숨을 유지해 천수를 다한 ‘애국지사’로 나뉜다. 이로써 대표적인 독립운동 단체 또한 돌아가신 순국선열의 후손 단체인 ‘순국선열 유족회’, 살아온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 ‘광복회’로 형성되어 왔다. 그런데 순국선열 유족회는 선조들이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계시지 않아 국가 지원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는 게 현실이라고 김 전 회장은 토로했다.
그는 “제일 잘못된 문제는 의전시설에 순국선열 묘역이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가 최고 의전 시설은 국립서울현충원과 대통령실이 있다. 그러나 의전시설에는 살아 돌아오신 애국지사 묘역, 그리고 임시정부의 묘역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 중국은 충렬사와 같이 대단히 큰 시설을 지어 순국선열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에서 순국선열을 모시는 곳은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에 있는 약 58평의 서울시 건물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순국선열의 후손단체를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전 회장을 맡으셨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매년 10월 초가 되면 앞서 말한 독립문 부근 서울시 건물에 일본 본토에서 100여 명, 국내 유학생들을 합한 일본인 1000여 명이 몰려온다. 우리나라 순국선열들을 위해 과거 있었던 일을 정중하게 사죄하고 참배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본인들이 참배하고 돌아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일부 국민들 가운데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순국선열을 예우할 공간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다.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들이 더 알려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순국선열 참배를 위한 규모가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
Q.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나.
우선, 제일 급한 건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가 ‘공법 단체’가 되어야 하는 점이다. 공법단체는 국가가 인정하는 단체여서, 관련 법률에 따라 모든 운영비를 지원해 준다. 여기에 해당되는 독립운동단체는 광복회가 유일하다. 21대 국회에서 ‘순국선열 유족회 단체 설립 추진’을 위한 법안 발의(홍석준 의원)가 되기도 했지만 임기가 끝나면 폐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다시 재추진을 부탁해야 한다.

Q.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퇴임 이후 최근 근황은 어떠하신지.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을 맡는 동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간 불균형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렇게 퇴임 이후에는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사업 외에 요새 주로 하고 있는 일은 독립운동 역사와 관련해 책을 쓰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고 저의 연구가 다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건 ‘책 효과’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정부 부서를 향해 잘못된걸 많이 지적해 왔는데, ‘말’보다는 ‘책’을 통해 진심이 더 잘 전달되고 변화로 이어진다는 걸 느꼈다.
Q. 국가 또는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원래 사업가인만큼 독립운동사를 바라볼 때 역사학자들과는 달리 ‘돈’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모든 사업의 중심에는 돈이 있어야 꾸려나갈 수 있는데, 독립운동도 일종의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당시 독립운동에 쓰인 돈의 가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일치하는지 등을 고려해서 보면 독립운동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독립운동사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정확하게 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 정책은 크게 상징 정책과 실질 정책 두 가지가 있다. 국가 전체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진 정책이 상징 정책이고,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게 실질 정책이다. 그렇기에 국민 정신을 다루는 실질 정책이 중요하다. 독립운동의 역사도 우리나라 국민 정신의 기준이 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국가가 고쳐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 유안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