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신문] 김충식 기자=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였던 이정백 선생님. 어느 날 열심히 가르친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 한 후 선생님을 찾아왔다. 좋은 대학에서 열심히 캠퍼스 낭만을 꿈꾸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그 학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하는 것에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가르쳤고, 또 좋은 대학에 보냈지만 정작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목표를 잃고 헤매이는 것이 대학에 보내기 위한 교육을 했지만, 정작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서 사회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지 모르는 교육을 해 왔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교육에 대한 철학, 그리고 교육자로서 살아온 삶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대안학교였다.
10여년 이상 고등학교에서 평범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에서 이제는 대안학교 '거꾸로캠퍼스'의 교장으로 변신한 그에게 '거꾸로캠퍼스'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거꾸로캠퍼스'에서 지난 17일 그를 만났다.
◆ "거꾸로캠퍼스, 대안학교의 지평을 보여주다"
Q.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A. '거캠'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등학교 연령대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입니다. ‘거꾸로’라는 이름은 기존 교육을 단순히 거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배움의 중심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정답에서 질문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옮기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거캠'이 지향하는 교육은 우리 청소년들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두 가지 역량인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여전히 정답을 맞히는 데 익숙한 주입식·표준화 교육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OECD 조사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의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자신감은 국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납니다.
'거캠'은 이런 현실을 바꾸고,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시험과 성적이 없는 대신, 학생들은 매 학기 주어진 사회적 주제를 탐구하고, 팀을 이루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배우고 깨달은 과정은 포트폴리오로 기록하며, 학기 말에는 전시와 발표로 공동체와 나눕니다.
우리 거캐머(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은 이런 새로운 교육환경 속에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Q. 학교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창립자는 아닙니다. 2017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그 시작은 ‘거꾸로 교실’ 운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교사들이 수업 혁신을 시도하며 성과를 거두었지만, 교사 한 명이 교실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모였고, 그렇게 거꾸로캠퍼스가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원래 공교육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거꾸로 교실을 실천했습니다. 거꾸로캠퍼스 개교시에도 합류 제안을 받았지만, 그때 당시 재직중이던 학교를 통해 교육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합류 제안을 거절했지만, 1년여 고민 끝에 2018년에 교사로 합류했고, 2022년부터 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Q. 거캠의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A. 핵심은 역량 중심 교육을 실제로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교육과정 개정마다 역량 중심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는 이를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실험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탐색하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도 전공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원래는 청소년 시기에 이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시험과 성적 경쟁에 매몰되다 보니 그러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가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바로 그 시기에, 학생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과 가치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대안학교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거캠이 다른 대안학교와 다른 점(또는 장점)이 있다면 설명해 주십시오.
A. 많은 분들이 거꾸로캠퍼스를 대안학교의 하나로 인식하시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교육의 미래를 구현하는 혁신 모델입니다.
일부 대안학교가 특정 가치관이나 종교적 기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거꾸로캠퍼스는 특정 틀을 따르기보다 학생 주도성, 협력적 문제해결력, 그리고 실제 사회와의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습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주제중심 융합수업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모든 교육의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UN SDGs 같은 전 지구적 의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사회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설계합니다.
둘째, 이 교육이 단순한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의 진짜 미래를 보여주는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매년 200~300여 명의 교육자들이 거꾸로캠퍼스를 방문해 교육 방식을 배우고 있으며, 2025년에 개교한 인천의 공립형 미래대안학교는 저희 교육과정을 도입해 자체 커리큘럼을 구성했습니다. 또한 홍콩 교육박람회에 초청되어 사례를 발표하는 등, 해외에서도 혁신적 미래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꾸로캠퍼스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를 미리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실제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안학교들과 분명히 구분됩니다.
◆ 대안학교, 진짜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의 선택지가 되어야
Q. 대안학교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 고등학교와 다른 점, 그리고 거캠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A. 거꾸로캠퍼스는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기존 학교가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학교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빼고, 대신 청소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경험과 가치로 채우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거꾸로캠퍼스에는 없는 9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거꾸로캠퍼스에는 시험과 성적표가 없습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 대신, 스스로 성장 목표를 세우고 탐구한 과정을 포트폴리오로 기록합니다. 점수로 줄 세우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배움과 변화 과정을 담은 성장기록부를 남깁니다. 또한 학년 구분이 없어, 서로 다른 연령의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단순히 졸업장이 아니라 자기 삶을 주도할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Exit 제도 역시 기존 학교에는 없는 중요한 차별점입니다.
무엇보다 거꾸로캠퍼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교육과정과 방법 자체가 프로젝트 학습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교과 수업도 단순 강의가 아니라 UN SDGs를 기반으로 한 융합 교과 프로젝트로 이루어집니다. 학생들은 매 학기 주제를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릅니다. 동시에, 학교 안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연결해 실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쌓습니다.
