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구호가 K-브랜드를 죽인다"
"관광객 쫓아내고 국격 떨어뜨리는 위험한 시위"
최근 서울 명동과 부산 서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향한 혐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차이나 아웃"을 외치며 욕설을 퍼붓는다. 관광객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일부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상인들도 "안 그래도 장사 힘든데 왜 저러느냐"며 하소연한다. 시위가 끝난 자리에 남겨진 쓰레기조차 'Made in China'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다.
이런 구호는 단순한 의견 표출이 아니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즉 인종·국적·종교·성별 등 정체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모욕하고 배제하는 행위다.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폭력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 코드까지 왜곡된다는 것이다. 본래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의 리듬은 연대와 축제를 상징했다. 그러나 최근 시위 현장에서는 이 리듬이 혐오 구호에 맞춰 변질되고 있다. 국민을 하나로 모으던 응원의 노래가 특정 집단을 몰아내는 배제의 리듬으로 바뀌는 순간, 한국은 스스로의 자부심을 깎아먹는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낯설지 않다. 과거 일본 신오쿠보 코리안타운에서 벌어진 혐한 시위가 대표적이다. "한국인들은 나라로 돌아가라"는 구호와 근거 없는 거짓 선동이 난무했고, 피해자는 한국인이었다. 국제 사회는 일본의 혐오 시위를 문제 삼았고, 일본은 2016년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제정했다. 미국과 유럽도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반유대주의 구호를 제재하는 법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이런 제도적 안전망이 없다.
관광산업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부산은 올해 200만 관광객을 최단 기간에 돌파하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혐오 시위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은 등을 돌리고, 상인들의 생계는 위협받으며, 국가 이미지는 실추된다. 응원가가 혐오 구호로 바뀌고, 관광객이 두려움 속에 발길을 돌리는 순간, 한국은 스스로의 품격을 무너뜨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다. 그러나 자유는 책임과 함께할 때에만 빛난다. 특정 집단을 모욕하고 갈등을 부추기며 경제적 피해까지 불러오는 행위는 결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질서를 해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다.
정말 스스로를 '자유의 투사'라고 믿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탈북민을 돕거나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켜주는 일에 나서는 게 맞지 않겠는가. 자유는 누군가를 몰아내는 구호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품어내는 행동일 때 진짜 자유가 된다.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일본, 미국, 유럽처럼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제정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혐오는 결코 자유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이 구호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글] 이우람 PR펌 바다와하늘처럼 대표 · 전 문화뉴스 편집인](https://cdn.gokorea.kr/news/photo/202509/839230_116067_26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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