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돌봄·비용부담 입증하면 승소 전략 바뀌어야"
대법원 판례 분석 통해 유류분소송 새 접근법 제시
장기 부양·비용부담 입증 땐 증여, 특별수익서 제외
‘얼마’가 아니라 ‘왜 받았나’… 증여 성격 규정이 승부
시효·보전처분 병행, 증거 3단(부양·의사·경제효과)으로 정리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유류분소송에서 생전 증여를 무조건 특별수익으로 보는 것은 오해다. 장기간 부양과 기여에 대한 대가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대법원 2021다230083 판결(2022년 3월 17일 선고)을 분석하면 해당 판결은 부양·기여의 대가로 이뤄진 생전 증여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판단해 유류분소송 실무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피상속인은 고령의 기간 동안 특정 상속인과 동거하며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을 받았다. 해당 상속인이 과거 가족 채무까지 대신 변제한 사실이 확인됐고, 피상속인은 "갚지 못한 빚을 땅으로 갚겠다"는 취지로 토지를 증여했다. 대법원은 이를 부양·기여의 대가로 보아 특별수익으로 취급하면 오히려 형평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증여의 성격이다. 단순한 호의인지, 다년간의 돌봄과 비용부담에 대한 보상인지를 가르는 것이 실무의 출발점이다."

이번 판결의 실무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입증의 방향 전환이다. "수증 상속인 측은 부양·기여의 구체 내용과 정도를 촘촘히 입증해야 한다. 진료비 영수증, 간병기록, 동거기간 입증자료, 생활비 이체내역이 핵심 증거다."

둘째, 피상속인 의사의 확인이다. "대가 지급 취지를 보여주는 메모, 문자메시지, 녹취, 제3자 진술은 증여의 성격을 바꾸는 결정적 정황이 된다."

셋째, 형평의 관점이다. "다른 공동상속인의 부양 참여 여부와 상속재산에서 증여재산이 차지하는 비율까지 함께 설명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대가성 증여를 남발해 특별수익에서 함부로 빼서는 안 된다고 신중 판단을 주문한 점도 잘 살펴야 한다. 대가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사회통념과 상식에 비춰 종합적 심리가 필요하다. 소송 전략의 무게중심을 '얼마 받았다'가 아니라 '왜 받았는가'로 옮겨야 한다.

실무 조언도 구체적이다. 유류분 반환을 주장하는 측은 특별수익 추정을 서두르되, 상대방의 부양·기여 주장을 예상해 반증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수증자 측은 부양·기여의 연속성, 경제적 부담, 대체 불가능성을 수치와 자료로 구조화해야 한다.

가족합의만 믿다 시효를 넘기지 말고, 내용증명·가처분 등 보전절차는 병행하되, 사건의 '성격 규정 , 즉 증여가 호의인지 대가인지부터 먼저 세팅하는 것이 승부처다.

유류분소송의 설계는 증거의 배열 순서에서 갈린다. 부양·기여와 의사표시 그리고 경제적 효과의 3단 구조로 서류를 묶어 내면 쟁점이 한눈에 보이고, 조정에서도 유리한 협상 지점을 만들 수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