이처럼 거꾸로캠퍼스는 시험, 성적, 학년, 정답 같은 익숙한 틀을 과감히 비워내고,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사회적 오해나 선입견은 없나요?
A. 흔히 대안학교라고 하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든지, 들어오면 그냥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캠퍼스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답게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뚜렷한 동기를 가진 친구들입니다. 단순히 성적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진짜 배움을 하고 싶다”, “내가 주도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는 자유롭게 노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탐구하며 끝까지 몰입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생활합니다. 시험과 성적이 없다고 해서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주도성과 협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치열합니다. 외부에서 “거꾸로캠퍼스 학생들, 너무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들은 몰입해서 배우고, 실제로 사회와 연결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거꾸로캠퍼스는 단순한 “공교육의 대안”이 아니라 “진짜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의 선택지”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Q.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저는 기존 교육을 비난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교육에 계신 선생님들 역시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구조는 여전히 시험·성적·경쟁·정답 맞히기에 과도하게 매여 있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 시기에 삶의 방향과 가치를 탐색할 시간을 놓치고, 대학에 가서조차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들까지도 진로와 전공을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엄청난 비용이자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이런 현실에 대한 작은 대안입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실패와 도전을 경험하며, 자기만의 배움을 만들어가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 공교육과 교육 운동 진영의 시각
Q. 기존 공교육에서 거꾸로캠퍼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A. 의외로 매우 호의적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미래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200~300명의 교육자 분들이 찾아오시는데요. 교장, 교사, 장학사, 연구사 등은 물론 최근에는 사범대 학생들도 참관을 옵니다. 바로 지난 주에 제주시 진로 교사들이 찾아주셨고, 그리고 매년 경남 교육청의 교장 자격연수로 방문하곤 하십니다. 공주대 사범대, 고려대 사범대 학생들도 참관왔었구요. 정말 많은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아예 참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인천시 교육청이 위탁형 대안학교였던 ‘해밀학교’를 ‘결마루미래학교’로 전환할 때, 저희 교육과정을 모델로 삼아 연수·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그 학교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반으로 한 융합 교과수업을 저희 컨설팅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공교육계는 저희를 비판하기보다는 변화의 참고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Q. 전교조나 교육 운동 진영에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A. 아직 저희가 국가 교육과정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강한 비판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는 교류가 있고, 그분들 중에는 대안교육 운동을 오래 해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일부 학부모님들은 저희를 두고 “대안학교의 대안학교”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안학교마다 교육 대상과 철학이 달라 서로를 비판하기보다는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시각
Q. 이정백 교장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지금의 거캠을 통해 펼치고자 하시는 교육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원래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10년간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당시에는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명문 대학에 진학한 제자가 찾아와 “선생님, 제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학생이 자기 삶을 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공교육에 재직 중일 때에도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그 한계를 느끼고 교직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고자 대안교육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거꾸로캠퍼스를 통해 정답이 없는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협력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단지 입시를 준비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자기 삶을 준비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그 실험장이자 모델로서, 한국 교육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변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 거꾸로캠퍼스의 교육, 방향은 맞다..."시간 문제였을 뿐"
Q. 거캠가 개교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금의 거캠으로 성장하기 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어려웠던 과정도 좋습니다.)
A. 거꾸로캠퍼스는 201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꾸로캠퍼스를 ‘대안교육기관’으로 알고 계십니다. 실제로 저희는 기존 학교 제도와는 다른 방식을 시도해 왔습니다. 시험과 성적, 학년 구분 같은 제도가 없는 것은 그런 차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과연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학생들이 보여준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문제를 정의하고, 협력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학생들의 모습은 학부모와 사회에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저희는 거꾸로캠퍼스를 단순히 기존 교육의 ‘대안’으로 머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바는 미래교육, 혁신교육입니다. 학생이 삶의 주도성을 가지고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거꾸로캠퍼스는 한 학교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한국 교육 전체의 본질적인 변화에 기여하는 실험장이 되고자 합니다.
Q. 거캠은 고등과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입학하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인지 궁금합니다.
A. 거꾸로캠퍼스는 고등학교 연령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입니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배경은 다양합니다. 어떤 학생은 기존 고등학교의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잘 맞지 않아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지원하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모두가 “나답게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고, 또 누군가는 사회 문제 해결에 도전하며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거꾸로캠퍼스는 이런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성과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장을 제공합니다.

Q.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계기로 거꾸로캠퍼스를 선택하나요?
A. 거꾸로캠퍼스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진짜 배움과 성장을 찾고 싶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택합니다.
저희는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이 최소한의 주도성과 자기 선택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내가 어떤 배움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이 모입니다.
그래서 입학 과정에서도 성적표보다는 심층 대화를 통해 학생의 자기 결정과 배움에 대한 태도를 확인합니다. 결국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모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배움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발걸음을 옮긴 학생들입니다.
