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응급실 뺑뺑이, 남일 아냐...내 가족, 내 친구의 생명이 위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새벽 낙상 사고로 이마가 깨지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급작스럽게 넘어지면서 이마에서 흐르는 피로 피투성이가 된 채 119를 불렀다.
하지만 응급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119 대원이 응급실에 가려고 22곳의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했지만,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 자주 다니던 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만 이번엔 의사가 없었다. 그는 "겨우겨우 옛날에 자주 다니던 병원에 가서 신분을 밝히고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이런 경험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 어렵게 찾은 응급실에서 이마 8㎝ 남짓을 꿰맸다.
응급실 진료 대란 또 다른 경험담. 지난 20일 쯤 OO일보 기자 출신인 S 씨는 양평으로 이사 간 후 오랜 만에 서울로 나들이를 나왔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과 친구 3명이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돌아다니던 중 친구 B 씨가 갑자기 푹 쓰러졌다. 깜짝 놀란 S 씨는 119를 불렀다.
하지만, 친구 B씨를 받아주는 응급실은 없었다. B 씨는 의사가 없어서 119를 타고 2시간 가량 지나서야 겨우 응급실에 들어갔다. 원인은 열사병. 요즘 같은 무더위에 체력이 좋은 사람도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B 씨는 링거를 맞고 정신이 돌아와 그날 새벽 퇴원했다.
S 씨는 이렇게 말했다. ”각자도생 3년. 이제 아무리 큰 이슈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의 경지가 눈 앞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던 의념의 경지에 도달케 해준 현 정권에 감사한다“고.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시장 중심 의료체계’ △‘의사들의 의료독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의 확대’ △‘보건의료인력기준 법제화 미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방안 모색’ △‘필수 의료 분야의 의료수가 인상 요구’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 해결 방안 모색’을 강조한다.
정부와 의사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분명한 건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동안 의사들은 사직서를 내고,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모자라 응급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 아니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보건의료노조가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진료정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국가가, 의사가, 간호사가 국민의 생명을 두고 자신의 주장이 간철되기를 바라면서 국민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고 있는 셈이다.
누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신의 주장이 간철되지 않으면 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가. 이들은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가 내 가족, 내 친지, 내 친구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국민을 상대로 국가는, 의사는, 간호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에 의대 증원 문제를 갖고 의료대란이 나서 우리나라 의료체제에 적잖은 손상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것이 무너졌을 적에는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자꾸 곱씹게 되는 이유다. 그 이유를 정부도 되짚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