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발행인 겸 편집인
김충식 발행인 겸 편집인

“용산과 법무부를 염두에 뒀다”

이 한마디가 지금의 사태를 압축한다.

검찰은 스스로의 법적 판단보다 권력의 기류를 더 의식했다.

그 결과, 수천억 원의 국고 손실이 걸린 대장동 사건은 항소 없이 종결됐다.

법무부 장관의 “신중히 판단하라”는 말은 그 자체로 사실상 지휘다.

공직 사회에서 장관의 말을 단순한 조언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정 장관은 공식적인 수사지휘권 발동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는 법무부가 제도적 통로를 우회해 검찰을 ‘관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단순한 절차적 문제가 아니다.

그 행위 하나로, 국민은 검찰이 더 이상 ‘법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이 된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항소 포기’는 곧 ‘정치 포기’가 아니라 ‘법 포기’였다.

정권은 “법무부가 검찰에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찰총장 대행의 “용산을 염두에 두라”는 언급은 그 해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만약 검찰이 대통령실의 기류를 살피며 결정을 내렸다면, 이는 사법 독립의 근본이 무너진 것이다.

정권의 이해가 검찰의 기소 판단을 좌우한다면, 그 순간 법치는 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한다.

이 사태를 “정치 공방”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대장동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침을 내린 적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라.

그것이 사법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의 독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권력의 바람이 법을 흔드는 순간, 정의는 방향을 잃는다.

그 방향을 바로잡는 일은 이제 국민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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