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수천억 원대 배임과 국고 손실이 걸린 사건에서, 검찰이 스스로 다투기를 멈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결정이 검찰 내부 판단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입장을 염두에 둔 결과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문제 없다”며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전날까지만 해도 “아는 바 없다”고 했던 입장을 하루 만에 바꿨고, 그의 말처럼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일부에 불과했다.
결국 이 발언은 ‘항소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장관이 공식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고 사실상 검찰을 움직였다면, 이는 검찰청법이 금지하는 직권남용성 행위로 비칠 여지가 크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항소 포기 후 검사들의 항의에 직면하자 “용산과 법무부를 항상 염두에 두라”고 발언했다.
이 말은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로 들릴 수밖에 없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 영향력이 검찰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켰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대장동 사건은 이미 현직 대통령이 관련 재판을 받았던 사안이다.
그만큼 검찰의 판단은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오히려 검찰이 권력의 의중을 헤아린 듯한 인상을 남겼다.
사법의 독립이 흔들리면, 국민은 더 이상 법의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
이 사안은 단순한 검찰의 재량 문제가 아니다.
국가 사법 시스템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지 여부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부는 책임 있는 조사와 공개적 해명을 통해 사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