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자금도, 인물도, 지역기반도 부족… 현실 벽에 부딪힌 분당설

국민의힘 당권 후보들. 김문수,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후보들. 김문수,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후보. 연합뉴스

[공감신문] 신선미 기자="전당대회 후 분당 가능성 있다더니, 계산기 두드려보니 말이 달라진다."

여의도 정가에서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국민의힘 분당론’이 실현 가능성 앞에서 차츰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8월 22일 전당대회를 전후해 당권 주자 간 세 대결이 격화되면서 계파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으나, 실제로 당이 쪼개질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당내외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더 짙다.

직접적인 발화는 당권주자 간 충돌에서 비롯됐다. 최근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조경태·안철수 후보가 극우 성향 후보로 분류되는 장동혁 후보를 향해 "신당을 창당하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장 후보는 즉각 반격하며 자신이 당선될 경우 두 사람의 탈당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론 강경한 발언이 오가는 양상이지만, 물밑에선 이 같은 공방이 실제 분당 시나리오로 이어지기엔 다수의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당 내부 관계자들은 "일부 세력 간 이합집산 가능성은 있겠으나, 정당 창당은 현실적으로 자금과 인적 구성의 두 벽을 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창당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부터가 만만치 않다. 선관위 등록 요건을 충족하려면 서울 및 영남 지역 4곳 이상에 시도당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한 조직 구축비용과 운영자금은 수십억 원 단위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정도 자금을 단독으로 조달할 수 있는 인물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당 하나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력”이라며 “정책은 나중 문제고, 일단 당사를 운영하고 실무를 돌릴 수 있는 기본 경비부터 수억 원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 내 일각에서도 “분당론은 현실보다 정치공학적 해석에 가까운 얘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금전적 제약 외에도 인적 자원의 확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유력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나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스타 정치인이 필요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두 인물 모두 최근까지도 당 내 직간접적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 창당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내 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역 의원들의 이탈도 현실적 난관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선거법상 탈당 즉시 의원직이 박탈되며, 지역구 의원이라 해도 현 체제에서 이탈해 신당으로 재도전할 만한 정치적 동력을 갖춘 인물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영남권 중심의 지역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해당 의원들이 지역 기반을 포기하고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탈당=정치 생명 단축'이라는 셈법에 따라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이 외곽에서 조달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 그리고 탈당 세력이 기존 틀 안에서 조직된 개혁신당 등 기존 정치 플랫폼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선택할 경우 일정한 분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최근 한동훈 전 장관이 오는 11월을 기점으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그 움직임이 향후 분당과 연관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행동이라는 표현이 조직적 이탈을 뜻하기보다는 비공식 활동, 곧 외곽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과거 바른정당의 분당 사례처럼, 창당을 위한 최소 요건과 조직력을 갖추는 데만도 수 개월에서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당시에도 국민의당 등 중도 신당이 기초조직과 자금지원을 통해 분당 세력을 흡수하는 구조였지만, 단독 창당은 초기 자금난과 지지 기반 확보에 애를 먹었던 전례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일시적인 긴장 국면은 지속될 수 있지만, 신당 창당 또는 대규모 이탈로 이어질 만큼의 현실적 조건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주류다. 경선이 격화될수록 외부적으로는 극단적 언사가 부각될 수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기존 체제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안정적 선택’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분당설이 재부상하고 있는 상황은 당권 경쟁의 일환으로 읽히는 측면이 강하다. 당 안팎에서의 노골적인 언사나 압박성 발언은 존재하지만, 정당 창당이라는 고위험·고비용 선택을 감행하기엔 물적·인적 조건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판단이 당내 주류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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