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스카이파크 최영재 회장이 제안한 생활형 화재 대응법
“연기 한두 번에 위험해지는 겨울…준비된 사람만 살아남는다”
“지갑 속 비닐봉지 한 장, 가장 손쉬운 화재 대비 도구로 주목

겨울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화재 사고에 관한 긴장감이 높아진다. 건조한 기후와 난방기 사용 증가가 겹치는 이 시기에는 작은 불씨 하나도 큰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이와 맞물려 최근 한 안전수칙이 조용히 주목을 받고 있다. 스카이파크 호텔 최영재 회장이 실제 현장에서 체득한 화재 생존법이다.

18일 저녁, 서울 판교의 ‘호텔 스카이파크 센트럴’ 뷔페식당. 오랜만에 모인 신문사 선후배 전직기자 8명의 번개모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호텔 경영에 관한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대화의 흐름이 잠시 뜻밖에도 ‘화재 안전’으로 흘러갔다.

그때 분위기를 단번에 집중시킨 사람이 최영재 회장이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 실제로 겪었던 화재 사건을 차분히 풀어놓았다.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마치 생존 매뉴얼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밀도가 있었다.

최 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불보다 무서운 건 연기”라는 점이었다.

“뜨거운 매연을 한두 번 깊게 들이마시면 그대로 쓰러질 수 있습니다. 현장이 그렇습니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아라’는 조언은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해요. 화재는 갑작스럽고, 물과 수건이 손에 닿는 곳에 없기 때문이죠.”

이 대목에서 식탁에 둘러앉은 선후배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경험에서 나온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일종의 경고였다.

그날 자리에서 가장 큰 반응을 얻은 장면은 바로 최 회장이 직원들에게 시키는 ‘실전형 생존 준비’였다. 그는 모든 직원에게 지갑 속에 얇은 비닐봉지 한 장을 반드시 넣어 다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방독면이 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급박한 순간, 단 1초 만에 코와 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몇 초가 생사를 가릅니다. 화재 현장에서 10초는 인생 전체보다 중요합니다.”

그의 설명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호텔 운영자로서 실제로 사람을 지켜야 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울림 있는 실전 지식이었다. 최 회장의 행동 방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묵직한 무게감을 갖고 있었다. 화려한 표어를 앞세우기보다, 직원들의 지갑 속 작은 비닐봉지가 곧 호텔의 ‘보이지 않는 방독면’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면모 때문일까. 최 회장의 안전 경영철학은 일종의 등불처럼 느껴진다. 밝고 과장된 조명이 아니라, 발밑을 정확히 비추는 작은 손전등 같은 성격이다. 보여주기 위한 안전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안전이다.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감탄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화재는 호텔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하주차장, 지하철역, 백화점, 영화관, 사무실… 우리가 지나치는 곳 어디서든 시작될 수 있죠. 살아남는 사람은 ‘훈련된 사람’보다 ‘준비된 사람’입니다.”

최 회장이 이 말을 건넬 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조용히 지갑을 한 번씩 떠올렸다. 준비는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갑 속 비닐봉지 한 장은 무게로 따지면 거의 0이지만, 위기 앞에서는 어떤 값비싼 장비보다 먼저 사람을 살립니다. 그게 최소한의 숨 쉴 틈입니다.”

화재는 예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은 준비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지갑 속에 얇은 비닐봉지 한 장을 넣는, 그 단순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10초를 선물하는 일이 된다. 그 시작의 불씨를 지핀 사람은, 조용히 실천하는 리더, 최영재 회장이었다.

글. 신향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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