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의식 뒤에 감춰진 '양자역학 해명'
위원장으로서의 자격, 근본적 의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최민희 위원장의 딸 결혼식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국회의원의 가정사를 넘어, 고위 공직자의 공사(公私) 구분 능력과 윤리적 감수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국정감사라는 엄중한 시기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국회 경내에서 가족의 경사를 치르고 대규모 화환을 받은 행위는 그 자체로 부덕함의 상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최 위원장의 해명 태도다. "문과 출신인 내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밤에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집안일을 챙기지 못했다는 변명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입법과 국정 통제다. 개인의 학구열을 핑계 삼아 공직자로서 피해야 할 행위를 변명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하는 특권 의식을 보여줄 뿐이다.
특히 피감기관의 화환이 줄을 이었고,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 결제' 기능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은, 이 모든 행위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청첩장을 직접 돌리지 않았다는 해명만으로는 수많은 피감기관의 화환이 국회에 도착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직무의 연속선상에서 형성된 '권력 관계'가 작동했음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축의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다.
과방위원장은 방송·통신·과학기술이라는 첨예한 영역을 다룬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티끌만큼의 공정성 시비도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은 스스로 위원장으로서의 윤리적 신뢰 기반을 무너뜨렸다.
결혼식 논란을 해명하며 눈물을 보인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울 수 있으나,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희석시키는 감정적 호소에 불과하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엄마의 고충'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국회 운영이다.
최민희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본인의 부덕함을 인정하고, 과방위원장으로서의 직책 수행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스스로 해소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과연 그가 위원장으로서 피감기관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