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신문] 김충식 기자=전북 익산에 자리한 하림의 종합식품단지 ‘하림퍼스트키친’. 이곳에서 열린 ‘2025 NS푸드페스타’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식품을 대하는 하림의 근본적인 철학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참석한 하림그룹 김홍국회장은 첨단 종합식품공장의 생생한 현장감 속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사업의 터전인 익산에서 식품 사업에 대한 오랜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하나의 철학으로 귀결됐다. 바로 ‘식품의 본질적 가치는 맛에 있고 최고의 맛은 재료의 신선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가 어떻게 하림의 사업 전반을 꿰뚫는 전략이 되었을까. 식품 산업의 본질부터 미래 물류 혁신까지, 하림이 그리는 큰 그림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주>
Q1. ‘하림퍼스트키친’에 담긴 핵심 철학은 무엇인가?
A. ‘하림퍼스트키친’은 이름 그대로 ‘가정의 주방’을 대신하여 요리하는 주방이 되겠다는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주방은 점차 요리(Cooking) 기능을 잃고 식사(Dining) 중심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 사라진 요리 기능이 바로 저희 같은 식품 공장으로 옮겨온 셈입니다. 따라서 식품 공장은 수많은 가정이 함께 쓰는 ‘공유 주방’이자, 요리의 제1기능을 책임지는 ‘퍼스트키친’이 되어야 합니다.
이 철학은 단순히 이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실제 가정의 주방처럼 운영합니다. 가족을 위해 요리할 때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을 다하듯, ‘신선하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나가지 못한다’는 원칙을 강박적일 정도로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주방의 요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듯, 공장 설계 단계부터 고객 투어용 통로를 별도로 만들어 원료 투입부터 포장, 출고까지 전 과정을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 집 주방처럼 언제라도 들여다보고 잔소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고객, 즉 가족의 믿음 속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만드는 음식, 그것이 바로 하림퍼스트키친의 핵심입니다.

Q2. 닭고기 사업에서 완성한 '삼장통합경영' 개념을 식품 사업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A. 식품 산업은 농축수산업이라는 1차 산업에서 시작해 생산, 가공, 물류,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거대한 가치 사슬입니다. 이 사슬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건강한 생태계를 이룰 때 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과거 닭고기 사업에서 농장-공장-시장을 통합 관리하는 ‘삼장통합경영’ 시스템을 완성했듯, 이제는 식품 사업 전체의 사슬을 더욱 확장하고 촘촘하게 엮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농가와의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10년 전 인수한 팬오션을 통해 글로벌 곡물 유통망을 확보하여 국제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관리합니다. 가공 단계에서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원칙 아래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물류 단계에서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신선함의 유지와 전달’이라는 기준으로 전체 과정을 최적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비로소 소비자에게 가장 신뢰도 높은 식품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3. 하림의 식품 철학이 집약된 상징적인 제품으로 ‘더미식 장인라면’을 꼽는다. 개발 배경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가?
A.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저희의 식품 철학과 같습니다. 여기서 ‘장난치지 않는 음식’이란 맛을 인공적으로, 가짜 식재료로 만들지 않고 자연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의미합니다. 이 철학을 온몸으로 깨닫게 해준 개인적인 경험이 바로 ‘더미식 장인라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어릴 적 제 막내딸이 아토피를 앓았는데, 유독 라면을 먹고 나면 입술이 파래지는 등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라면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먹지 말라고만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회사 연구원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습니다.
인공 향미제나 화학조미료 없이, 음식장인들이 하는 것처럼 오직 진짜 닭고기와 사골, 채소 등 자연 재료만을 20시간 이상 푹 고아내 국물 스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액상 스프로 끓인 라면을 먹은 딸에게는 더 이상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진짜 재료로 만든 음식’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라면이 있지만, 우리처럼 진짜 재료로 국물을 낸 라면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장인라면’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제품은 하림의 철학, 원칙, 기술, 책임이 모두 집약된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Q4. 좋은 재료를 쓴 만큼 ‘장인라면’은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계획인가?
A. 가격이 높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공적인 첨가물로 맛을 내는 대신, 진짜 닭고기와 사골을 오랜 시간 우려내 스프를 만들다 보니 원재료 값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점을 소비자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가치’로 설득하고자 합니다.
물론 저희도 시장의 요구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일반 건조 스프 라면도 만듭니다.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또한 기업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인라면’에 대해서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많이 팔리는 라면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서의 가치를 당당히 인정받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K-라면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제품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Q5. 철학의 핵심인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물류 시스템 혁신을 강조했다. ‘FBH’와 ‘오드그로서’는 기존 물류와 어떻게 다른가?
A. 식품에서 신선함은 최고의 가치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물류의 핵심입니다. 저희는 물류를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과정이 아니라 ‘신선함을 유지하고 전달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를 구현한 것이 바로 ‘FBH(Fulfillment By Harim)’라는 이름의 첨단 스마트 물류센터입니다.
FBH의 가장 큰 특징은 제조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해 생산 라인과 컨베이어벨트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제품이 생산되자마자 별도의 박스 포장이나 창고 이동 없이 곧바로 FBH로 옮겨져 주문에 맞춰 택배 포장이 완료된 후 당일 출고됩니다. 기존 물류에서 필수적이던 창고 보관, 상하차, 재포장 과정이 모두 사라져 신선도 저하를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특히 FBH는 1~2인 가구 고객을 위해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첨단 합포장 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 이는 속도뿐만 아니라 고객 편의성은 물론 포장박스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는 환경친화적 경영까지를 고려한 혁신입니다.
최근 출시한 신선식품 플랫폼 ‘오드그로서(ODD GROCER)’는 이 FBH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오드그로서에서 참기름을 주문하면, 주문 정보가 협력 공장으로 실시간 전달되어 즉시 참기름을 짜기 시작합니다. 갓 짠 참기름은 곧바로 FBH로 입고되어 고객에게 배송됩니다. 고객은 보관 과정의 지체 없이 ‘오늘 생산된 진짜 신선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가치사슬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하림만이 가능한 혁신입니다.

Q6. 하림의 식품 사업 비전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A. 현재 가장 집중하는 일은 지금까지 구축해 온 식품 사업의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고,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식품 사슬을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추진 중인 가장 중요한 현안이 바로 서울 서초구 ‘양재 도시첨단물류센터’ 조성 사업입니다.
이 사업 역시 ‘최상의 신선함’을 전달하려는 식품 철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도권 고객에게 가장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가 소비지와 가까운 도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가가 비싼 도시 입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류센터는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부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만한 복합 공간(컴팩트시티)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현재 건축 설계를 진행 중이며,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7. 이 모든 것을 연결했을 때, 하림이 구축하려는 식품 사업의 큰 그림, 즉 궁극적인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제가 생각하고 실행하는 식품 사업의 얼개를 바둑에 비유하자면, ‘포석’이 잘 짜여 있는 것과 같습니다. 생산을 담당하는 농가와의 상생, 글로벌 곡물 유통망(팬오션) 확보, 최고의 맛을 위해 신선함을 극대화하는 가공 공장(하림퍼스트키친), 그리고 이를 고객에게 완벽하게 전달하는 첨단 물류(FBH, 양재 물류센터)와 판매 플랫폼(오드그로서)까지. 사업의 모든 가치사슬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탄탄한 포석이 깔려 있기에, 우리는 ‘최고의 맛과 신선함’이라는 본질적인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한, 우리의 경쟁력은 이 잘 짜인 구조 위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져 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