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0여 명 참석…“맨발걷기는 국민운동, 국회가 뒷받침해야”
신정훈 “국민운동 수준” 엄태영 “국회도 동행해야”
지원법 의원들 지지…“정책은 현장에서, 건강은 일상에서”

‘2025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대회’ 참석자들. 중앙에 신정훈 행안위원장, 우측으로 조계원, 이달희, 서미화 의원, 좌측으로 좌측으로 박동창 회장, 윤종오, 염태영 의원과 관계자들. 사진제공=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2025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대회’ 참석자들. 중앙에 신정훈 행안위원장, 우측으로 조계원, 이달희, 서미화 의원, 좌측으로 좌측으로 박동창 회장, 윤종오, 염태영 의원과 관계자들. 사진제공=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국회는 늘 신발을 단단히 묶고 뛰는 공간이다. 회기 일정은 촘촘하고, 논쟁은 끝이 없고, 멈춘다는 개념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 국회가 하루 동안 신발을 벗었다는 사실, 그것도 흙이 살아 숨 쉬는 황톳길을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는 장면은 정치가 드물게 국민의 일상 가까이로 내려온 순간이었다.

12일 국회 의원동산 맨발산책로에서 열린 ‘2025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 대회’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국회가 국민의 일상 속 건강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학영·주호영·신정훈·안호영·장경태·김승원·엄태영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맨발걷기 국민운동 지원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개호 의원과 공동 서명한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황토가 깔린 산책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은유였다. 법안이 국회 문을 통과하기 전에 먼저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정치의 조용한 다짐처럼 보였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행사에 앞서 참석 의원들에게 법률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신정훈 위원장 “맨발걷기는 국민운동“

첫 축사를 맡은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맨발로 흙을 밟는 사람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맨발걷기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맨발걷기는 이제 밑바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국민운동이며 국회가 뒤늦게나마 이 흐름에 응하고 있다”며 건강정책은 내려오는 지침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서 솟아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 건강을 위해 맨발걷기 운동을 충분히 키워야 할 운동으로 보고 행안위원장으로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엄태영 의원 “국토부와 아파트 맨발길 법안 협의 중”

‘2025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대회’ 뒤 맨발걷기 국민운동 지원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개호 의원(중앙)과 박동창 회장(오른쪽) 등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2025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대회’ 뒤 맨발걷기 국민운동 지원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개호 의원(중앙)과 박동창 회장(오른쪽) 등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엄태영 의원은 특유의 소탈함으로 현장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한반도의 중심 제천·단양의 엄태영”이라고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낸 뒤, 3년 전 박동창 회장으로부터 아파트 단지 내 맨발길 조성 제안을 받았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해당 법안을 국토부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히며 생활 속 건강정책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지난한 시간을 전했다. 또, 제천·단양 지역에 이미 조성된 맨발길을 소개하며 “맨발걷기를 해서 그런지 유인태 전 의원님이 건강해 보인다”고 말해 현장에 유머를 더했다.

이개호 의원 “해당 법률안 오늘 상임위 정식 상정”

이개호 의원은 “해당 법률안이 오늘 상임위에 정식 상정됐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의원은 오가는 길에서 들은 치유 사례들을 공유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90세 노모의 치매가 호전된 사례, 다운증후군 아동의 개선 사례, 정부 고위 인사의 치유 경험 등을 소개하며 상임위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좋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더니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며 “맨발걷기 전도사는 못 돼도 신도는 되겠다”는 농담으로 현장을 웃음짓게 했다.

행사를 주관한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건강 전략으로 맨발걷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치매와 만성질환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국민건강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실천 가능한 길이 맨발로 걷는 생활문화라고 강조했다. 이날 운동본부는 참석 의원들에게 법률안의 조속한 심사를 요청하며 흙 위의 이 작은 움직임이 이제 제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음을 분명히 했다.

흙은 정직하다. 맨발로 밟으면 몸의 어느 부분이 굳어 있는지 금방 드러나고, 잘못 디딘 발걸음은 그대로 흔적을 남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일상에서 멀어진 정책은 디딜 때마다 흔들리지만, 시민의 삶을 향해 내려온 정책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이번 국회의원 맨발걷기 대회는 그 점을 다시 확인시킨 자리였다.

황톳길 위에 찍힌 의원들의 발자국은 단순한 체험의 흔적이 아니다. 오늘의 건강정책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조용하지만 명확하게 말해주는 메시지이며 정치가 흙을 밟을 때 국민의 건강은 정직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깨우쳐준다.

글. 신향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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