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새벽배송 금지 주장이 현실화될 경우, 그로 인한 불편은 단지 물건을 늦게 받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낮 시간대로 집중되는 택배 배송으로 인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또다시 생활 불편과 주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새벽배송은 단순한 소비자 편의 서비스를 넘어, 대도시 공동주택 환경에서 발생하는 택배 관련 갈등을 근본적으로 줄여온 효율적 해법이었다.
이미 수도권을 비롯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는 택배로 인한 크고 작은 분쟁이 반복돼 왔다. 엘리베이터를 장시간 점유하는 카트 택배 문제, 지상 진입 차량 제한에 따른 배송기사의 부담, 유모차·휠체어 사용자들과의 동선 충돌, 아이들이 자는 시간대의 인터폰 작동을 둘러싼 민원까지 다양하다. 낮 시간대 배송이 늘어나면서 택배 기사들은 눈치를 보며 빠른 배송보다 ‘조용한 배송’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됐고, 그만큼 배송 지연과 품질 저하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이러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온 대안이었다. 대부분의 주민이 잠든 시간에 이뤄지는 배송은 누구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공용 공간의 혼잡도 유발하지 않는다. 물류 차량은 이른 새벽에 잠시 진입해 조용히 물건을 두고 떠나며, 배송기사와 주민이 직접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엘리베이터 점유 문제, 주차장 혼잡, 안전사고 우려 등 대부분의 갈등 요인을 피해가는 구조다.
그런 새벽배송을 택배노조가 앞장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의 배송을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자신들의 조직과 무관한 직고용 배송기사들까지 포함한 일방적인 요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쿠팡 등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은 대부분 자동화 물류와 직고용 인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전통적 지입제와 하청 구조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운영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일괄적인 기준을 들이대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적용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아파트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벽배송이 줄어든 뒤 엘리베이터 혼잡과 배송지연이 늘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용했던 아침이 다시 택배 카트 소리로 뒤덮이고, 주민과 기사의 마찰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도시 거주 형태가 고층 공동주택 중심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배송 시간의 분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고령자, 영유아 가정, 맞벌이 부부, 심야 근무자가 많은 현실 속에서 새벽배송은 시간 효율성과 생활 리듬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 이를 단순한 야간 노동으로 규정하고,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 현장 실태를 무시한 처사다.
노동자의 건강권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 논의는 서비스의 필요성과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채 이루어져선 안 된다. 공동주택 택배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지금, 새벽배송은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할 정책적 대상이지,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