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장동혁 의원을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했다. 이는 당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자, 동시에 뿌리 깊은 권력 구도의 재확인으로 읽힐 수 있는 이중적 사건이다. 보수 정치의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결국 친윤 권력에 종속된 인물의 부상이라는 냉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 대표는 50대 중반으로,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세대적으로 한 발 앞서 있다. 이는 노쇠한 리더십으로 지리멸렬해진 보수정당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기회다.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외연 확장이라는 숙제를 풀 수 있다.

그의 리더십은 단지 세대적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세대 간 갈등, 지역 균열, 사회 양극화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는다면, 장 대표는 단순히 ‘젊다’는 이유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보수가 더 이상 과거 회귀적 세력이라는 오명을 벗고, 미래 담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우려 또한 뚜렷하다. 장 대표의 정치적 부상 과정은 독자적 기반보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크게 기대온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윤어게인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당내 친윤 세력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독자적 비전이나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의 리더십은 윤석열 체제의 연장이자 관리형 당대표에 불과하다는 평가로 귀결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경우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향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오히려 과거 권력의 연장선상에서 점차 민심과 멀어지는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신선함으로 포장된 세대교체가 실상은 ‘권력 재포장’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된다면, 장 대표 체제는 기대를 배신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장동혁 대표의 선출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세대교체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 국민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낼 것인지, 아니면 과거 권력의 재생산에 안주할 것인지는 오롯이 장 대표와 당 지도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젊은 얼굴이 아니라, 낡은 정치의 문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이다. 장 대표가 윤석열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 리더십을 세워낸다면, 보수정치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그가 권력의 도구로 머문다면, 국민의힘은 혁신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채 정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국민은 이미 오래 기다렸다. 장동혁 대표의 이름이 ‘젊은 보수의 탄생’을 상징할지, ‘윤어게인당’의 대명사가 될지는 이제 그의 정치적 결단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