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신문] 이상민 기자="그날 새벽, 지나가던 행인 덕분에 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나쳤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김모(35)씨의 누나는 동생의 사고 소식을 전하며 힘없이 말문을 열었다.
48세의 배달 기사인 김씨는 21일 오전 2시 10분경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교차로를 지나던 중 교통 신호를 무시한 승용차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인해 그는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고, 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쓰러졌다. 그러나 가해 운전자인 50대 A씨는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도주했다.
미처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김씨는 무려 20분이나 도로 위에 방치되었다. 이때 지나가던 행인이 피범벅이 된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그의 혼수 상태는 더욱 악화되기 전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며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던 차량 잔해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인을 추적해 나갔다.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정읍에 위치한 A씨의 자택에서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A씨는 체포 당시에도 술 냄새가 났으며,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그가 사고 당시 음주운전 중이었다고 판단, 면허 취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씨의 누나는 이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분개했다. "음주운전에 도주치상 혐의까지 적용되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왜 이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생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강한 불만을 표했다.
미혼으로 수년 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달업에 종사해 온 김씨는 평소 매우 신중한 운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유사한 사고로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어 그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게 오토바이를 운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교통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김씨는 현재 두 차례의 수술을 마쳤지만 단기 기억력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누나는 가해자에게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기를 바라는 누나의 입장을 전하며, "동생이 피를 많이 흘렸다는 당시 상황을 들었는데, 도망간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단호함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