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대표기자/발행인 겸 편집인
김충식 대표기자/발행인 겸 편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렸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부인 김건희 여사로부터 사전에 ‘국민께 제대로 사과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김 여사가 한 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원래는 순방을 다녀와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 그래도 순방 나가기 전에, (임기 반환점인) 10일 전에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대통령실을 통해) 발표가 나갔다”고 했다. 이어서 “밤에 집(관저)에 들어가니까, (아내가) 그 기사를 봤는지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그래서 (아내가) 저보고도 ‘괜히 임기 반환점이라고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많이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쨌든 간에 국민께 이런 일로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에 모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는 듣는이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하다. 지지자들은 "그만하면 됐지"할 수 있고, 지지자 아닌 사람들은 "저게 사과냐" 할 수 있을 정도로 중간에 있다.

중요한 것은 화가 나 있는 국민에게는 윤 대통령의 사과가 진솔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명태균 사건을 비롯해 명품가방 수수 의혹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건, 양평 땅 건 등 모든 사건의 중심에 김건희 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는 오히려 김건희 여사가 하는 것이 옳고 '자숙하겠다'는 표현도 김 여사가 직접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오히려 김건희 여사는 남편인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 김건희 여사는 마치 아무런 잘못이 없고 모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남편이 아내를 감싸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들추고 공격하는 야당이나 언론을 탓하는 것으로 둘러대선 곤란하다.

보수에게만 더 강한 윤리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이기에 더 강한 윤리 잣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내 문제(정확히 말하자면 권인숙 여사의 아버지 권오석의 공산당 이력 문제)로 곤혹을 치룬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결혼 전에 일로 “아내를 버려야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결과는 분위기가 노무현 후보에게로 돌아서는 효과를 낳았다.

노무현 후보는 장인의 이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정했고, 그리고 장인의 문제를 자신의 부인에게까지 연좌제처럼 옮아매는 것에 분노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 이후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장인 묘소를 찾았고, 권 여사는 부친의 이력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것은 논외로 한다 -

하지만 오늘 윤 대통령의 사과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이기 보다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에서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와서 논란이 생긴 것이라며 그런 것들로 국민께서 속상해하셨기 때문에 사과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오해를 해도 단단히 하는 것 같다. 소통 프로토콜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김 여사가 관여해서는 안 될 문제에까지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고, 또한 명확히 해결하지 않고 얼버무리려 하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이 속상했기 때문에”라는 것은 기대치가 있는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드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기대치 않았던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거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라던가 또는 ‘역시, 탄핵이 답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나라의 왕이 공정과 공의를 세우기 위해 새로운 법칙을 제정해 공포했다. 왕은 새로운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자신은 물론 어떤 누구라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거기에 덧붙여 새로운 법칙을 지키지 않다가 잡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벌로 두 눈알을 빼겠다고 했다.

어느 날, 관원들이 그 법칙을 어긴 범법자를 잡아왔다. 잡혀온 사람은 다름 아닌 왕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왕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단 하나밖에 없는 왕의 자식인데 눈알을 빼지 않을 것이라고 왕을 이죽거렸다. 그 소문을 듣게 된 왕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하여 그 죄를 특별히 묵인해 준다면 백성들이 법을 어길 경우 처벌할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아버지로서 자식의 눈을 뽑는다는 것은 차마 못할 짓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왕은 결국 아들의 눈 한쪽과 자신의 눈 한쪽을 뽑았다. 아들의 한쪽 눈은 사사로움보다 공적인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자신의 한쪽 눈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다.

공정은 이러한 것이다. 왕이 공의를 세우고 자식(또는 아내)를 사랑하는 것 두 가지를 다 지키려면 자신의 한 쪽 눈을 빼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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