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이 종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헌법재판소는 아직까지 선고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판관들 사이에서 감정 섞인 언사가 오가는 말다툼이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헌재 내부는 평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갈등이 깊어졌고, 재판관 간 의견 조율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최고의 법적 판단기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이 김복형 재판관을 두둔하며 정계선 재판관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 과정에서 문형배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이 두 재판관은 오는 4월 18일 임기를 마친다. 이 시점에서 선고 없이 물러난다면, ‘먹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 있는 결정은 피하고, 퇴임만 기다린다는 비판은 더 이상 억측이 아니다.
현재 헌재는 4대4 구도 속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여권에서는 “2월 말~3월 초 선고”를 기대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기별이 없다. 그 사이 민주당은 김형두‧정형식 재판관 설득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고, 온라인에서는 ‘전향설’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헌재가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모습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적으로 헌재는 재판관 6명만으로도 선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헌재법 제23조 1항은 현재 효력정지 가처분 상태이며, 헌재 사무처장도 국회에서 이를 분명히 인정했다. 애초에 이 사건의 심리도 6인 체제로 시작됐다. 결국 선고를 미루는 것은 법률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정부는 주요 정책 결정을 유보하고 있고, 민생 현안은 뒤로 밀리고 있다. 정치권은 극단적 대립에 몰두한 채, 국정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깝다. 헌재의 침묵이 국가 기능의 정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헌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뇌하는 척하는 침묵이 아니라, 국민 앞에 내놓을 ‘책임 있는 결과’다. 재판관 개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나 명예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을 바라보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헌재는 즉시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라.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명분도, 설명도 아닌 명확한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