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GM의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종료 계획 발표를 두고 여러 말들이 많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가 이번 사안을 깊이 살펴본다면 이번 결정에 담긴 회사의 속내와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결정은 기업의 효율화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통상적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에는 허점이 많아 보인다.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그동안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업 조정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운영 종료 발표 또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일부 사업 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더 오래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재정비이자 체질 개선의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기업이 고용을 유지한 채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은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업의 통상적 경영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이제 완성차 기업이 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수익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완성차 본사가 모든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관리하기보다는, 협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전환을 통해 경쟁을 촉진해 고객에게 더 합리적인 비용 구조를 제공하며, 서비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시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직영 체계의 축소라는 결정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협력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통해 더 넓은 지역에서 세분화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불필요한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최적의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GM의 경우 380개 이상의 협력 서비스센터를 통해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표준화된 절차와 본사 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이미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이 운영을 종료하더라도 380여 개의 협력 서비스센터 중 직영과 동일한 수준의 정비가 가능한 협력 서비스센터는 100여 곳에 달하고,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난이도가 높은 정비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센터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직영 수준의 기술력과 장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 또한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포인트다. 필자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GM은 이미 자체적인 기술 교육 체계를 기반으로 협력 서비스센터에도 직영 서비스센터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과 장비 지원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본사가 주관하는 기술 교육, 유지 보수 교육은 물론, 현장 방문을 통한 기술 지원 및 정비 난이도가 높은 차량에 대한 본사 하이테크 기술 지원도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협력사의 사업 지속성을 강화할 수 있고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직영 서비스센터의 운영 종료는 한국 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 특히 회사가 직영 서비스센터 근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협의를 거쳐 전환 배치 계획을 명확히 밝힌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결정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조치라고 확신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본사, 협력사,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입장에서 서비스 품질과 산업 경쟁력의 균형점을 찾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논의가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진화하는 구조적 전환의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다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함께, 다양한 소비자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세그먼트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등 내수 시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슈퍼크루즈’와 같은 첨단 기술을 현지화해 한국 시장에 도입하고 신차 출시를 이어가는 행보는 이러한 노력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사 안정화를 통하여 노조의 해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은 기본일 것이다.
최근 APEC 기간 중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관세가 15%로 완화된 것은 향후 불확실성을 줄이는 긍정적 요인이자 한국GM이 필요한 노력을 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다. 앞으로 한국GM이 국내 완성차 산업의 한 축으로서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