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5시 33분.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볼보빌딩 앞에서 우파 시위단이 몰려들었다. 이를 본 좌파 시위단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오전 5시 33분.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볼보빌딩 앞에서 우파 시위단이 몰려들었다. 이를 본 좌파 시위단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이 비상계엄 사태 4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집행을 마무리했다. 체포 집행 당일까지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는 바리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집회와 ‘윤석열 탄핵 찬성’을 바라는 두개의 집회가 나뉘어 져 서로 목청을 높였다.

체포 당일인 15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는 오전 4시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전 5시 30분쯤에는 ‘윤 대통령을 지키자’는 외침과 함께 '탄핵 찬성'을 외치는 볼보빌딩 앞으로 약 30명의 시위단이 몰려들었다.

온갖 고성이 오고 갔고, 경찰들의 제지에 두 시위대와의 싸움은 진정됐지만 이미 흥분한 사람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끊임없이 서로를 조롱하고, 욕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에 참가한 A씨는 “저놈들이 우리보고 빨갱이래요, 빨갱이. 말이 됩니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15일 오전 5시 33분.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볼보빌딩 앞에서 우파 시위단이 몰려들자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
15일 오전 5시 33분.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볼보빌딩 앞에서 우파 시위단이 몰려들자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

탄핵 반대 시위도 탄핵 찬성을 하는 시위대를 향한 원망의 크기는 같았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정 반대 성향의 시위 참가자는 서로 손가락질 하며 탓을 했다. 탄핵 찬성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탄핵 반대 시위에 나온 C씨에게 “응, 킹받쥬? 반응 재밌네”히며 비꼬았다. 이들을 지켜보던 경찰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그들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가 직접 본 시위의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지키고자 하는 이념과 신념은 사라졌고, 오로지 ‘백팀’과 ‘청팀’으로 나뉘어진 것 마냥 누가 이기느냐에만 집중된 모습이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고, 어떤 이들은 쏟아지는 속보 화면을 보면서 탄식과 함께 분노했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집회 참가자들 간의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각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시위 참가자들을 시시각각 진정시켰다.

현재 시위자들은 윤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는 정부 과천청사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밤에는 안타깝게도 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분신을 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자는 이번 집회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외치는 '찬성'과 '반대'의 외침은 우리(또는 서로)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또, 반복되는 이 불행한 역사의 주인인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건 나라를 위한 신념인가, 혹은 내가 이겨야만 하는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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