그 선택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입학 후 사회문제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실제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곤 합니다.
◆ 교사? NO, 코치!
Q. 재직하시는 교사(선생님)들의 수업 준비는 어떤 내용들인지 궁금합니다.
A. 거꾸로캠퍼스에서는 교사를 ‘코치’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코치들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반으로 한 주제중심 융합수업 설계자입니다. 코치들은 학기마다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의제를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고, 이를 교과와 연결해 융합 수업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개별 교과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회 문제와 연결된 맥락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둘째, 학생주도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의 코치입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며, 실행과 검증을 반복합니다. 코치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필요할 때 외부 전문가나 현장을 연결하며, 팀 협력을 지원합니다.
또한 코치들은 학생들의 배움이 단발적 경험에 그치지 않도록, 개인별 성장 기록을 제공합니다. 루브릭 기반 평가, 상호 피드백, 배움성장일지 등을 통해 학생은 자신의 강점과 보완점을 확인하고, 스스로 다음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코치는 그 여정을 곁에서 함께하는 조력자가 됩니다.

Q. '거캠'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나요?
A. 많은 학생들이 입학 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사회문제를 직접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통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룹니다.
처음에는 “나는 잘하는 게 없어요”라고 말하던 학생이,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청소년 문해력 향상을 위해 보드게임을 개발했고,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졌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돕는 앱을 기획해 사회적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은 실제 사회와 연결된 배움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 학생, 학부모가 만족해야 진짜 교육
Q.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등은 어떠한지 알 수 있을까요? (혹은 데이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거꾸로캠퍼스는 매 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경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2학기 종합 분석 결과, 교과 수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2점, 프로젝트 학습에서 코치의 지원은 4.48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보통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온 것은 의미가 큽니다.
수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남긴 목소리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의미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수업 차원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에 대한 만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학부모님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A. 처음에는 학부모님들께서도 불안감을 갖고 계셨습니다. 익숙한 시험과 성적이 없는 학교, 입시 위주의 교육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며 신뢰가 쌓여갔습니다.
한 학부모님은 “예전에는 화를 잘 내고 말이 거칠었던 아이가, 거꾸로캠퍼스에 다니면서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부모님은 “아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전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삶을 설계하는 힘을 길러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결국 학부모 만족도는 단순히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아이의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체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졸업생 진로, 보장된 미래보다 자기 길을 개척해가는 '진짜 미래'
Q. 거캠을 졸업한 친구들이 상급학교 진학률, 그리고 상급학교로 가서 적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거꾸로캠퍼스는 고등학교 연령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률’이라는 표현보다는 졸업 이후의 진로로 말씀드리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졸업생들의 길은 매우 다양합니다. 일부는 대학에 진학하고, 또 일부는 예술·공학·IT 등 전문 분야 교육과정을 선택하거나, 스타트업과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거캠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경험과, 인턴십 교육과정을 연결하여 바로 취업을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혁신적인 대학으로 알려진 태재대학교와 미네르바 스쿨에 합격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학생은 태재대 입학 과정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거꾸로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길러낸 역량—곧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세계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점은, 거꾸로캠퍼스에서 배운 경험 덕분에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팀 속에서 협력하며, 시행착오 속에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대학과 사회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거캠도 AI와 함께 배우고 창조하는 교육적 기준 제시
Q. 앞으로 거캠을 어떻게 성장시켜가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A. 거꾸로캠퍼스는 앞으로 AI 시대에 확실한 교육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지식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며, 협력 속에서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역량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주제중심 융합수업을 통해 이러한 역량을 길러왔습니다. 앞으로는 AI를 교육 현장에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학생들이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와 함께 배우고 창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캠퍼스가 그동안 축적한 교육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AI 시대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교육적 기준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시험과 입시 중심 교육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에, 학생이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확실한 교육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거캠, "청소년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학교"
Q. 앞으로 거꾸로캠퍼스가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A. 저희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대안학교가 “공교육에 적응 못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학교”라는 인식으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들어와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에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교장의 철학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거꾸로캠퍼스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교장으로서 철학과 비전도 중요하지만, 저는 언론에 학생들의 이야기가 더 담겼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냈는지가 진짜 교육의 힘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모습에서, 지금은 주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스토리가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Q. 더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A. 많은 분들이 거꾸로캠퍼스를 ‘대안학교’로만 인식하시지만,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거꾸로캠퍼스는 특정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한정된 선택지가 아니라, 진짜 성장을 원하는 모든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로 자리매김하길 원합니다.
저희가 지난 8년간 학생들과 함께 쌓아온 경험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협력하며,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찾아갑니다. 이런 경험은 일부 특별한 학생들만이 아니라, 오늘날 모든 청소년에게 반드시 필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거꾸로캠퍼스는 이러한 교육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열릴 수 있도록 길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한국 교육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고, 청소년들에게 진짜 성장의 장을 마련하는 학교로서 나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