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해 헌정 질서에 전례 없는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 미래 정치 체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는 이 시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유력한 차기 대안으로 거론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덕수 총리는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의 연속성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형 리더십’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진영을 넘나들며 실용과 안정, 그리고 균형의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오늘날처럼 정치가 극단으로 분열된 시기에, 그의 이력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불확실성과 외교 갈등,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강경한 이념보다 검증된 실무력, 감정적 선동보다 신뢰받는 행정 경험이 요구된다. 외교통상 전문가로서 한미 FTA의 기틀을 닦고,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린 한덕수 총리의 이력은 단순한 관료를 넘어, 위기 속 대한민국호를 안정시킬 수 있는 리더로서의 설득력을 더해준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의 ‘정치개혁’ 의지다.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도 그는 대통령중심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분권형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의 안정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 전반의 재구조화까지 염두에 둔 그의 문제의식은 현 정치권 누구보다 깊다. 단순히 정국을 수습하는 ‘임시 지도자’가 아니라, 다음 체제를 준비할 ‘전환기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계파 정치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내부 주자 중 다수는 강성 지지층과의 유착이 짙거나, 정권 교체 이후 지속된 정쟁의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반면 한덕수 총리는 정치권의 바깥에서 실용과 책임의 노선을 걸어왔다. 기득권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아온 이력은 중도층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 유효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차기 대선에서, 중도 확장이 가능한 한덕수 카드가 주는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야당 일각에서 “한덕수는 이재명과 맞설 유일한 카드”라고 평가하는 것 역시, 그가 가진 정치적 유연성과 정책 전문성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물론 그는 아직 정치적 선택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기 대선에 나설 준비가 된 인물, 정파적 계산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다. 한덕수 총리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금도 ‘통합과 개혁’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 혼란을 잠재울 책임 있는 리더를 원한다. 정치권은 이제 감정의 골을 좁히고, 국가를 이끌 실력 있는 리더를 중심으로 통합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고, 그 해답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에서 나올 것이다. 한덕수 총리가 그 중심에 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제는 국가가 그를 부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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